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올해의 책과 빌보드차트에 모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있다?!
- 1,172
- 0
- 글주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초등학교는 꽤 스파르타식이었던 것 같아요. 매일 일기 쓰기 숙제가 나오고 음악 수행평가로는 동요를 부르고. 둘 다 싫어서 고통받은 건 저뿐만이 아니라고 믿어요. 내 하루를 공책에 한 바닥 정도 적는 것뿐인데 일기 쓰기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또 올라가지도 않는 음정으로 친구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건 왜 그렇게 부끄러운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잘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일기를 잘 쓰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가 있으면 정말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모두, 그것도 세계적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잘하는 사람이 있다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그래미 후보인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를 소개할게요!
🍚한식에서 찾은 엄마와의 추억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미셸 자우너가 쓴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의 첫 문장이에요. 이 짧은 문장에 묻어나는 깊은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미셸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며, H마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한인 마트라고 하면 조금 더 이해가 가실 것 같아요.
미셸 자우너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미셸은 어머니를 통해서 한국의 문화를 접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졌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요, 어머니는 생일상으로 미역국을 끓여주시고, 테라스에서 삼겹살을 구워주시며 미셸이 한식을 가까이 여기게끔 도와주셨어요. 미셸의 어머니는 암으로 세상을 일찍 떠났는데요. 이후 미셸은 한국 음식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미셸이 어머니를 향해 품은 그리움, 그리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가 바로 책 <H마트에서 울다>예요.


이 책은 아마존의 2021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뉴욕 타임스에서 29주 이상 베스트셀러를 차지했어요. 게다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추천까지 받으며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었죠.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소수자들만의 이야기라고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웬걸요. 정말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았던 거죠. 미셸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답하며, 자신의 책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고 말했어요. 엄마와 딸의 관계, 상심과 슬픔, 음식, 내적 성장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고 이는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필연적으로 하는 경험이라고 말이죠.
<H마트에서 울다>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인데요! 저자인 미셸은 이 영화에서 음악감독을 맡습니다. 한국의 사촌과 교류할 때 들었던 핑클이 기억에 남아 그들의 음악을 넣고 싶다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어요. 글이 아닌 영상으로 만나는 ‘H마트에서 울다’, 그리고 음악감독이 된 미셸 자우너도 기대돼요.
📢밴드 이름은 ‘일본식 조식’이어도 “나는 한국인입니다”
미셸 자우너의 또 다른 얼굴은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입니다. 일본식 조식을 뜻하는 밴드 이름 탓에 일본계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지, 미셸은 본인의 SNS 계정에 ‘나는 한국인입니다(I’m Korean)’라고 적어두기도 했어요. 미셸은 자신을 일본계로 착각할 줄 몰랐다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미셸은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입고 전자기타를 연주하기도 하고, 제주도 해녀를 모티브로 한 노래를 내기도 하는 등 평소에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주 드러냈거든요.

그건 아마 미셸의 음악 생활에도 어머니를 향한 향수가 짙게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2016년에 나온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데뷔 앨범 <Psychopomp(저승사자)>는 미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완성되었어요.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겪은 상실과 혼란의 감정을 다뤘다고 해요. 앨범명과 같은 제목을 가진 수록곡 ‘Psychopomp’에는 한국어로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하죠. 일 년 후 나온 두 번째 앨범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다른 행성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에는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이 담겨 있기도 하고요.
주목받는 신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더욱 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세 번째 앨범, <Jubilee(기념일)>예요. 죽음과 슬픔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어 있던 이전 앨범과는 달리, 여기서는 경쾌한 사운드로 기쁨을 표현한답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이 앨범을 통해 2021년 빌보드 상반기 최고 앨범 50에 선정,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과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부문 후보에 올라요. 기념일이라는 의미를 가진 앨범 제목에 걸맞게 정말 축하할 만한 일이 생겼죠!
👩🎤한국에서 미셸 자우너 만나기, 아니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만나기
미셸 자우너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향한 궁금증이 점점 커지는데요! 마침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벌써 세 번째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답니다. 앞선 두 번의 방문은 각각 2017년과 2019년에 열렸던 단독 내한 콘서트였고요, 이번에는 오는 8월 첫째 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참여해요.
보통 페스티벌에 함께하는 아티스트들의 리스트는 비밀에 부쳐지다가 주최 측에서 조금씩 공개를 해 팬들의 심장을 떨리게 하는데요. 재밌게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참여 소식은 미셸 자우너가 직접 스포일러를 해주었답니다. 책 <H마트에서 울다> 북토크를 하는 도중 언제 또 한국에 오냐는 질문을 받은 미셸이 한국의 여름 페스티벌에 함께하기로 되어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죠. 왜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인 걸 보면, 아직 공개 전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나 봐요. 미셸의 이런 친절하고 귀여운 실수 덕분에 미셸 자우너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팬들은 더 일찍부터 기뻐할 수 있었어요.

미셸이 우리나라의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어떤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나요? 그냥 음원을 듣는 것과 라이브 무대를 보는 게 다르듯이, 단독 콘서트의 공연과 페스티벌의 공연은 또 다른 맛이거든요. 주로 페스티벌에서 이뤄지는 공연이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기 때문에, 미셸과 우리나라 관객의 정서적 교감이 큰 힘을 낼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네요.
💬Editor’s Comment
미셸 자우너는 작가로도, 가수로도 모두 큰 인기를 끌었어요. 두 성공 모두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일어난 일인 지라, 딸이 성공한 모습을 어머니께 직접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것 같아요. 책에는 ‘엄마가 신의 목이라도 졸라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썼는데요. 이렇게 생각하면 어머니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믿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요. 어머니도 틀림없이 자랑스러워하고 계시겠죠. 책 <H마트에서 울다>가 미셸 자우너의 사적이고 자세한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공연에서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 공감각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미셸 자우너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더 궁금하다면 펜타포트에서 만나보세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