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바라는 꽃놀이를 떠나요! 안녕,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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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피는 꽃 ‘모란’이 한여름에 활짝 피었어요! 바로, 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안녕(安寧), 모란’ 전시인데요. 모란은 풍성한 꽃잎이 주는 화려한 모습으로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며 ‘왕의 꽃’이라 불리기도 해요. 그 의미만큼 조선 왕실에서도 모란을 궁궐 후원에 심거나, 의복이나 도자기 등에 그려 넣을 만큼 애정 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의 문화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어요. 또한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화려한 구성으로 관람객을 모란꽃의 세계로 인도해요. 게다가 코로나 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우리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는데요. 지난 7월 7일에 시작된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에요. 안녕이 필요한 요즘, 고궁박물관으로 꽃놀이를 떠나 볼까요?
🙏안녕이 필요한 우리에게, ‘안녕, 모란’
국립고궁박물관이 기획한 ‘안녕, 모란’ 전시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각종 생활용품과 의례용품 중 모란꽃을 담은 유물 120여 점을 선보여요. 모란꽃은 삼국시대부터 조선 왕조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모양과 함께 풍요와 안녕을 상징하는 의미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특히 선조들은 모란꽃 그 자체를 즐기기도 했지만 그림과 무늬로 만들어 일상 속에서 늘 함께했는데요.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유물을 통해 과거 선조들이 모란을 사랑한 이유와 모란을 일상 속에서 즐긴 방식을 소개해요. 우리 선조들은 모란의 개화 과정에 따른 모습, 봉우리 수 등 모란의 형태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의미와 유사한 생활용품, 행사에 모란을 활용했는데요. 이를 통해 당시 선조들의 생각과 삶의 가치관을 알 수 있어요. 이번 전시는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로 관람이 가능해요. 단, 코로나 19로 인해 시간당 60명, 하루 630명까지로 입장이 제한되니 관람 시 참고해주세요:)
👑 꽃 중의 왕, ’모란’
모란꽃은 언제부터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을까요? 중국 북송 시대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는 성리학의 이론적 기초를 쌓으며, 조선 시대 유학자에게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인데요. 그는 정원에 있는 식물을 보며 외적인 모습보다 식물만의 철학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려 했어요. 그래서 <애련설(愛蓮說)>이라는 시를 통해 국화, 모란, 연꽃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꽃말 풀이처럼 담아냈죠. 이를 계기로 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는데요. 주돈이는 <애련설>에서 모란을 ‘부귀한 자’라고 비유했어요. 모란꽃의 겹겹이 싸여있는 풍성한 꽃잎과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붉은 색이 위엄과 품위를 갖춘 부귀영화로 느껴진 것이죠.
이후 모란은 꽃 중의 왕이라 불리며 왕을 의인화한 이야기에 자주 등장했어요. 신라의 신문왕(제31대왕) 시대 학자 설총(薛聰)은 단편신문 <화왕계(花王戒)>에서 모란을 왕으로 등장시켰고 조선 시대 문인 임제의 <화사(花史)>에서도 왕은 모란으로 백성은 풀로 표현되었죠. 점차 모란은 부귀영화와 안녕을 뜻하는 꽃으로 인식되어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왕실과 민간을 막론하고 사랑을 받아요. 특히, 조선 왕실에서의 모란은 살아있을 당시의 부귀를 넘어 죽음 이후의 부귀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확장되었어요. 조선 왕실에서는 왕과 왕비가 죽음을 맞이하면 모란이 그려진 병풍을 시신과 혼의 주변에 펼쳤는데요. 이는 모란 병풍이 고인을 지키고, 이제 조상이 된 왕과 왕비가 하늘에서 나라의 안녕을 번영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 ‘안녕, 모란’ 전시 작품이 궁금해!
이번 전시는 모란을 매개로 조선 왕조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특별 기획전이에요. 우리 선조들의 일상 속 다양한 용품, 행사에 모란을 활용하면서 어떻게 모란과 함께했는지 그 방법을 3개의 이야기로 나누어 선보이는데요. 더불어 모란 향으로 후각을 자극하고 화려한 미디어 아트가 시각을 매혹시켜 우리를 모란의 세계에 흠뻑 취하게 만들어 줄 거에요!

👉 가꾸고 즐기다(Growing and Enjoying Peonies)
모란은 신라 진평왕(眞平王, 재위 579~632년) 대에 한반도에 전해졌어요. <고려사(高麗史)>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 따르면, 왕과 신하들이 궁궐의 모란을 감상했다는 기록과 모란에 대한 시가 여러 편 남아있죠. 조선 전기부터는 종친들의 정원에도 모란을 심고 모란에 대한 애호는 모란을 그리고 감상하는 것으로 이어졌어요. 특히 18세기에는 꽃과 풀을 소재로 하는 그림인 화훼화(花卉畫)의 유행으로 모란이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더불어 민간에서도 모란이 상징하는 부귀화의 염원을 담은 모란도가 크게 성행하여 민화(民畫)의 주제로도 많이 그려졌어요.
이번 전시에서도 모란을 그린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19세기 대표적인 초상화가 이한철(李漢喆)의 작품인데요. 그림을 보면 활짝 핀 모란 위로 나비 5마리가 날아다녀요. 여기서 나비는 중국에서 80세 노인을 뜻하는 단어와 음이 똑같아 ‘장수’를 상징해요. 모란과 함께 있는 나비. 즉, 부귀영화를 누리며 장수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임을 알 수 있죠. 그리고 석류(다산의 상징), 원앙(부부 금실)과 함께 모란을 그리면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를 가져요. 이렇게 모란은 어떤 사물과 함께 그려지는가에 따라 상징하는 내용이 달라진답니다.

