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가 따로 필요 없다는 그 작품! 뮤지컬 <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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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MC 유재석이 ‘티겟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라, 홍보가 필요 없는 뮤지컬’이라고 언급하며, 그 인기를 증명한 공연이 있어요. 바로, 뮤지컬 <헤드윅(Hedwig)>인데요.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 잡은 <헤드윅>이 2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어요. 지난 7월 30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시작된 이번 공연은 오는 10월 31일까지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뮤지컬 <헤드윅>은 2005년 국내 초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2번의 시즌 동안 누적 공연 횟수 2,300회, 누적 관객수 63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쓰고 있는 작품이에요.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뮤지컬 <헤드윅>. 그 매력은 무엇일까요?
👏 두둥! 뮤지컬 <헤드윅> 파헤치기!
1960년대 동 베를린(EAST BERLIN), 소년 한셀은 좁은 아파트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요. 그의 유일한 친구는 미군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오는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1947~2016), 루 리드(Lou Reed, 1942~2013), 이기 팝(Iggy Pop, 1947~)의 노래들이죠. 그는 노래를 들으며 영감을 얻고, 미국 생활을 꿈꾸게 돼요. 성장한 한셀은 미군 병사 루터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와 함께 미국으로 가고자 성전환 수술을 받아요.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의 수술은 1인치의 살덩이를 남기면서 실패하게 되죠.
루터와 미국으로 온 헤드윅은 결혼 1년 만에 루터에게 버림을 받고 말아요. 그 후 그는 가발을 쓰고 록 밴드를 만들어, 변두리의 바에서 노래를 부르죠. 그러다 17세 소년 토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는 토미에게 락을 알려주고, 함께 공연하며 사랑을 키워갔어요. 그러던 중 1인치 살덩이의 존재를 알게 된 토미는 그를 버리고 떠나가요. 그러나 문제는 토미가 헤드윅이 만든 곡들을 훔쳐 세계적인 록스타로 성장하게 된 것이에요. 믿었던 사랑의 배신으로 상처 입은 헤드윅은 *드랙퀸(Drag queen) 이츠학을 만나, 그와 결혼하게 되죠. 헤드윅은 토미의 곡이 자신의 것임을 공연을 통해 계속적으로 알리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헤드윅은 길에서 우연히 토미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헤드윅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져요.
뮤지컬 <헤드윅>은 성 소수자인 헤드윅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돼요. 이 과정에서 작품은 성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등장 시켜, 그의 모습에서 내 자신을 만날 수 있게 해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오롯이 나를 이해해줄 반쪽을 찾고자 불안해하는 인간의 보편의 감정에 대한 메시지이죠. 나아가 우리는 누군가의 반쪽이 아닌, 나 스스로가 완전한 존재이고 그 누구보다 사랑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임을 깨닫게 해줘요.
*드랙퀸: 남성 성 소수자들이 예술,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하는 행위를 말해요.
👀<헤드윅> 비하인드가 궁금해!
뮤지컬 <헤드윅>은 1994년 LA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시작되었어요. 존 카메론 미첼(John Cameron Mitchell, 1963~ / 대본, 헤드윅 역)과 스티븐 트래스크(Stephen Trask, 1966~ / 음악감독)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요. 취향이 잘 통한 그들은 이야기 도중 떠오른 <헤드윅>이란 소재를 공연으로 제작하기로 하죠.
처음 <헤드윅>을 선보일 당시에는 뮤지컬이 아닌, 뉴욕의 유명한 드랙퀸 클럽 스퀴즈박스(Squeezebox)에서 상연하는 30분 내외의 짧은 공연이었어요. 그러나 점점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1998년 오프 브로드웨이(Off-Broadway) 극장인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극장에서 뮤지컬로 재탄생되었죠.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펑크 록, 발라드,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와 거침없이 화려한 헤드윅의 매력은 곧 관객들을 매혹시켰고, 2014년 4월 드디어 브로드웨이(Broadway) 무대를 점령했어요.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통해, 제68회 토니 상(Tony Awards)에서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조명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받으며 성공 궤도를 달리기 시작했어요!
🎬영화 <헤드윅>도 있다고?
존 카메론 미첼은 2001년 <헤드윅>을 영화로도 제작했어요. 개봉 당시 제17회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감독상과 관객상, 제51회 베를린영화제(Internationale Filmfestspiele Berlin)에서 테디 베어 상, 제27회 시애틀국제영화제(Seattl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는데요. 한국에서는 2002년에 4개의 상영관에서만 상영했음에도 무려 2만 5,300명이 관람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어요.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헤드윅>이 인기를 얻자, 영화 <헤드윅>은 2017년 재개봉을 해요. 재개봉 당시, 전국 90개 상영관에서 9일 만에 전국 2만 5천여 관객이 찾아오는 기록을 남겼죠.
*선댄스 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 : 1970년대 영화감독이자 영화배우인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 1936년~)가 상업주의에 반발하며 독립영화를 활성화하고자 창설한 영화제예요. 매년 1월경 미국에서 열리고 있죠.
