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을 뮤지컬로 만나볼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2,122
- 0
- 글주소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지난 17일 티켓 오픈 직후, 모든 공연 장르를 포함한 공연 카테고리에서 경이적인 판매 점유율인 41.6%를 기록하며 흥행의 서막을 열었어요! 2014년 초연 당시부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반응은 심상치 않았는데요.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 뮤지컬에서 동시 선정되며 총 9개 부문을 수상하는가 하면, 언론과 관객들의 호평 속 독보적인 위치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신이 되려고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 면모와 생명의 본질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며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요. 어마어마한 팬덤을 양산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드디어 올해, 3년 만에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고 해요!
📜고전 필독서에서 빠진 적 없는 <프랑켄슈타인>, 그 내용은?(스포주의)
이야기는 북극을 모험하는 월턴이 마거릿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해요. 윌턴은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날 여유가 있는 꽤 부유한 집안의 영국인으로, 진실한 친구를 원하지만 그런 친구를 한 명도 갖지 못했죠. 그는 북극에서도 자신의 지식수준에 걸맞은 진실한 친구를 사귀고 싶어했는데, 운이 좋게도 윌튼은 사람 한 명 찾기 힘든 북극에서 표류하는 사람을 만나게 돼요. 바로 우리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죠. 당시 빅터는 자신이 만든 괴물을 쫓느라 건강도 엉망이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불안정했는데, 윌튼은 그런 그를 안타깝게 여기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줘요. 몸을 회복하는 동안, 빅터는 자신이 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윌튼에게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긴 본편이 시작돼요.
1권에서는 빅터의 성장기를 다뤄요. 어떤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일을 겪고 어떤 교육을 받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죠.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창조하는 작업에 꽂혀서 괴물을 창조했지만, 괴물의 끔찍한 모습에 공포를 느껴요. 2권에서 빅터는 그의 남동생을 살해한 괴물과 대면하게 되는데요. 괴물은 화가 난 빅터를 진정시키고, 자신이 겪었던 절망스러운 이야기를 빅터에게 전해줘요. 그리고 빅터에게 자신이 그의 창조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를 요구하죠. 그러나 빅터는 괴물을 악마라고 칭하며 그의 요구를 거부해요. 결국 괴물은 빅터에게 자신의 신부라도 만들어달라고 협박하고, 빅터는 공포 속에서 창조 작업을 해요. 그러나 빅터는 창조작업을 파기하고 괴물에게 맞서기로 하죠. 괴물은 빅터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빅터의 소중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으로 복수하고, 빅터를 북극으로 유인해요. 빅터는 윌터에게 구조되었지만 몸이 약해져 죽게 되고, 괴물은 아무도 오지 못할 북극에서 자살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돼요.
🤷♂뮤지컬은 원작이랑 다르다면서?

2시간 50분에 달하는 대형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뮤지컬은 소설 원작을 그대로 재연하기보다는, 철저하게 해체하여 재구성했어요. 원작의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거의 창작에 가깝죠.
📌각 장르의 작품이 내세우는 핵심이 달라!
소설은 빅터가 괴물을 창조하게 된 배경과 창조 후 망가져 가기 시작하는 정신상태, 피조물과의 입장 차이와 가치관에 의한 갈등을 주로 다뤄요. 주인공 빅터의 비극적 일생을 전체적으로 다루는 것이죠. 반면, 뮤지컬은 빅터가 전쟁에서 만나 꿈을 함께한 소중한 친구 앙리와 괴물의 처절한 복수극을 중심으로 다뤄요. 즉 소설은 심리적인 공포에 중심을 두었다면, 뮤지컬은 연출과 무대 분위기에서 기괴함과 공포를 극대화한 거죠.
🎭주요 배우를 1인 2역으로 만들어버리기
이런 중심축 외에도 새로 창작된 캐릭터들의 활용에도 주목해봐야 해요. 뮤지컬에 등장하는 모든 주·조연 배우들은 1인 2역을 소화하는데요. 앞서 고상하고 교양있는 캐릭터를 소화했던 배우들은 2막에서 180도 상반된 비열한 인물들로 변신해요. 정확히는 격투장 장면에서부터죠. 원작에서는 실험실을 탈출한 괴물이 오두막에서 만난 눈이 먼 노인을 통해 심성의 변화를 겪는데, 뮤지컬에서는 그 장소가 격투장으로 바뀌었어요. 이 역시 괴물이 인간 사회의 속성을 더 뼈저리게 경험하기 위한 극적 장치의 일환이에요.
