클래식

[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①] 목관 악기의 제왕, '오보에'

  • 2,202
  • 0
  • 글주소

  ‘영화’라고 했는데, ‘음악’이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미션>이 바로 그런 작품이죠. 영화 초반부에서 주인공 가브리엘은 영화의 메인 테마인 <Garbriel’s Oboe>를 연주하는데요. 그의 오보에 연주는 그를 경계하던 원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 음악은 이후에 요요마의 첼로 연주로, 사라브라이트만의 <넬라 판타지아>라는 성악곡으로도 편곡되었어요. 하지만 작곡자인 엘니오 모리코네가 의도한, ‘하늘나라를 상징 하는 음악’의 느낌은 오보에의 연주로 가장 잘 살아나는 것 같아요. 맑고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한, 오보에의 독특한 음색 때문이죠. 앞으로 하루예술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에 대해 하나씩 살펴볼 텐데요. 오늘 그 첫 시작은, 오보에 입니다.

 

<미션>에서 오보에를 연주하는 장면 ⒸPlay DB

목관 악기 ‘오보에'의 시작

  오보에는 본래 목관악기로, 도장을 만들 때 즐겨 쓰여 ‘도장나무’라고도 칭하는 회양목으로 만들어졌었어요. ‘오보에 (Oboe)’의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 이견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숌 (Shawm)’을 오보에의 조상 격으로 간주합니다. ‘숌 (Shawm)’은 오보에의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 때 참고가 된 악기예요. 하나의 관으로 이뤄져있으며, 소리가 매우 거칠고 큰 악기였어요. 때문에, 초기 오보에 역시 그 소리가 매우 크고 날카로웠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요. 18세기까지 Hautbois라 불렸던 오보에는 ‘소리가 큰’, ‘높은’이란 뜻의 ‘Haut’과 ‘목관’, ‘목재’란 뜻의 ‘Bois’가 합쳐진 단어에요. 현재까지도 프랑스어로는 ‘읏부아 (Hautbois)’라 불립니다.

  18세기 바로크 시대에 들어서, ‘Hautbois’는 하나의 원통으로 이뤄진 숌의 형태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더욱 섬세하게 만들기 위하여 세 부분으로 나눠 제작하여 조립하는 형태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이 세 부분으로 나눠 제작하여 조립하는 방법은 현대 오보에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요. 영어로 ‘호보이 (Hoboy)’로 불리던 오보에는 18세기 후반, ‘Hautbois’를 이탈리아어로 ‘Oboe’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점차 ‘오보에’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왼) 현재까지(오) 발전해온 오보에 ⓒ Wikimedia

  1880년대, 악기 제작자이자 오보이스트였던 ‘요제프 하예크 (Josef Hajek, 1949-1926)’에 의해 오보에가 개량됩니다. 재질은 파이프 오르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아프리카 흑단으로 바꾸고, 금속키가 대폭 추가 되죠. 당시 국제 표준음인 라 음을 435헤르츠로 하는 악기로 제작한 ‘비엔나 오보에 (Viennese Oboe)’와 19세기 파리에서 유행한 ‘콩세르바투아르 오보에 (Conservatoire Oboe)’가 그것인데요. 현대의 오보에는 이 두 악기를 기반으로 탄생했어요. 흑단으로 제작된 65Cm정도의 한쪽 끝이 좁은 원추형 관이 몸체를 이루고요, 키는 모두 45개로 이뤄져 있어요. 3옥타브가 안 되는 음역대만을 연주할 수 있어 다른 악기들에 비하여 소리를 낼 수 있는 음이 한정적입니다. 공기를 직선으로 뚫고 나가는 크고 명료한 소리 덕분에 초기 군악대에서 선율을 주로 내었던 악기로 쓰이기도 했어요.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오보에 ⓒGoogle
오보에의 음역대 ⓒGoogle

오보에 연주의 핵심, 리드!

  오보에 연주자들은 ‘리드’에 많은 공을 들여요. 리드에 따라 음의 밸런스와 음색이 다르기 때문이죠. 연주자는 ‘더블 리드’를 오보에의 3개의 파트인 ‘윗 관 (Upper body)’, ‘아랫관 (lower body)’, ‘벨 (Bell)’을 차례로 연결한 후 윗 관에 꽂아 연주합니다. 갈대로 만들어진 ‘케인’을 반으로 접은 후, 더블 리드로 만들어 실로 묶고, 코르크로 만들어진 ‘튜브 (Tube)’에 꽂으면 리드가 완성됩니다. 리드를 사용하는 악기의 연주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입모양이나 주법 등에 따라 직접 깎고 다듬어 ‘맞춤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드를 만드는 법을 따로 배우기도 하죠.

