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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만에 추억 속으로, 굿바이 서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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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서울극장, 출처 : 중앙일보

 

  42년 동안 우리나라 영화계를 지켜온 서울극장이 8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난 때문인데요. 서울극장은 스크린이 한 개이던 시절부터 대형 멀티플렉스 시대까지, 한국 영화의 역사를 함께해온 곳이에요. 더불어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긴 상징적인 공간이라 더욱더 아쉬움이 남아요. 서울극장은 오는 11일부터 31일까지, 그동안 극장을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고맙습니다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한편 영화계는 코로나 19로 인해, 서울극장과 같이 경영난으로 폐관하는 소극장들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42살, 서울극장 이야기

  1979년에 등장한 서울극장의 모태는 1958년 개관한 세기 극장이에요. 기존에 개봉했던 영화를 재상영하는 곳이었던  세기극장을 합동영화사에서 인수한 후 서울극장으로 상호를 바꾸어 재개관한 것인데요. 개관 당시 서울극장은 정소영 감독의 <마지막 겨울(1978)>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어요. 그러나 화려한 시작과 달리 점점 저조한 관객 수를 보여주었고, 1982년 <애마부인>으로 다시 관객들에게 입지를 다지죠. 그 후 단성사, 피카디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42년이라는 시간 동안 종로 3가에서 한국 영화의 명맥을 지켜왔어요.

🌟 종로3가의 골든 트라이앵글

  1907년 국내 최초의 상설 영화관으로 개관한 단성사에 이어, 1958년 문을 연 피카디리와 1979년 재개관한 서울극장까지. 사람들은 이 세 극장을 종로 3가의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렀고, 이 세 극장 덕분에 종로는 늘 북적였어요. 단성사는 한국 영화의 태생지로 불려요.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개봉했기 때문이죠. (참, 10월 27일이 ‘영화의 날’인 것도 한국 최초의 영화 개봉을 기념한 것이에요!) 자체 제작과 상영, 배급을 함께 진행했죠. 나운규의 <아리랑(1926)>, 임권택의 <서편제(1993)>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수많은 걸작을 선보이며, 한국 영화계를 이끌었죠. 피카디리는 1958년 반도 극장으로 출발해 1962년 피카디리로 명칭을 변경했어요. 영화 <접속>의 두 주인공이 만나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최근에는 이곳의 역사적 의미와 추억을 기리고자, CGV에서 피카디리의 이름을 따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개관 초기 단성사, 출처 : 한국일보

 

2000년대 피카디리, 출처 : 헤럴드경제
 

 

  서울극장은 국내 영화 문화의 변화를 선도하던 곳이에요. 당시에는 극장마다 한 개의 스크린으로 하나의 작품만을 상영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작품에 제한이 있었어요. 이러한 관객의 아쉬움을 알게 된 서울극장은 1989년 스크린을 3개 관으로 확장하며, 국내 최초 복합 상영관을 선보였는데요. 이렇게 서울극장이 초대형 영화관으로 변화하자, 당시 대중들은 서울극장을 한반도 최고의 핫플레이스라 불렀죠. 서울극장은 1997년 총 7개의 스크린으로 확대해 그 명성을 이어가려 했어요. 하지만 2000년대에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등장하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맞이하게 됐죠. 서울극장은 대형 멀티플렉스가 바꿔 놓은 영화관 풍토 속에서도, 전통과 상징성 있는 공간으로서 한국 영화관의 역사를 지켰어요. 그러나 피할 수 없던 팬데믹으로 인해, 이번 달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어요.

 

📽한국 영화계를 이끈 합동영화사!

  합동영화사 설립 스토리는 한 편의 영화 같아요. 합동영화사의 회장 곽정환(1930~2013)은 군 제대 후 영화 제작을 하는 선배에게 돈을 빌려줬어요. 그러나 빌려준 돈 대신 그에게 돌아온 건, 서울 변두리의 영화 흥행 판권이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외교학 출신이었던 그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돼요. 그리고 1962년 <주유천하>, <새엄마(1963)>, <이쁜이(1964)> 등 그 제작한 작품이 줄줄이 흥행하면서 그는 국내 영화계의 거장으로 성장하죠. 그리고 1964년에 합동영화사를 설립해 배우들을 직접 발굴해서 영화를 찍게 시작해요! 

  합동영화사는 1960~1990년대 이르기까지 247편의 한국 영화를 직접 제작했어요. 작품들은 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통속적인 작품들이 많아요. 유현목 감독의 <순교자(1965)>, 이만희 감독의 <7인의 여포로(1965)>, 배우 윤정희 데뷔작 <청춘극장(1967)> 등이 대표적인데요. 그 중 <깜보(1986)>를 통해 김혜수는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어요. 이 과정에서 고은아, 김혜수, 박중훈이 합동영화사를 통해 데뷔했고,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강제규 감독과   <왕의 남자(2005)>의 이준익 감독 등 현재 한국 영화계의 거장들을 낳았죠. 이렇게 합동영화사는 한국 영화를 이끈 전설로 자리 잡게 됐어요. 

