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발레에 권위를 부여하다, 마리우스 프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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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하면, 어떤 작품이 떠오르세요? 지금 막 여러분의 머릿속을 스치는 그 작품! 아마, 십중팔구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 세 작품들 중 하나를 꼽으셨을 것 같아요. 발레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이 작품들은, 세계 대부분의 발레단이 공연하는 주요 레퍼토리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는데요.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18180-1910)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고전 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그리고 그로부터 탄생한 ‘고전주의 발레’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고전주의 발레의 배경

  고전주의 발레는 러시아의 시대적 변화 속에서 그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19세기 후반 러시아는 개혁과 발전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농노제가 폐지되고 농민개혁이 이루어졌으며,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있었죠. 이러한 변화는 예술에 대한 적극적 후원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발레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러시아 황실에서는 공연을 후원하고 외국 무용수들과 안무가를 교사로 초청하는 등 발레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요. 반면, 유럽의 발레는 점차 쇠퇴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발레는 쉬지 않고 유럽과 자국의 무용을 조화시키면서 명성을 얻었고 그 결과, 발레의 주도권은 러시아로 옮겨오게 되었죠.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출처: 위키백과

 

고전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

  러시아 황실은 발레가 예술적으로 고차원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수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847년, 프랑스의 무용수였던 ‘마리우스 프티파’를 러시아의 ‘성 페테스브르그 임페리얼 발레단’으로 초청했죠.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마리우스 프티파는 이후 약 6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황실극장과 관계를 맺으며 러시아의 실질적인 발레 감독으로 활동하게 되었으니까요. 훌륭한 예술가가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그의 예술세계는 꽃이 피기 마련이죠. 프티파가 황실극장의 수석 발레 마스터로 활동하는 동안, 러시아 발레에는 본격적인 황금기가 도래했습니다. 프티파는 1900년대 초까지 총 57편의 대작을 비롯하여 17편의 재 안무, 35편의 오페라 속 발레 장면을 제작하며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출처: 위키백과

 

대표적인 고전 발레 작품

  프티파가 완성한 발레는 고난도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규칙과 형식미를 가졌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이후 고전발레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어요.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인 차이콥스키의 발레곡에 4막으로 구성한 작품인 <백조의 호수>는 프티파의 안무 형식을 전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작품인데요, 형식적인 체계의 완성과 백조들이 질서정연한 군무들의 대형을 통해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형식과 규칙을 가진 프티파의 발레는 ‘권위가 있다’라는 의미가 붙으며 ‘고전(Classic)발레’라 불리게 되죠.

 

《백조의 호수》 2막 中 〈백조의 왈츠〉출처: 위키백과

 

  프티파의 고전발레는 두 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그는 낭만발레 시대에 등장했던 파드되(Pas de deux, 2인무)를 발전시켜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남녀 주인공이 추는 고난이도의 2인무)로 형식화했습니다. 아다지오(adagio)-바리에이션(variation)-코다(coda)로 구성된 파드되(Pas de deux) 와는 달리, 그랑 파드되는 앙트레(entrée, 입장후 인사와 다음을 위한 포즈)-아다지오(adagio, 느린 음악에 맞춰 추는 춤)-바리에이션(variation,남여 무용수 각각의 개인기를 보여주는 춤)-코다(coda,남여 무용수가 함께 빠른 음악에 맞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춤)로 이어집니다. 고전발레 작품들은 대게 이 형식을 따르고 있어요. 기존의 파드되 보다 난도가 훨씬 높으며 특히 남자 무용수의 높은 점프와 회전 동작, 여자 무용수의 포인트 슈즈 테크닉을 주요하게 선보입니다. 남녀 무용수의 화려한 기량과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부분이죠.

 

돈키호테에서의 그랑파드되, 출처: 위키백과


  두 번째로, 프티파는 독립된 3~4개의 막을 구성함으로써 줄거리가 전개되는 파트와 줄거리와 상관이 없는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파트를 확실히 구분했습니다. 덕분에 무용수들은 디베르티스망에서 줄거리에 엮이지 않고 다채로운 안무를 연기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민속무용에서 발전해 발레화한 ‘캐릭터 댄스’를 선보입니다. <백조의 호수> 3막에서 왕자의 성년식을 축하하기 위해 각국의 축하 사절단이 도착해 폴란드, 러시아. 스페인, 헝가리, 나폴리의 민속춤을 선보이고요. <호두까기인형> 2막에서는 여러 가지 재료들이 추는 민속춤이 등장합니다. 초콜렛은 스페인, 커피는 아라비아, 차는 중국, 막대사탕은 러시아의 춤을 추지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다른 디베르티스망과 달리 그랑 파드되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요, 3막의 결혼식 장면에서 ‘장화신은 고양이’, ‘파랑새와 플로린 공주’, ‘빨간 모자와 늑대’ 등 동화 속 캐릭터가 등장해요. 이렇게, 디베르티스망은 발레작품에 재미와 활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호두까기인형 中 스페인춤, 출처: 유니버셜발레단

 

  프티파는 발레가 본고장이었던 프랑스와 서유럽 등지에서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하며 위기를 겪던 시절, 러시아로 그 생명력을 이어와 예술로 발전시킨 장본인이에요. 그로인해 발레의 중심은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러시아로 넘어오게 되었죠. 그는 발레 작품에서 더욱 뚜렷한 형식미와 규칙을 만들어 때론 마치 기계로 찍어놓은 듯 완성도 높은 형식미를, 또 때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안무를 보여줍니다. 쉴 새 없이 군무를 만들고 기록하며 발레에 온 열정을 바쳤던 그. 그 결과 후대의 안무가들의 창작의 근간이 되어준 ‘고전주의 발레’가 탄생하게 되었죠.. 아래에 프티파가 직접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안무 노트가 있습니다. 발레에 권위를 부여한 마리우스 프티파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지시나요? 역시 권위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봅니다.

 

프티파의 <라 바야데르> 안무노트, 출처: 위키피디아

류한울·조주연 공동 작성

 


참고자료
- 김순정. 『김순정의 발레 인사이트』, 서울: 씨네스트, 2020.
- 한지영. 『발레작품의 세계』, 서울: 플로어웍스, 2021.
- 이은경. 『발레 이야기』, 서울: 열화당,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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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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