 

케인(Cane)

👉 리드로 모양을 잡기 전의 상태를 ‘케인 (Cane)’이라고 해요.

 

리드의 구조 ⒸGoogle
리드를 끼운 오보에 ⓒGoogle

리드를 제작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제작한 영상

 

오케스트라의 프리마돈나 오보에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 모든 악기가 조율을 할 때 처음 나오는 청량한 ‘라’음을 기억하시나요? 건반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오케스트라가 조율을 할 때 그 기준 음을 내는 악기가 바로 오보에입니다. 보통, 공기 중으로 음이 확장되어 나가다보면 공기의 저항 때문에 음 손실이 일어나 각 연주자들은 본래의 온전한 음을 듣기 어려운데요. 오보에는 공기를 뚫고 멀리까지 뻗어나가고, 기본음뿐만 아니라 울림음 까지도 풍부하게 나 정확한 음을 전달 할 수 있어 조율에 매우 적합해요. 소리가 큰 금관 악기에까지도 그 음을 잘 전달할 수 있지요. 또, 오보에가 오래전부터 오케스트라 악기로 연주되었기에 조율 음을 내게 되었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습니다 .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에서 ‘프리마돈나’의 위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다른 악기들과 흔쾌히 조화를 이루면서도 돋보이는 음색을 갖추고 있어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도 솔로가 많은 악기랍니다. 하지만, 역시 왕관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죠. 혹시 오보에 연주자들을 유심히 살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볼이 빵빵해진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요. 더블리드를 사용하는 오보에는 호른 다음으로 소리를 잘 내기 어려운 악기로 꼽힙니다. ‘삑사리’가 안 나기 위해 전문 연주자들도 많은 긴장을 한다고 할 정도이니까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악기인 만큼, 오보에만을 위한 협주곡 역시 많이 작곡 되었어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다장조 작품번호 314번 (Mozart Oboenkonzert in C Dur, KV.314)’입니다. 1악장에서는 오보에의 화려한 기교를, 2악장에서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3악장에서는 장난스러운 발랄함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곡이에요. 모차르트 목관 협주곡의 결정판으로 불립니다. 곡의 이 외에도 이탈리아 작곡가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d 단조 (Marcello Concerto for Oboe and Strings in d minor, S.Z799)’, 슈만의 ‘3개의 로망스 작품번호 94번 (Schumann 3 Romances, Op.94)’ 등이 있어요.

 

프랑스의 오보에 연주자 ‘프랑수아 를뢰 (Francois Leleux, 1971-)’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마지막으로, 오보에의 가족들을 소개해 볼게요. 일반적인 오보에 외에도 그 크기나 음역대에 따라 다양한 ‘오보에 족’이 존재합니다. 그 중 ‘잉글리시 호른(English Horn)’은 현재까지도 오케스트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악기인데요. 마치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완전 5도 차이가 나듯, 잉글리시 호른도 오보에보다 완전 5도 아래의 음역대의 소리를 냅니다. 또 바흐가 사랑했던 악기로 알려져 있는 ‘오보에 다모레(Oboe d’amore)’, 플루트족에서 높은 음역대를 소리내는 피콜로처럼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피콜로 오보에(Piccolo Oboe)’, 오보에보다 한 옥타브 낮은 ‘베이스 오보에(Bass Oboe)’와 독일의 악기 제작자인 ‘빌헬름 헤켈 (Wilhelm Heckel, 1856-1909)’이 발명한 ‘헤켈폰(Heckelphone)’ 등도 오보에 가족 악기들이랍니다.

 

 오보에족 악기들 
(왼쪽부터)피콜로 오보에, 오보에, 오보에 다모레, 잉글리시 호른, 베이스 오보에, 헤켈폰 ⓒWikimedia

  오보에는 참 번거로운 악기예요. 악기만으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리드를 만들어야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고, 심지어는 불어내기 조차 쉽지 않으니 말이에요. 그럼에도, 오보에의 독특한 음색은 오케스트라 안에서도 단연코 돋보입니다. 너무 화려하지 않게 아름다우면서도, 너무 처연하지 않게 구슬픈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귀에 콕콕 박힐 만큼 선명한 음색까지. 소리의 외유내강을 두루두루 갖춘 악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때요, ‘목관 악기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하죠? 그럼 저는 다음 글에서, 또 다른 오케스트라 악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ㅇ 참고자료
- 야나기다 마스조 외. “악기구조교과서 (The Science of Musical Instrument)”. 보누스, 2018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등록 : 12-20

키워드

#클래식 #오케스트라 #오보에 #목관악기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