🎡이번 공연은 호화 캐스팅이라던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3년 만에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만큼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요! 박은태, 카이, 정택운의 괴물 콘셉트 컷만 봐도 무대에 도사릴 서늘한 공포가 느껴지지 않나요? 이번 시즌에서 세 배우들은 전장에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뒤 그의 조력자로 직접 나서는 앙리 뒤프레 역과, 빅터의 피조물인 괴물 역으로 1인 2역의 연기를 소화해요. 초연 이후 현 시즌까지 함께하며 <프랑켄슈타인>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박은태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괴물의 외로움을 담아내며 시선을 압도하죠. 세 번째 시즌에 이어서 이번 시즌에도 앙리와 괴물 역으로 다시 한 번 만나는 카이는 매섭게 노려보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향한 괴물의 극심한 원망을 뿜어내요. 이번 시즌에 새롭게 투입된 정택운은 실험실에서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촛불을 응시하고 있는데요. 그의 눈빛에서 차가운 인간 세상을 향한 분노와 공포가 느껴져요.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강한 집념을 지닌 천재,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민우혁, 전동석, 규현이 캐스팅됐어요. 규현은 슈퍼주니어의 메인보컬이자 뮤지컬 <팬텀>, <웃는 남자>, <모차르트!> 등을 통해 섬세한 연기력과 안정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죠. 그런 그가 이번 시즌에 빅터로 새롭게 합류하여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매김한 규현이 선보일 빅터의 탄생에 관객들의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어요.
🎶이번에 소개할 넘버는요
<프랑켄슈타인>은 일반 쇼뮤지컬에 비해 극적 서사와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음악이 들어갔다면 자칫 넘버가 지나치게 도드라져 작품 본연의 강점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을 거예요. <프랑켄슈타인>에는 고전적 이야기에 맞게 클래식한 음악부터 왈츠, 발라드, 록과 펑크, 레게 등 여러 장르의 넘버들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요. 각 넘버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넘버가 잘 조화되는 것에 중점을 두었죠. 그중 대표 넘버들을 소개해볼게요.
🎤‘단 하나의 미래’
빅터가 앙리에게 자신의 신념을 전하며 부르는 넘버로, 빅터와 앙리의 화음이 두드러지는 곡이에요. 동시에 인간을 제작하는 커다란 기계와, 철장 속에 놓인 시체를 무대에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몰입도를 더해주죠.
🎤‘너의 꿈속에서’
앙리가 빅터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부르는 곡이에요. 빅터의 신념에 대한 앙리의 애정이 드러나는 애잔한 곡이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빅터의 신념을 지켜주려는 의지가 돋보여요.
🎤‘난 괴물’
괴물은 인간과 달리 단 하나뿐인 존재로 쓸쓸함을 느끼면서 이 넘버를 불러요. 자신의 창조주를 증오하며 인간과 다르게 생긴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죠. 그의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곡이에요.
🎤‘후회’
빅터는 자신의 욕망이 불러온 참사를 견디지 못하고 이 넘버를 불러요. ‘난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의 감정이 최고로 고조되는 곡이었다면, 이 곡은 빅터의 감정이 최고로 고조되는 곡이에요.
💬 Editor’s Comment
빅터와 괴물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지만, 사회에 흡수되지 못한 소수자로서 비슷한 삶의 양상을 가지고 있어요. 남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빅터와 다른 외모를 가진 괴물이 각자의 세계에서 고립되는 모습은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소수자를 배척시키는지 보여주죠. 이름도 없던 괴물은 격투장을 불사르고 그곳의 인간을 모두 살해하기에 이르러요. 그러나 관객들은 인간에게 배신을 당해 분노하는 괴물에 감정을 이입하죠. 누가 감히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극 중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도 사회로부터 배척받는 소수자들이 존재해요. 다수자인 관객들은 현실에서 소수자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분노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