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74회 토니어워즈 ‘10관왕’ 휩쓴 뮤지컬 <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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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 공연 사진, 출처: Matthew Murphy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에 올라가면 빨간 풍차 장식을 매단 건물이 있어요. 1889년에 세워진 카바레 ‘물랑루즈(Moulin Rouge, 프랑스어로 붉은 풍차라는 뜻)’예요. 인상파 화가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이 가장 많이 그린 장소였고, 20세기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915~1998),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1915~1963) 등의 무대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물랑루즈’하면 떠올리는 것은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 <물랑루즈(2001)>일 거예요.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영화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물랑루즈>의 뮤지컬 소식이에요. <물랑루즈>가 뮤지컬로 제작되었다는 소식도 반가운데, 올해 개최된 제74회 토니어워즈 시상식까지 휩쓸었다고 하니, 믿어지시나요? 화려한 세트와 대중적인 팝으로 많은 사람에게 최고의 뮤지컬이 되어준 <물랑루즈>! 그럼 <물랑루즈>의 놀라운 소식 전해드릴게요!

 

👑토니어워즈 10관왕이라고?

  지난 2021년 9월 26일(미국 현지 시간) 제74회 토니어워즈(Tony Awards) 시상식이 개최되었어요. 토니어워즈는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영미 공연계 최고 권위를 가진 시상식이에요. 500석 이상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과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고, 매년 6월 개최돼요. 제74회 시상식도 작년 6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문을 닫으면서 시상식 역시 연기되었어요. 그러나 올해 9월 브로드웨이가 재개관하면서 마침내 토니어워즈도 개최되었는데요. 올해는 초연 연극 10편, 초연 뮤지컬 4편, 리바이벌 연극 4편, 총 18의 작품이 후보작으로 올랐어요. 그중 처음부터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뮤지컬 <물랑루즈>가 10관왕을 차지하며 최대 수상의 영예를 안았죠! <물랑루즈>는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 연출상, 안무상, 오케스트레이션(편곡상)까지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뒀어요.

👉리바이벌(Revival) 공연

이미 공연된 작품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제작돼 무대에 오르는 것. 창작진과 배우진, 무대 등이 최초 공연과는 다를 수도 있다.
 

🎬원작의 스토리가 궁금해!

 <물랑루즈>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았는지 궁금하시죠? 이야기의 배경은 1899년 파리예요. 낭만파 시인이자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보헤미안 ‘크리스티앙’은 '물랑루즈'라는 카바레 근처의 낡은 여관에서 작곡하고 연주하면서 지냈는데요. 어느 날, 노래하는 무리를 만나 같이 물랑루즈의 공연을 보게 돼요. 그 공연에서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최고의 인기 가수 ‘샤틴’이 공작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잔뜩 매력을 뽐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죠. 하지만 샤틴은 크리스티앙을 부자 공작으로 착각하여 서로 얽히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지고 말아요. 그 순간! 공작은 샤틴과 크리스티앙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샤틴은 새로운 뮤지컬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해요. 크리스티앙도 그의 거짓말에 장단을 맞춰 즉석에서 뮤지컬 시나리오를 지어내죠. 결국 샤틴은 공작에게 크리스티앙을 극작가로 소개하고 물랑루즈 뮤지컬에 대한 투자 약속을 받아내요. 이후 두 사람은 뮤지컬을 제작하며 그 뒤에서 사랑을 키워나가요.

 

🎉물랑루즈 클럽에 들어온 듯, 환상적인 무대!

뮤지컬 <물랑루즈>의 세트장, 출처: Matthew Murphy

  막대한 인력과 자본, 화려함으로 꽉 찬 세트장은 영화 <물랑루즈>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연해냈어요. 뉴욕 맨해튼 45가에 있는 알 허쉬필드 시어터(Al Hirschfeld Theatre)의 모든 입구에는 물랑루즈를 뜻하는 ‘MR’로고가 걸려 있고, 객석 주변의 벽에도 빨간 비단을 두른 소품들이 놓여있어요. 이러한 풍경은 마치 파리의 카바레에 있는 물랑루즈 클럽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죠. 1층 좌석 위쪽에는 금빛과 붉은 장식이 달린 샹들리에가 있어요. 특히 무대 좌측에는 물랑루즈 클럽을 상징하는 풍차가, 우측에는 샤틴의 방을 상징하는 코끼리가 우뚝 서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요. 무대 위에는 배경을 의미하는 ‘Moulin Rouge'라는 네온사인이 박혀있고 그 뒤로는 하트 모양 구조물이 겹겹이 무대를 채우고 있어요. 심지어 무대에서는 앙상블 배우들이 등장해 묘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기죠. 특히 OP(Orchestra Pit)석은 테이블이 있는 자리로 개조했는데, 이 자리에 앉으면 물랑루즈라는 가상공간을 선물 받는 기분이 들 거예요.

