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동안 불린 국민가요, 누가 만들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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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일조한 소극장이 있어요. 그 주인공은 바로 1991년 3월 15일, 대학로 골목에 자리 잡은 소극장 학전이에요. 대중음악부터 뮤지컬, 정극까지, 다양한 공연예술을 선보이는 곳이죠. 그동안 학전을 거쳐간 스타로 말할 것 같으면 가수 김광석, 배우 황정민, 조승우 등 정말 쟁쟁한 스타들이 넘쳐나요. 이렇게 문화계에서 오랜 시간 굵직한 역할을 해 온 학전을 만든 인물! 바로 김민기 대표예요. 그는 공연 연출가이자 작사, 작곡 능력까지 겸비한 싱어송라이터인데, 국민가요 <아침이슬>의 작곡가이기도 해요. 올해는 학전의 30주년과 더불어 '아침이슬'이 작곡된 50주년 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학전’과 ‘아침이슬’을 기념하는 추억여행, 함께 떠나 보실래요?
👨우선, 김민기 선생님부터 소개할게
서울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시절 동창 김영세와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라는 포크 밴드를 결성하여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1970년에 <아침이슬>, <가을편지> 등을 작곡했고, 양희은과 YWCA의 포크 동아리에서 만나, 공동 작업을 했죠. 하지만 1972년부터 그의 곡들이 민중가요라는 이름으로 억압을 받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 억압은 6월 항쟁(1987) 이전까지 지속됐죠.
1991년 학전을 설립한 후, 그는 독일의 록(Rock) 뮤지컬인 <지하철 1호선>을 무대에 올려요. 이 공연은 2008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상설 공연으로 진행됐어요! 공로로 2007년 독일문화원에서 수여하는 괴테 메달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어요. 괴테 메달은 독일 정부에서 문화에 기여했다는 의미로 비독일 국민에게 주는 상이에요. 국내에서는 작곡가 윤이상(1995),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98) 다음으로 세 번째 수상이었죠. 최근 그는 ‘김광석 추모사업회’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가 우리나라 예술에 남긴 업적, 정말 많죠?
👉71만 관객이 탑승했던, <지하철 1호선>
<지하철 1호선>은 옌볜 여성이 중국에서 만난 한국인 남자친구를 찾으러 한국에 온 후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어요.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근현대사의 상처와 소외계층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죠. 독일의 원작자로부터 ‘원작을 뛰어넘는 공연’이라 평가받고, 2000년에 있었던 1000회 공연 이후로 저작권료를 면제받았다고 해요.
극단 학전의 30주년을 맞이하여, <지하철 1호선>이 지난 6월 14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올라갔어요. 2019년 공연 이후 2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라 더 의미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 후 71만 관객이 관람하고, 4000회 이상의 공연을 기록할 만큼 사랑받은 작품이에요.

🍚학전의 시작은 서울대 식당에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서울대가 있던 시절, 학내 식당 이름인 배울 학(學) 밭 전(田)에서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어요. 90년대 초는 아이돌 가수들의 댄스 음악이 대중음악을 선도하면서 통기타를 든 포크음악의 무대가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에요. 김민기가 30년 전 학전을 시작할 때 ‘여기는 조그만 곳이라 논바닥 농사는 아니고 못자리 농사다. 못자리 농사는 애들을 촘촘하게 키우지만 추수는 큰 바닥에서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의 이야기처럼, 수많은 배우와 싱어송라이터들이 학전과 함께했고, 지금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이끄는 중심인물들이 되었죠.
🧐학전이 배출한 스타들
먼저, 고(故) 김광석(1964~1996)은 학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에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라이브 콘서트도 진행했고, 1000회 공연도 이곳에서 열었어요. 그래서 학전은 그를 추모하는 ‘김광석 노래비’를 2008년 극장에 세웠고, 매년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죠. 그 외에도 윤도현, 나윤선 등 많은 가수들이 학전 무대에 섰어요. 극단 학전 출신의 대표 배우로는 학전의 ‘독수리 오형제’라 불리는 황정민,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가 있어요. 특히 조승우는 학전에서 뮤지컬 <의형제>로 첫 뮤지컬 데뷔를 했고, 장현성은 극단 학전의 창단 멤버이죠. 이들은 스타가 된 후에도 극단의 공연에 카메오로 출연해 관객들과 만나고 후배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긴 밤 지새운 아침이슬의 작곡가
예술계는 김민기를 보고,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포크의 시작은 김민기!”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의 대표곡인 <아침이슬>이 올해로 발매 50주년이 되었는데요. 이 곡의 역사적인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문화예술계 후배들이 이 곡의 작곡가인 김민기 대표에게 헌정하는 앨범을 발표했어요.