😻세계도 인정한 한국의 <헤드윅> 사랑
사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헤드윅과 열 받은 일 인치(Hedwig and the Angry Inch)>예요. 풍기는 느낌이 괴상하죠? 그래서 국내에서는 <헤드윅>으로 불리는데요. 이미 뮤지컬 <헤드윅>은 전 세계 7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될 만큼 인기를 누렸지만, 2005년 한국에서의 초연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의 성공은 예측하기 힘들었다고 해요. 보수적인 사회정서로 인해, 성 소수자의 이야기는 한국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할 거라 예측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예상외로, 많은 국내 뮤지컬 팬들이 <헤드윅>의 인간적인 아픔에 공감하며 열광했어요. 그 후 벌써 한국 관객과 만난 지, 17년이나 되었는데요. 오리지널 팀을 포함한 전 세계 <헤드윅> 중 한국의 <헤드윅>이 가장 많이 공연되었고, 가장 많은 관객이 관람했어요! 한국의 <헤드윅> 사랑은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는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018년까지, 총 3번의 내한 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헤드윅>의 주요 넘버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어요.
😽오래 사랑받는 맛집은 이유가 있는 법

✓ 한을 아는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한, 상처투성이 ‘헤드윅’
뮤지컬 <헤드윅>은 표면적으로는 성 소수자의 이야기지만, 껍질을 벗기면 사랑에 배신당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 살아가는 상처 받은 주인공이 있어요. 관객들은 헤드윅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보고 공감한 것이죠. 제작진 역시 주인공의 성적인 성향 보다 인간의 이야기를 부각하고자 했다고 해요. 원작에 비해 화려한 조명과 의상, 무대 장치를 사용해서 주인공의 쓸쓸한 내면이 더욱 부각될 수 있도록 했죠.
✓ 배우에 따라 다양한 ‘헤드윅’을 만나는 재미
조승우, 오만석, 조정석, 우연석, 김동완, 박건형 등 한국 공연에서 지금까지 ‘헤드윅’ 역을 담당한 배우는 10명이 넘는데요. 이는 전 세계 <헤드윅> 공연 중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해요. 한국의 ‘헤드윅’은 출연진에 따라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헤드윅'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나아가 캐릭터의 다양한 매력이 17년이란 긴 세월 동안 <헤드윅>을 사랑받는 뮤지컬로 이끈 원동력이라고 평가받고 있죠.
✓ 뮤지컬 <헤드윅>을 지켜주는 ‘헤드헤즈’ 파워!
‘헤드헤즈’는 뮤지컬 <헤드윅>의 팬클럽이에요. 한 배우의 팬이 아닌, 뮤지컬 <헤드윅>을 사랑하는 이들이죠. 이들은 일반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서 나아가 작품의 제작단계부터 참여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연을 관람하여 작품의 성공을 위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헤드헤즈’의 영향력으로 다른 해외공연에서 선 적 없는 존 카메론 미첼과 스티븐 트래스크를 국내 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었어요. 제작진 역시, 이들을 일반적인 관객이 아닌, 동반자로 생각할 만큼 그들의 파워는 대단해요.
💘2021년 뮤지컬 <헤드윅>이 궁금해!

2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헤드윅>은 역대급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특히, 배우 조승우가 5년 만에 헤드윅 역으로 돌아와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조승우는 2005년 초연 당시에도 헤드윅을 연기하며 작품을 화제의 공연으로 이끈 주인공인데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며 ‘조드윅’ 이라는 별명과 함께 <헤드윅>의 대표 배우로 인정받았죠.
조승우와 함께 시즌 1부터 함께 한 배우 오만석의 출연도 주목해야 해요. 오만석이 연기하는 헤드윅 을 위해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이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평을 할 만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죠. 또한 최근 브라운관과 무대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배우 이규형과 팬텀싱어로 화제를 모은 고은성, 실력파 아이들로 인정받은 뉴이스트의 맴버 렌(최민기)이 새로운 ‘헤드윅’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리고 헤드윅의 남편이자 동료인 '이츠학' 역에는 배우 이영미, 김려원, 제이민, 유리아가 캐스팅되었어요.
💬Editor’s Comment
‘The Origin of Love’는 뮤지컬 <헤드윅>의 대표 넘버인데요. 이 곡은 플라톤(Plato, B.C. 427~ B.C. 347)의 ‘향연(symposium)’ 속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B.C. 448~B.C. 380)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되었어요. 이야기에 따르면 태초에 남성과 여성 그리고 두 가지 성이 함께 존재하는 양성이 있었으나, 신이 이들을 둘로 갈라놓았고 인간은 자신과 붙어있던 잃어버린 반쪽을 그리워한다는 스토리예요. 성 소수자였던 <헤드윅>의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은 이 스토리를 그림으로 그리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그가 겪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회의 편견, 고민과 상처를 <헤드윅>을 통해 노래와 공연, 영화로 치유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헤드윅>은 성소수자를 넘어 상처받은 이의 이야기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고요. 이렇게 예술은 우리에게 공감 능력과 깨달음을 선물하곤 하죠. 화려한 볼거리와 먹먹한 감동이 있는 뮤지컬 <헤드윅>으로 재미와 위로를 동시에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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