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코로나 블루 치료받으러 왔어요 <요시고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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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 사진전 포스터, 출처: 그라운드 시소

  그림 같지만 사진이고, 아날로그 감성이지만 트렌디한 감각으로  ‘핫’한 사진작가 ‘요시고(Yosigo)’. 그가 국내 첫 개인전을 열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요. 요시고는 지난 2010년 전주 국제사진제 참여 이후 약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이번 전시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은 지난 6월 23일을 시작으로 12월 5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요시고’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의 전시에는 이미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기나긴 줄로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어요. 외출이 망설여지는 요즘, 도대체 어떤 전시이길래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걸까요.

 

🏊지중해는 못가도, 사진전은 갈 수 있어

출처: 그라운드 시소
출처: 그라운드 시소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포토그래퍼 요시고의 개인전이에요. 이번 전시에서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의 휴양지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등 다양한 세계 여행지를 담은 350여 점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그는 세계 곳곳의 풍경, 건축, 이야기를 직선・대칭의 정돈된 구성과 따뜻한 색감의 조화로 선보여요. 매일 마주하는 우리의 일상과 풍경을 아날로그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담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이번 전시에서는 요시고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관객에게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작품들을 대형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형태로 설치했어요. 그 결과 최근 코로나19로 여행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전시라고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작가가 전달하는 여행지의 여유로움, 풍경의 낭만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관객은 마치 지중해 모래사장을 거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요시고는 일본인 사진작가?

  요시고,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일본식 이름 같지 않나요? 그래서 그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삐- 오답! 그는 스페인 출신으로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Jose Javier Serrano, 1981~)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요시고라는 예명을 쓰는 걸까요? 그 이름에는 훈훈한 스토리가 있어요.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조차 몰라 방황하던 시절. 스스로 디자인이나 사진촬영에 전혀 재능이 없다고 느꼈었죠. 그렇게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아버지가 시 한 편을 선물해 주셨어요. 그 시에서 가장 와닿았던 구절이 스페인어로 'Yo sigo(계속 나아가다)’였어요. 그는 시의 구절을 읽으면서 용기가 생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었죠. ‘요시고(Yosigo)'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응원과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아들의 의지가 담긴 스윗한 예명이에요.

 

💁‍♀️너도 요시고 팔로워? 야 나두!

  요시고는 2009년 미국의 월간지 <Wired>의 12월 호 표지와 2010년 베네통에서 발간하는 <Colors> 봄 호 표지를 장식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그가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게 된 건 인스타그램 덕분이죠. 요시고는 자신의 작품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소통하기 위해 SNS에 자신의 사진을 공유했어요. 감성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그의 사진에 ‘❤️’를 눌렀고, 어느새 그는 19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죠. 그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할 익숙한 풍경과 장소를 20-30대가 선호하는 감성으로 담아내 취향 저격하고 있어요. SNS를 장식한 수많은 인증샷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죠.

 

👉요시고 사진전 파헤치기

출처: 그라운드 시소

 

  그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면, 업계에서는 그의 빛과 구도, 그래픽디자인적인 편집 방식에 주목했어요. 아날로그 색조와 디지털 구성의 조화가 요시고만의 감성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죠. 이번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알아야 할 중요한 요소가 있어요. 바로 ‘빛’인데요. 요시고에게 ‘빛’은 영감을 주는 존재예요. 지루하게 보이는 건물도 빛을 만나는 순간에 따라, 마법과 같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그는 따스한 자연광을 선호하고, 빛에 의한 짙은 그림자와 그림자가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내는 사진을 선호하죠. 자, 그럼 빛과 함께 그가 어떤 작품 세계를 가졌는지 알아볼까요?

