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한국인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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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좋아하는 발레 무용수는 누구인가요? ‘발레리나의 발’ 사진으로도 유명한 강수진, 최고의 발레리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김주원, 최근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왈(수석 무용수)이 된 박세은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국내 발레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발레리노’를 소개하려고 해요. 그 주인공은 해외 발레단에서 동양 발레리노 출신 최초로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오른 김기민입니다. 지난 7월 18일 김기민은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10주년을 기념하여, 리사이틀 공연을 펼쳤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관광객이 전무한 상황임에도 그의 무대는 ‘티켓 파워’를 증명하며 일찌감치 매진되었다고 해요. 역시 ‘마린스키의 왕자’ 답죠?
👍김기민의 입단 10주년 리사이틀
발레리노 김기민은 7월 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ankt Peterburg) 마린스키(Mariinsky) 극장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펼쳤어요. 이번 리사이틀은 마린스키 극장 최대 페스티벌인 <백야의 별들(Stars of the White Nights)> 피날레 무대로 만나 볼 수 있었는데요.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김기민의 위상이 느껴지시나요? 한편, 이번 김기민 공연 티켓 가격은 코로나로 인해, 공연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발레 공연 중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게다가 빠른 매진으로 좋은 자리는 구할 수도 없었다고 해요.
이미 김기민은 2019년에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인 적이 있어요. 발레 리사이틀은 정말 드문 무대로, 한 번도 어려운 무대를 그는 두 번이나 맞이하게 된 거죠.
마린스키 극장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건 무용수에게 정말 특별한 기회예요. 1,625석 규모의 마린스키 극장의 객석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스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죠. 또한 그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이 아니기에, 마린스키 발레단의 대표 무용수들 중에서도 단독 무대를 만들 수 있는 무용수는 극소수예요.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 수석 무용수 빅토리야 테료시키나(Victoria Tereshkina)는 공연을 관람한 후, ‘김기민은 이미 마린스키 극장의 얼굴’이라며 극찬하기도 했어요. 러시아의 무용수이자 배우인 나탈리야 마카로바(Natalia Makarova, 1940~)는 그를 보고 ‘천재 무용수다.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힘과 놀라운 테크닉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그의 모든 움직임에는 감동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라며 굉장한 칭찬을 했을 정도예요!
👉리사이틀(recital)
공연의 중심이 되는 한 명의 연주자 또는 무용수가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을 말해요. 음악에서는 독창회와 독주회, 무용에서는 독무회라고 부르기도 해요.
👀두 번째 리사이틀이 궁금해!

이번 리사이틀은 김기민이 공연의 전체적인 과정에 참여했어요. 기획부터 안무까지 그의 손길이 공연 구석구석에 닿았죠.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탄탄한 구성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독무를 포함해서 총 5개의 단편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공연 1막에서는 2016년 김기민에게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상을 안긴 <라 바야데르(La Bayadere) 2막>으로 공연을 시작했어요.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무희’라는 의미의 클래식 발레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발레리나 올레샤 노비코바(Olesya Novikova)와 호흡을 맞췄어요.
2막에서는 마린스키의 샛별이라 불리는 발레리나 마리야 호레바(Maria Khoreva)와 함께 <차이콥스키 파드되(Tchaikovsky Pas De Deux)>를 선보였는데요. 파 드 되란 고전 발레 공연에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을 말해요. 마리아 호레바는 SNS에 BTS 음악에 맞춰 발레를 하는 영상을 선보여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죠. 이어 마린스키 최고의 발레리나 빅토리야 테료시키나(Victoria Tereshkina)와 함께 프랑스 현대 발레 <르 팍(Le Parc)>을 무대에 올렸어요. 또 한국인 안무가 신영준의 <새드니스(Sadness)>를 독무로 선보였어요. 클래식과 현대무용을 넘나드는 공연 구성이 참 알차네요!
3막에서는 마린스키에서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사랑의 전설(The Legend of Love) 3막>을 특별히 준비했어요. <사랑의 전설>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대표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Yury Nikolayevich Grigorovich, 1927~)의 두 번째 작품으로 김기민이 매우 애정을 품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빅토리야 테료시키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Ekaterina Osmolkina)와 함께 무대를 장식했어요.
👀발레리노 김기민은 누구?
1992년 태생의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형 김기완(1989~,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을 따라 발레를 시작했어요. 발레를 하기에 좋지 못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지독하게 연습에 매달리는 ‘연습벌레’ 였다고 해요. 그 노력 끝에 키가 커졌고 팔과 다리도 길어지면서, 무용수로서의 파워를 갖춘 체형을 갖게 되었어요.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군요!