  1979년 합동영화사는 서울극장을 설립하고, 영화 제작업에서 배급, 극장업으로 사업을 확대해요. 그리고 서울극장이 국내 영화계의 주요 개봉관으로 성장하자, 부산 아카데미극장, 대영시네마, 은아극장, 대구 중앙시네마 등 전국의 극장들을 흡수하여 그 몸집을 키웠는데요. 그 결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화 배급사로 우뚝 서게 되었죠. 여기서 멈추지 않은 합동영화사는 1990년대 부터 워너 브러더스(Warner Brothers), 20세기 폭스(Twentieth Century Studios) 등 해외 영화의 작품을 직접 배급받기 시작했어요. 또한, 투자를 통해 한국 영화의 성장에 꾸준히 일조하고 있는데요. <투캅스2(1996)>, <초록 물고기(1997)>, <넘버 3(1997)>, <편지(1997)> 등 협동영화사가 투자한 많은 작품이 성공을 거두었어요. 지난 2012년 대종상영화제는 협동영화사 고(故) 곽정환 회장에게 공로상을 건넸는데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해서 그와 협동영화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답니다.

 

🎬고맙습니다 상영회

  서울극장은 오는 11일부터 31일까지 관객들을 위한 고별 상영회를 진행해요. 42년 동안, 서울극장을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데요. 일반 개봉 영화와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더불어 서울극장이 그동안 선보이고 싶었던 명작 영화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일반 개봉 영화”로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모가디슈>, <인질> 등 국내 개봉작과 2020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틸다 스읜튼 (Tilda Swinton, 1960~) 주연의 <휴먼 보이스(2020)> 등 해외 개봉 예정작 4편이 준비되어 있어요.

👉“특별 상영 영화”로는 1972년 제작된 <쥐띠 부인>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쥐띠 부인>은 대종상 건전 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도금봉), 조명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은 작품인데요. 게다가 서울극장의 설립자인 고(故) 곽정환 회장이 연출하고 배우 고은아(현 서울극장 회장)가 주연을 맡아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더욱 의미 있죠.

👉“명작 영화”는 다양한 장르 중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모았어요. 흑백 영화 <프란시스 하(2012)>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2008)>, 잔혹 동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등이 있어요. 또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퐁네프의 연인들(1992)>, <몽상가들(2003)>,  <홀리 모터스(2012)>, <로스트 하이웨이(1997)> 등도 공개되어요.

  이번 상영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인 만큼, 무료티켓과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어요. 무료 티켓은 평일 하루 100명, 주말 하루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극장 매표소에서 배부돼요. 그리고 사전 예매를 원하는 관객과 무료티켓을 받지 못한 관객은 구매(1좌석 당 6,000원~1만 원)를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해주세요!

 

🎞흔들리는 극장가, 떠오르는 OTT 시장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극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현저하게 줄자, ‘극장 위기론’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번 서울극장 폐관소식과 함께 다시 화두에 오르게 됐는데요. 과거에는 전통극장이 자취를 감춘다는 의미였다면, 오늘날은 좀 다른 모습이에요.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 대신 OTT 플랫폼을 통한 영화 관람이 확대되자, 멀티플렉스를 포함해서 극장이라는 공간이 존재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영화계 관계자는 OTT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영화 관람을 경험한 이들에게 영화관은 데이트나 시사회 같은 이벤트를 체험하기 위한 공간으로 그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죠. 이미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 수는 5,952만 명으로 전년도 대비 70% 이상 줄었어요. 그러나 넷플릭스 월 이용자는 1,000만 명을 넘었죠. 현재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애플TV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국내 진입을 준비하고 있고, 국내 OTT도 플랫폼 자체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는데요. 경영 악화로 폐관 소식을 전하고 있는 극장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에요. 

*OTT 플랫폼 (Over the Top Platform) : 인터넷을 통해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말해요.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유튜브, 티빙 등이 있어요.

 

😷극장업계를 향한 지원이 필요해

  지난 5월 한국상영관 협회와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멀티플렉스 기업 등 극장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이들은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줄어든 관객과 최악의 경영난, 수면 위로 떠 오른 극장의 위기에 대응하고자 국가의 제도적 지원 방안을 요구했어요.

  배급사의 영화 개봉을 위한 ‘개봉 지원금’, 관객의 문화생활 독려를 위한 ‘입장료 할인권’ 배포 등 움츠러든 영화시장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죠. 또한 영화발전기금 납부 전면 면제, 피해 극장을 위한 금융 지원, 극장 내 음식물 취식 완화 등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는데요. 특히, 영화발전기금 납부를 면제하거나, 영화발전기금을 폐관 위기에 놓인 극장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목소리가 컸어요. 이는 OTT 플랫폼도 영화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는 의견으로 확대되었는데요. 프랑스와 독일은 OTT 시장이 성장하자, OTT 사업자에게 추가로 세금을 부여하고 있어요. 영화관이 영화발전기금을 냈던 것처럼 말이죠. 

* 영화발전기금 : 극장 매표 수익의 3%를 내는 것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운영, 독립영화 제작 지원 등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해 쓰여요.

 

 

 💬Editor’s Comment

  함께 종로 3가를 주름 잡았던, 단성사와 피카디리가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켜 왔던 서울극장.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폐관 소식은 더욱 마음이 아픈데요.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참 많이 빼앗아가는 것 같네요. 코로나 19가 장기화될수록,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 폐관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서울극장과 같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영화 산업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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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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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관 #서울극장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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