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작고 소중해, 어린이가 주인공인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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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을 막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뮤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린이’를 붙인 신조어에 어린이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다’, 혹은 ‘없다’로 논란이 많습니다. 어린이는 정말, 미성숙한 존재일까요? 뮤지컬 무대 위, 진짜 어린이가 서 있습니다. 이 자그마한 체구의 아이는 혼자서도 커다란 무대를 꽉 채우고 있어요.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추며 수 시간 동안 무대를 이끌어갑니다. 한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노래와 연기, 대사 전달력과 카리스마. 그 어느 것 하나도 ‘어린이’같지 않은, 어린이 배우들인데요. 뮤지컬 작품의 주연을 맡은 그들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탄광촌 소년 빌리의 발레리노 도전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포스터, 출처: 국제뉴스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자면, 역시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입니다. 이 작품은 2000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80년대 영국 탄광촌에서 태어난 소년 ‘빌리’의 발레 도전기와 성장 스토리를 다루고 있죠. 2005년 런던에서의 초연 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2010년,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그런데 뮤지컬 공연의 난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소년 ‘빌리’가 주인공이라는 점이었어요. 극 속에서 ‘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빌리’역의 아역배우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무대 위에서 고난도의 안무와 가창력,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거든요. 이는 성인 배우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때문에 ‘빌리’를 맡을 배우를 선발하는 오디션 과정은 무척 험난했습니다. 오디션 과정만 무려 1년 정도가 걸렸다는데요. 캐스팅 후에도 어린 배우들은 ‘빌리스쿨’에서 필라테스부터 시작해 발레, 탭댄스, 스트리트 댄스, 아크로바틱, 와이어 액션, 노래 등을 훈련하며 기본기를 단련했다고 해요. 이렇게 혹독한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작품을 연습하고 본 공연에 들어갔는데요. 공연 도중에도 부상이나 체력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기에, 매 공연마다 1명의 출연 배우와 2명의 예비 배우가 함께 공연장을 지켰다고 합니다. 아역 배우들이 이렇게 무대 위에 서기까지, 끝없이 시도하고 노력했을 그 기나긴 여정이 작품 속 ‘빌리’의 모습과 꼭 닮아 보입니다.

 

 

나는야, 천재소녀 마틸다

뮤지컬 <마틸다> 포스터

  이번엔 여자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뮤지컬 <마틸다(Matilda)>를 소개할게요. 이 작품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로 유명한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이 1988년에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같은 소재로 1996년 영화화된 후, 2010년 영국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했습니다. 이후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를 거쳐 캐나다, 싱가포르, 중국, 남아프리카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 성공적인 초연을 가졌고요. 물질주의에 찌든 채 TV만 좋아하는 ‘코치 포테이토’, 부모와 멍청한 오빠. 아이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교장. 그들에게 반기를 들게 되는 천재 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 역시, 아역 배우가 2시간이 넘는 분량의 대사와 노래, 춤을 소화해야 하는 고난도의 작품이었습니다. 까다로운 조건이 전제되었던 오디션이었지만, 한국 초연 오디션에서는 600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는데요. 마침내! 7차까지의 치열한 오디션을 거친 4명의 어린이가 ‘마틸다’ 역을 쟁취했습니다. ‘마틸다’가 된 소녀들은 A4용지로 무려 12페이지가 되는 엄청난 대사 량을 거뜬히 소화해야 했어요. 천재소녀다운 심오한 단어들로 가득 찬 긴 독백도 예외는 아니었죠. 여기에 춤과 노래까지 해야 했으니, ‘천재 소녀 마틸다’가 했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명랑소녀 자두의 오디션 도전기

뮤지컬 <안녕 자두야> 포스터, 출처: 조선일보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는 해외에서 온 라이센스 뮤지컬이었죠. 반갑게도, 우리의 창작 뮤지컬 중에도 어린이가 주인공이 작품이 있습니다. <안녕 자두야>라는 작품인데요. 1997년에 탄생한 명랑소녀 캐릭터 ‘자두'의 좌충우돌 오디션 대소동을 그린 작품으로, 2018년에 올림픽공원에서 초연을 가졌습니다. 주인공 자두 역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와 인기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 출연했던 아역배우 유은미가 캐스팅되었죠. 연기력이야 이미 증명된 배우인데다가 실제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도 높아서 관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었답니다.

 

뮤지컬 <안녕 자두야>의 배우들, 출처: 조선닷컴

 


  아역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을 겁니다. 흥행을 보증할 성인 스타 배우도 없을뿐더러, 공연에서의 변수가 있을 수 있어 흔히, 리스크가 큰 공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 세 작품의 아역 배우들은 ‘빌리’였고, ‘마틸다’였고, ‘자두’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은 성인 배우들에 뒤지지 않았는데요. ‘미성숙한 어린이’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어린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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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17

키워드

#빌리엘리어트 #마틸다 #안녕자두야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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