🤴마린스키 데뷔 스토리
김기민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이던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 연수 단원 오디션을 보러 러시아로 떠났어요. 그리고 오디션장에서 발레단 단장으로부터 ‘바로 전막 공연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렇게 그는 2011년 동양인 발레리노 최초로 마린스키에 입단하게 되었고, 2012년 퍼스트 솔리스트(first solist) <해적>의 알리 역으로 마린스키에 데뷔했죠. 그리고 2015년 만 23세에 최연소 수석 무용수(principal)로 승급했어요.
그의 데뷔 무대인 <해적> 파드되의 코다 부분에서는 관객들이 그의 춤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환호를 보냈어요. 그 모습을 본 발레단 단장은, 마린스키 발레단 공연 20년 동안 처음 본 열광적인 반응이었다며 그의 성공적인 데뷔를 축하했죠. 마린스키 발레단 내에서는 김기민이라는 동양인 남성 무용수의 등장도 화제이지만, 무명의 연수 단원이 주역으로 데뷔한다는 것이 더욱 큰 이슈였다고 해요. 그래서 많은 단원이 그의 춤을 보기 위해 무대 옆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요. 당시 김기민은 서로의 공연을 보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공연을 마무리했어요. 만약 자신을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단원들이 몰려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긴장해서 평소만큼의 실력이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코다(coda)
구조화된 파 드 되를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라고 부르는데요. 그랑 파 드 되는 앙트레 (entrée), 아다주(adage), 2개의 바리야숑(variation), 코다 다섯 부분으로 이뤄져요. 코다는 그랑 파 드 되의 끝부분으로 바리아숑에서 제각기 독무를 추던 무용수가, 코다가 되면 다시 함께 빠른 템포로 춤을 추며, 환상적인 화합을 선보이죠.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발레리노
2016년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남자 무용수상을 받으며 세계 정상급 발레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어요. 김기민의 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은 한국 발레리노 중 최초 수상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데요. 그 후 파리 오페라발레단과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의 ABT(American Ballet Theatre),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발레단 등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그와 함께 무대를 꾸미고자 러브콜을 보냈고, 세계 유명 갈라 공연 등 연간 약 70회 이상의 공연을 하며 월드 스타로 떠올랐어요. 그는 발레리노로서 점프력과 긴 체공 시간, 풍부한 표정 연기가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특히, 춤을 추며 뛰어올라 체공하는 시간이 길어서, ‘우주’라는 뜻의 ‘코스모스(cosmos)’라는 별명이 붙여졌죠.
🔎브누아 드 라 당스는 어떤 상?
1991년 모스크바 국제 무용 협회(현 국제무용협회)가 장 조르주 노베르 (Jean Georges Noverre, 1727~1810)를 기리기 위해 만든 세계적인 무용 상이에요. 일 년 동안 전 세계 정상급 무용수, 무용 단체가 공연한 작품을 심사하고 매년 모스크바에서 시상하고 있어요. 브누아 드 라 당스는 무용의 아카데미상이라고 칭해질 만큼 그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외 영화를 만드는 다양한 분야도 시상하듯, 브누아 드 라 당스 역시 무용수 외 안무,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자를 뽑고 있어요.
한국인으로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박세은(2018년)이 최고 여성 무용수 상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이 최고 남성 무용수 상을 수상했어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이 궁금해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ankt Peterburg)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Mariinskii Teatr) 소속의 고전 발레단으로 영국 로열 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이터(ABT)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발레단 중 하나로 손꼽혀요.
1783년에 러시아 황실이 어린 무용수를 훈련시키기 위한 학교로 창설했어요. 마린스키 발레단은 마린스키 극장과 함께 러시아 발레의 역사를 만들어왔는데요. 러시아 고전발레를 완성한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1818~1910)와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가 함께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을 만들어 초연하는 등 지금까지 전해지는 세계적인 클래식 발레 작품이 만들어진 곳이죠. 또한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 1881~1931), 바츨라프 니진스키(Vatslav Nizhinskii, 1890~1950) 같은 전설적 무용가를 배출하면서 최고의 발레단으로 우뚝 서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언제 만날 수 있죠?
김기민은 2018년 11월 ‘돈키호테’ 공연 이후 국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지난해 10월 마린스키 발레단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어요. 올해 4월에도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주역으로 김기민을 캐스팅했었는데요. 2주간의 자가격리 기준 때문에 출연이 무산되고 말아 국내 팬들의 실망 또한 컸어요.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되어 그의 무대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ditor's Comment
국내 무용수들이 해외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소식을 접하니, 괜히 제 어깨가 으쓱해지네요. 지난 4월에는 예원학교에서 영국 로열발레단 오디션을 화상으로 진행했는데요. 그만큼 해외의 주요 발레단에서 제2의 김기민, 박세은을 기대하며 국내 무용수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세계적으로 한국 발레의 명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발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져, 발레가 모두가 즐기고 좋아하는 문화예술로 자리 잡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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