 

출처: 그라운드 시소

 

👉Part 1)  Architecture 건축

  요시고는 기하학적 요소들이 정렬되고, 균형 잡힌 느낌을 선호해요.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균형과 패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물들이 자주 보이는데요. 테라스, 복도, 계단 등 기하학적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고, 패턴과 빛의 조화에 집중해서 셔터를 누르죠. 이렇게 촬영된 작품들은 어떠한 규칙성과 일관성을 만들며, 요시고 만의 정체성을 대표해요. 그가 구도와 패턴에 관심을 두는 것은, 구도를 미적 기준으로 삼는 그래픽디자인으로 사진에 입문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번 전시에서도 빛이 건물에 색과 온도를 입힌 'Light & Shade’와 작가의 그래픽디자인 취향이 담긴 'Symmetry & Geometry’를 통해 요시고 고유의 사진 기법과 스타일을 만날 수 있어요.

 

👉Part 2)  Documentary 다큐멘터리

  요시고는 작가에게 ‘사진은 표현의 도구이자 사진의 대상을 찾는 것은 촬영의 엔진’이라며, 자신이 말하고 싶은 작가의 현실적인 기록을 보여줘요. 자유로운 여행 사진을 담은 'Explore the world’와 바르셀로나(Barcelona)의 료브레가트(Llobregat) 강을 담은 다큐멘터리 ‘Riu Avall’로 구성되어 있어요. 특히, ‘Riu Avall’은 현대산업 때문에 죽어가는 료브레가트강과 주변의 삶을 기록한 요시고의 장기 프로젝트인데요. 그의 시선에 따라 촬영된 사진을 하나의 영상으로 편집한 후 영사기로 선보이는 모습은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져요. 요시고는 ‘Explore the world’에서 따뜻한 빛으로 여행의 따스한 감정을 보여줬다면, ‘Riu Avall’에서는 빛의 단면인 그림자로 산업화의 안타까움을 전달했죠. 빛이 가진 따스함과 어둠을 활용해 소외된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다니, 역시 빛의 마법사군요.

 

👉Part 3)  ‘Landscape’ 풍경

  요시고를 대표하는 스타일 중 하나로 풍경 사진을 꼽을 수 있는데요. ‘Tourism Landscape’ 섹션에서는 해안가에 대한 그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모여있어요. 그는 바다를 비롯한 자연이 관광지화 되면서, 자연이 인간에게 잠식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공간의 중요성을 나타내기 위해 풍경에 더욱 집중하고, 사람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게 빛과 구도를 활용한 촬영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저 신비로운 느낌으로만 다가왔던 그의 풍경 사진에 그런 철학적 메시지가 숨어 있는 줄 몰랐네요. 'Mediterranean Nostalgia’ 는 요시고의 고향인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án)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모여 있는데요. 요시고가 품고 있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의 고향이 근사한 도시 같지만, 알고 보면 차갑고 외로운 곳이라고 말하곤 하죠.

 

💘<요시고 사진전> 왜 이렇게 ‘핫’해?

  이번 전시는 관람객을 배려한 섬세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보이스 앰버서더(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요. 오디오 가이드는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최수영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데요. 단아한 그의 목소리가 관람객에게 청각적인 따스함을 느끼게 해줘요. 야외 풍경 작품을 전시한 옥외 공간에는 요시고의 대표작 ‘아이가 수영하는 사진’이 진짜 수영장에 담겨 있어서 많은 관람객이 시원한 휴양지에 온 기분까지 느낄 수 있죠.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들, 평범한 일상이 그리운 이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이들. 모두 이번 요시고 사진전에 모였다고 할 만큼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요. 많은 관심만큼이나, 관람객 다수가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긍정적 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관객을 배려한 전시 구성과, 마음은 따뜻하게 만들면서도 시각적으로 시원한 작품들이 코로나19를 버티고 있는 관람객들에게 큰 공감을 주는 것이죠.

 

 

💬 Editor’s Comment

  끝을 모르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분위기 속 요시고의 희망과 위로를 건네며 기나긴 팬데믹에 지친 우리를 치유하고 있어요. 한마디 위로의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큰 위로가 되는 것. 이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요. 어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끝나고, 요시고의 사진 속 일상처럼 자유롭고 따뜻한 휴일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길 기대합니다. 요시고의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긴 대기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요. 관람 전 이 글을 읽으시는 모두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힐링의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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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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