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극,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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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형 문제를 풀고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정답이 한눈에 들어왔다면 답을 선택하실 테고, 아니면 선택지를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소거법을 사용할 수도 있죠. 선택법이건 소거법이건 간에, 답에 대한 확신이나 적어도 어떤 감이 있어야 가능한데요. 감조차 전혀 오지 않는 선택지들이 있기도 합니다. 눈감고 ‘찍어야’하는 문제들이요. 우리가 연극을 선택할 때, 많은 분들이 이런 기분을 경험하실 것 같아요. 뭘 알아야 볼 것을 정하고 적어도 뺄 것을 뺄 수 있는데 나만의 기준을 만들기 위한 정보자체가 없는 것이죠. 공감하신다면 오늘 이 글을 눈여겨 봐주세요. 우리가 연극을 선택할 때 참고할 세 가지의 기준을 알려드립니다.
훌륭한 배우는 훌륭한 극단에서 나온다!
첫 번째는, 이름난 극단을 먼저 참고하는 것입니다. 점점 많은 연극배우들을 영화나 텔레비전 스크린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죠. 이런 배우들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바로 극단이예요. 정말 ‘훌륭한 배우는 그만큼 훌륭한 극단에서 나온다’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죠. 좋은 예로, 극단 차이무(차원이동무대선)가 있어요. 극단 차이무는 벌써 창립 25주년이 넘은 중견 극단인데요. 이미 대학로에선 스타등용문으로 불릴 만큼 유명합니다. 문성근, 송강호, 강신일, 이성민, 전혜진, 김소진 등 실력파 배우로 인정받은 많은 배우들이 이 극단의 멤버들이에요.
이 배우들을 연극에서 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먼저 알게 된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저들이 연극의 한 무대에 서서 연기하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어떠세요? 출중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의 앙상블이라니, 차이무 공연이라면 과연 믿고 봐도 되겠죠? 극단 차이무처럼 실력 있는 배우들이 포진한 극단들이 꽤 있습니다. 극단 백수광부, 작은신화, 여행자, 골목길, 공상집단 뚱딴지, 극공작소 마방진 등, 연극을 선택하는데 기준이 될 법한 좋은 극단에서는 그들의 명성만큼이나 퀄리티 높은 작품들을 공연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누가 연출하셨죠? 당장 나오세요. 제 사랑을 받으세요.
두 번째는, 연출가의 이름을 익히는 것입니다. 연극은 배우예술이라고 하죠. 관객들이 굳이 공연을 찾는 이유는 무대 위 배우와의 교감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배우들만을 보고 작품을 선택했다간 배우는 ‘봤을’지언정,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어요. 이때, 연출가의 이름을 참고해 보는 것인데요. 연출가의 이름만으로도 작품 성향을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내면세계는 연출가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식이든 연출가의 부재는 작품의 내실의 부재로 연결되고, 좋은 연출가의 숙련된 연출은 작품의 퀄리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연출가의 힘이 작품의 힘인 셈이죠. 아래에, 주목할 만한 연출가 리스트를 작성해 봤습니다. 이 중, 만족스럽게 관람했던 연극이 있다면, 그 연출가의 이름을 익혀두시면 좋겠죠.

- 1. 김광보 연출 : 현 국립극장 단장 및 예술감독.
- <오이디프스, 그것은 인간>, <웃어라 무덤아>, <발자국 안에서>, <주인이 오셨다>, <그게 아닌데> 등 다수 연출 그리고 다수 수상.
2. 문삼화 연출 : 현 서울시극단 단장,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 및 연출.
<거미여인의 키스>, <블랙버드>, <지상 최후의 농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거리의 사자>, <바람직한 청소년> 등 다수 연출 그리고 다수 수상.
3. 이상우 연출 : 현 극단 차이무 연출이자 정신적 지주. 극작가.
<거기>, <늙은 도둑 이야기 / 작, 연출>, <B언소 / 작, 연출>, <올모스트 메인>, <광부화가들>, <마르고 닳도록> 외 다수 연출 및 극작 그리고 다수 수상.
- 4. 박근형 연출 : 현 극단 골목길 대표 및 연출.
<청춘예찬 / 작, 연출>, <필로우맨>, <너무 놀라지 말라 / 작, 연출>, <선착장에서 / 작, 연출>, <경숙이, 경숙 아버지 / 작, 연출>, <만주전선 / 작, 연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 작, 연출> 등 다수 연출 및 극작 그리고 다수 수상.
- 5. 고선웅 연출 : 현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 연출가 및 극작가.
<강철왕 / 작, 연출>, <마리화나 / 작, 연출>, <락희맨 쇼 / 작, 연출>, <칼로막베스>, <푸르른 날에>, <늙어가는 기술 / 작, 연출>, <홍도>, <조씨고아 복수의 시작 / 작, 연출>, <리어 외전> 등 다수 연출 및 극작 그리고 다수 수상.
- 6. 양정웅 연출 : 현 극단 여행자 대표 및 연출.
<한여름 밤의 꿈>, <페르귄트>, <코리올라누스>, <소풍>, <상사몽>, <십이야> 등 다수 연출 그리고 다수 수상.
- 7. 성기웅 연출 : 현 극단 제12언어스튜디오 대표 및 연출. 극작가.
<20세기 건담기 / 작, 연출>, <다정도 병인 양하여 / 작, 연출>, <소설가 구보 씨의 1일 / 작, 연출>, <깃븐 우리 젊은 날>, <소설가 구보 씨와 경성사람들 . 작, 연출>, <과학하는 마음 3부작> 등 다수 연출 및 극작 그리고 다수 수상.
- 8. 이성열 연출 : 현 극단 백수광부 대표 및 연출.
<키스>, <굿모닝 체홉>, <여행>, <백수광부들>, <뱃사람>, <야메의사>, <봄날>, <과부들>, <숲 속의 잠자는 옥희>, <망각의 방법>, <갈릴레이의 생애>, <화전가>, <오슬로> 등 다수 연출 그리고 다수 수상.
소문난 극장에… 맛난 것 많다!
마지막은, 이름난 극장의 선택을 믿어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연극 공연을 위한 유명한 극장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널리 각인된 극장은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아르코 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 두산아트센터 등이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런 명실상부 ‘공연전문 극장’에서 유치하는 공연들은 어떨까요? 덮어놓고 믿어도 될까요? 네, 눈감고 찍어도 이 극장의 공연들이라면 정답일 경우가 많습니다. 극장 자체의 작품 선택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선택하기 전, 이 극장들은 자체적으로 미리 여러 차례의 선별 과정을 거친다고 볼 수 있어요. 유명한 연출가의 작품이든, 극단의 작품이든, 혹은 타이틀이 부각될만한 배우들의 공연이든 간에, 작품의 퀄리티을 우선으로 선별합니다. 또한 이런 극장들에는 ‘기획공연’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극장에서 특별히 선별해 공연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것인데요. 연출가전, 작가전, 각종 연극 페스티벌 등 매우 다양하니 참고하시면 좋아요. 이런 극장들은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자주 하고 있으니 홈페이지에 미리 방문해서 상연정보나 공연 스케줄을 체크하는 것도 좋은 작품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오늘 이 글을 읽으시면서 연극 작품을 선택하기 위한 감을 찾으셨나요? 실력 있는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극단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 유명한 연출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눈 여겨 보는 것, 그리고 유수한 극장들에서 상연하는 작품들을 체크해보는 것. 이 세 가지를 참고해 보신다면, 여러 개의 선택지 앞에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는 그 당혹감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와 함께 여러분의 다양한 연극 관람 경험도 쌓여 여러분만의 ‘답’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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