🎧레드벨벳 웬디도 참여한 헌정앨범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게 헌정하다> 앨범은 김민기가 작곡한 곡 중 18개 곡을 선별하여 두 장의 음반에 담았어요. 헌정 앨범 프로젝트를 주도한 가수 박학기와 한영애를 필두로 학전 소극장에서 공연했던 윤종신, 윤도현, 나윤선이 각각 <주여 이제는 여기에>, <새벽길>, <가을편지>를 불러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했죠. 그리고 전통음악밴드 이날치가 <교대역>을, 아이돌 레드벨벳 웬디는 <그 사이>를, 알리는 <상록수>를 새롭게 선보였는데요. 극단 학전 출신 배우를 대표해서 황정민이 <이 세상 어딘가에>를 불러서 이번 헌정 앨범이 더욱 화제가 되었어요. 이번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앨범에 참여한 가수 35명이 함께 부른 <아침이슬>이에요. 50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아침이슬’은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명곡의 진가를 보여주죠.

🔎 그때 그 시절 <아침이슬>
1971년 김민기 대표가 <아침이슬>을 선보였을 당시, 아름다운 노랫말로 ‘건전가요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어요. 그러나 이듬해인 1972년, 구체적인 이유 없이 그의 음반은 갑자기 판매 금지되고 말아요. <아침이슬>은 양희은을 비롯한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서는 만나 볼 수 있었지만 가사 중 ‘태양은 묘지 위에’를 ‘태양은 대지 위에’로 바꿔야 했죠.
박정희 정권하에 있던 당시에는 노랫말이 가진 의미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으로 이유도 모른 채 금지곡이 된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1975년에는 정책적으로 ‘긴급 조치 9호’가 발동되면서 <아침이슬>은 가수와 대중 모두에게 아예 금지곡이 되어 버리기도 했어요. 긴급 조치 9호가 적용된 약 2천여 곡은 사회 통념 위반, 근로 풍토 저하 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아침이슬>은 금지곡 선정 근거가 없었어요.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침이슬>의 가사 중 ‘태양’은 새로운 아침을 맞기 위한 실천의 의지로, ‘묘지’는 어떠한 희생으로 상징되기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세간에 알려진 이유로는 묘지 위에 떠오르는 것이 불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알 수 없는 기준이죠?
👉잠깐, 긴급 조치 9호는 뭐죠?
1972년 박정희(1917~1979) 정권(제4공화국) 당시 개헌된 유신 헌법으로 대통령의 독자적인 판단 아래 내릴 수 있는 특별 조치를 말해요. 이 특별 조치에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요. 1974년 1호를 시작으로 1975년에 실시한 9호까지. 언론과 문화예술은 물론이고 사석에서 정부의 흉을 본 것도 처벌의 대상이 될 만큼 강력한 인권 탄압을 실시해요. 긴급조치 9호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당하기 이전까지 지속되었어요.
👏동료, 후배들에게 김민기란?
한 명의 예술가를 위해 수많은 동료, 후배 예술가들이 다양한 헌정 예술 활동을 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인데요. 이번 헌정 프로젝트에서 김민기 대표를 향한 동료, 후배들의 존경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7,80년대를 함께 활동한 동료들은 그의 음악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었고, 90년대 후배들은 그가 내어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힘든 시기를 거치며 오늘날까지 이끌어온 그의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문화예술과 많은 예술가들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 굳건하게 대학로를 지키는 학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 Editor’s Comment
<아침이슬>이 금지곡에서 풀렸을 때, 국민들은 드디어 완전한 민주화를 이루었다며 기뻐했다는데요. 7,80년대 독재 정권과 맞서 싸운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위로와 희망을 준 <아침이슬>을 떠올리며 예술이 가진 역사적, 사회적 힘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기 대표를 향한 문화예술계의 헌정 행사들이 뜻깊게 느껴지는데요. 대학로라는 문화예술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대학로의 문화예술을 선도하고 수많은 무대를 보여준 김민기 대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소극장 학전 그리고 극단 학전의 3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50주년, 100주년을 넘어 대학로와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묵묵히 지켜주시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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