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usical 나가신다, 한국 창작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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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케이팝의 색은 모호했습니다. 좀 더 앞서가는 외국의 것을 부랴부랴 따라가는 모양새였죠. 그랬던 한국 대중음악이 케이팝이라는 이름의 장르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뮤지컬도 여러 창작 뮤지컬들이 ‘K-Musical’을 향해 한발 한발 전진 중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하는 라이선스 뮤지컬과는 다르게 우리의 감성이 그대로 담긴, 또 때론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한국 창작 뮤지컬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국내 최초 창작 뮤지컬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은 1966년에 <살짜기옵서예>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각색한 작품인데요. 제주도로 내려간 양반 ‘배비장’과 천하일색의 기생 ‘애랑’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제주 방언으로 ‘살금살금 오세요’라는 뜻의 제목처럼, <살짜기옵서예>에는 우리만의 감성과 느낌이 가득 담겨 있답니다. 하지만 창작 뮤지컬이라고 해서 꼭 한국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지는 않아요. 우리의 창작 뮤지컬 중에는 외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등, 다양한 시대와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도 정말 많거든요. 그중에서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먼저 뮤지컬 <레드북>입니다.
외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2018년에 초연한 <레드북>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 파혼당한 ‘안나’가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로 써 잡지 ‘레드북’에 기고했다가 거센 사회적 비난에 부딪히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시대, 주체적인 삶을 꿈꾸는 안나의 시련은 깊어만 가는데요. ‘나는 어떤 사람이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자신을 온전히 포용해 줄 대상을 찾아가는 안나의 여정이 그려지죠. 관객들은 그녀에게 깊이 공감하고 또 그녀를 응원했습니다. 당시 우리의 사회적 담론이었던 ‘젠더 이슈’와 ‘미투 운동’과 맞물렸기 때문이에요. 외국이라는 배경을 가져와 우리가 당면한 이슈와 메시지를 이야기해본다는 점이 꽤 신선하고,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해외 원작을 국내에서 뮤지컬로

외국 원작을 가져와 창작 뮤지컬로 만든 작품도 있습니다. 일본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입니다. 2017년 초연한 이 작품은 원작처럼 ‘마츠코’의 조카 ‘쇼’가 마츠코의 유품 정리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마츠코의 불행한 삶을 블랙 코미디로 승화시킴으로써 그의 사랑스러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원작과는 달리, 창작 뮤지컬에서는 마츠코가 파멸해가는 상황들을 충실하게 표현했어요.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따르지만, 창작 뮤지컬만의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차별성을 둔 것이죠.
우리나라만의 이야기, 케이 뮤지컬

이번엔 누가 봐도 K-Musical인, 우리나라만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작품을 소개해 볼게요. 먼저,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한동력>입니다. 2015년에 대학로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서울의 한 옥탑 하숙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대학을 막 졸업한 27세 ‘취준생’, ‘장선재'가 무한동력이라는 실현 불가능의 꿈에 매달려 살아가는 아저씨인 ‘한원식'을 만나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현실이 고달픈 청춘과 모든 이들에게 판타지와 긍정적 에너지를 전한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라 그런지, 작품에 깊이 공감하는 관객들이 정말 많았죠.

우리나라의 역사를 담은 작품으로는 <명성황후>가 있죠. 이 작품은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는데요. 국내 최초의 초대형 창작 뮤지컬로, 대사가 거의 없는 송스루(Song through)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동양 최초로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고 하죠! 우리 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죠.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적인 것을 십분 활용해 연출했는데요. 전통악기, 판소리 요소가 가미된 노래 스타일, 5음 음계, 장단, 꾸밈음 등 전통 음악 요소들이 그것이죠. 덕분에 뮤지컬 안에서 우리 고유의 분위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동안 단편적인 몇 개 작품으로만 알려졌던 창작 뮤지컬의 세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요소들로 가득하지 않나요? 케이팝 역시 그 위치를 공고히 하기까지 무수한 시도가 있었을 텐데요. 한국의 역사 이야기로, 또는 한국이 직면한 이슈를 담아서, 혹은 한국적인 느낌과 정서를 가득 넣은 우리 창작 뮤지컬의 다양한 시도를 응원하는 까닭입니다. 이 숱한 노력과 함께 우리의 창작 뮤지컬들이 케이 뮤지컬로 자리 잡을 그날을, 우리 같이 기대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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