👉 무늬로 피어나다(Blooming Peonies as Designs)
모란 무늬는 중국 오대(五代, 10세기) 때 처음 등장했는데요. 행운을 상징한다는 의미가 담긴 길상(吉祥)무늬 중 하나로 인정받으며 동아시아에서 두루 사용되었어요. 이렇게 모란무늬가 길상무늬로 인정받은 것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주돈이의 <애련설>의 영향이 컸답니다. 한반도는 고려 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모란무늬를 꾸준히 애정 했는 데요. 특히 혼례와 관련된 의복과 가마에서 모란을 주요 장식으로 사용했어요. 19세기 이후 길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모란의 상징성은 더욱 강조되었죠. 그리고 이는 각종 공예, 건축물, 장식에서 더욱더 화려하고 풍성하게 담겼어요.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의 제23대 왕인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가 입은 혼례복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혼례복은 조선 시대 남아 있는 활옷 중 제작 시기와 착용자가 유일하게 명확한 옷이에요.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일반인에게 그 모습을 공개해서 주목을 받고 있어요. 또한 유리창에 ‘모란 그림’을 그린 가마도 눈길을 끌어요. 이 가마는 왕실 여성들이 궁을 출입하거나 혼례 때 별궁으로 이동할 때 등 사용하는 덕응(德應)인데요. 이 가마를 보면 네 면에 판유리로 창을 만들고 그 위에 채색으로 풍성하게 모란을 그렸어요. 그 모습이 조선 왕실의 고풍스러운 자태를 보여줘요.

👉 왕실의 안녕과 나라의 번영을 빌다(Peonies Embodying Wishes for a Peaceful Royal Court and a Prosperous Dynasty)
모란도는 주로 병풍 형태로 활용되었는데요. 왕이 앉아 정사를 보는 자리인 어좌(御座)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만큼이나 많이 그려진 것이 바로 모란도(牧丹圖)일 만큼 인기가 좋았죠. 특히 모란도 병풍은 왕실의 조상을 섬기는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고인이 된 왕과 왕비가 나라를 돌보는 조상신이 된다고 생각하고, 모란을 통해 저승에서도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죠. 모란도 병풍은 왕실 내부에 상을 당했을 때의 예절에 빠지면 안 되는 필수 준비물이었어요. 또한 제례(祭禮)를 위한 병풍, 왕실 사당의 건축물 곳곳에도 모란무늬 장식으로 활용되었죠. 이렇게 모란은 왕의 즉위나 결혼식, 제사의식 등의 의례에 두루 사용되며 왕실의 권위를 강조하는 역할을 했어요.
이번 전시에서도 <모란도 병풍>을 만나볼 수 있어요. 특히 3부 전시장 3면을 모두 모란도 병풍으로 둘러서,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요. 또한 관람객이 최대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유물과 보호 유리면 사이 거리를 좁힌 섬세한 기획도 인상적이에요. 더불어 의례와 모란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왕의 어진과 모란도 병풍, 향로, 교의, 의궤를 함께 전시한 공간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 미디어아트가 만든 생생한 모란꽃이 활짝!
역사 속 유물을 선보이지만, 전시는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매우 트렌디한 구성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해요. 그리고 전시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모란의 매력에 빠져들도록 구성했는데요.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동작감지센서가 관람객 움직임을 감지하면 바닥에서 모란꽃이 활짝 피어나며, 관객들을 꽃길로 인도해요. 또한, 천장에 설치된 빔프로젝터 4대와 양 벽면에 설치된 거울이 드넓은 꽃밭을 만들어주죠.
특히, 3D 영상으로 만들어진 소나무 숲과 모란으로 꾸민 전시장도 있는데요! 마치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을 걷다가 모란꽃을 발견하듯, 모란 그림을 만나는 연출이 매우 신비롭죠. 19세기에 활동한 조선 화가 김수철의 <괴석>, <모란 그림>과 남계우의 <모란·나비>, 신명연의 <산수 화훼도 중 모란>, 허련의 <모란 화첩> 등이 펼쳐져 있어요. 그리고 소나무 숲 사이로 비가 내리고, 새가 날아다니는 영상이 흐르면, 모란 꽃향기가 전시장에 퍼지며 관객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답니다.
💬Editor’s Comment
‘안녕, 모란’ 전시장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있어요.
‘마주 보며 다정한 미소를 건네는 것도, 손을 맞잡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일도 힘든 시기입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나는 꽃 한 송이, 잎을 떨구고 새잎 틔우기를 반복하는 나무의 꾸준함은 우리에게 작지만 큰 위로를 건넵니다. ‘안녕, 모란’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건네는 인사이기도 하고, 조선 왕실의 안녕을 빌었던 모란무늬처럼 우리 모두의 안녕을 비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모란 그 크고 화려한 꽃송이에, 그 화사한 향기 속에 여러분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서로의 안녕을 기원해 봅니다.’ 그 무엇보다 안녕이 필요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전시예요. 이번 주말, ’안녕, 모란’에서 모란꽃의 영화로운 기운을 받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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