👉OP석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석은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공연할 때 오케스트라가 있는 좌석이며, 관객용으로 판매하기도 해요. OP석은 무대와 가장 가까워서 공연 마니아 층이 선호하죠.

 

🕺💃<물랑루즈>의 스타는 누구?

뮤지컬 <물랑루즈>의 배우 캐런 올리보(좌측)과 아론 트베잇(우측), 출처: Matthew Murphy

  뮤지컬의 샤틴은 원작 영화의 니콜 키드먼과는 또 다른 섹시함을 보여줘요.  샤틴을 맡은 캐런 올리보(Karen Olivo)는 2017년에 진행한 워크숍부터 뮤지컬 <물랑루즈>를 함께 제작해온 배우예요. 무대 위에서 격한 안무를 시원하게 소화해내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어요. 올리보는 뮤지컬 <인더하이츠(In the Heights)>의 초연 멤버이고,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로 토니어워즈 배우 부문을 수상한 유일한 배우이기도 해요. 2016년엔 <해밀턴(Hamilton)>의 시카고 공연에서 안젤리카 역을 맡아 많은 팬을 모으기도 했어요.

  그의 상대역인 크리스티앙을 맡은 배우 아론 트베잇(Aaron Tveit)은 많은 한국 팬을 보유한 뮤지컬 스타죠.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과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초연에 출연했던 배우인데, 한국에서는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2012)에서 앙졸라 역을 맡은 것으로 유명해요. 뮤지컬에서 크리스티앙의 직업은 시인이 아닌 작곡가이고 ‘Come What May’도 그가 직접 작곡한 노래라는 설정이에요. 여기에 배우의 가창력이 더해져 곡의 호소력이 깊어졌죠. 크리스티앙 캐릭터를 트베잇의 스타성이 지탱하며 화려한 샤틴과의 균형을 잘 유지했어요.

 

🎶음악으로 꽉 찬 무대

  <물랑루즈>는 원작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이고 주크박스 스타일을 그대로 따왔어요. 뮤지컬은 원작 영화보다 훨씬 많은 70곡의 팝송을 사용하는데, 클래식부터 힙합까지 장르를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죠. 앙상블 배우들의 화려한 쇼로 혼을 쏙 빼놓는 오프닝은 ‘Lady Marmalade’로 시작해 힙합 가수 넬리(Nelly)의 ‘Ride With Me’,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Let's Dance’,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연주곡 캉캉까지 약 10곡이 이어져요. <물랑루즈> 속 노래를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비욘세(Beyonce)의 ‘Single Ladies’, 마돈나(Madonna)의 ‘Material Girl’, 퀸(Queen)의 ‘Play The Game’, 앨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이에요. 따로 뮤지컬 넘버를 예습하고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 아는 노래들이죠?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현대 팝 가요들을 스타일리시한 무대와 매혹적인 스토리라인에 맞게 리메이크하여 믹스매치하면서, <물랑루즈>가 보여주는 쇼의 열정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줘요. 뮤지컬에서 전문적인 음악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대중과의 거리를 확실히 좁힌 트렌디한 작품인 셈이죠.

 

 

💬 Editor’s Comment
  한국 관객들이 <물랑루즈>의 수상을 주목할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국내 제작사 CJ ENM이 뮤지컬 <물랑루즈>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이에요. 브로드웨이는 <물랑루즈>를 기획할 때부터 CJ ENM에 러브콜을 보냈다고 해요. 이에 <물랑루즈>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공동 제작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죠. 이를 통해 CJ ENM은 ‘브로드웨이 리그’의 정회원 자격을 얻었고, 한국 기업에서 처음으로 토니상 심사에도 참여했어요. CJ ENM은 한국 단독 공연권도 선점했다고 하는데, 몇 년 내로 국내에서 <물랑루즈>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의 샤틴과 크리스티앙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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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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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토니어워즈 #10관왕 #물랑루즈 #영화원작 #웰메이드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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