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작곡계 '최초' 수식어 컬렉터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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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아니스트 김선욱(1988~)의 베를린 필하모닉(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협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와 함께 화제가 된 인물이 있죠. 바로 진은숙(1961~) 작곡가인데요. 그 역시 지난 6월 5일 아시아인 최초로 덴마크 레오니 소닝 음악상(Léonie Sonning’s Music Prize)을 수상하면서 많은 박수를 받고 있어요. 사실 그는 이미 ‘최초’라는 수식어를 휩쓸어버릴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서양음악을 다루는 클래식계에서 우리나라 출신 작곡가가 이렇게나 빛나고 있었다니! 그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 볼까요?
🏆또 한 번의 영광의 날
새로운 ‘최초’의 타이틀을 가져다준 사건! 진은숙 작곡가가 2021 레오니 소닝 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건 지난해 1월 29일이었어요. 그리고 올해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진은숙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주요 작품이 공연됐죠. 공연의 마지막 날이자 레오니 소닝 시상식이 열렸던 지난 5일에는 베를린에서 김선욱과 협연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1996-97)’을 연주하기도 했어요. 여러 가지로 참 영광스러운 날이었을 것 같은데요.
이날 레오니 소닝 음악재단 이사회의 부의장인 카트린 가너 스카우그(Katrine Ganer Skaug)는 “진은숙 작곡가는 복잡한 소리의 세계에서 극적임과 유머, 명료함을 이끌어낸다. 진은숙은 작품에서 호기심으로 우리를 압도하고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만들고, 음악적 세계를 넓힐 수 있는 독특한 힘을 전달한다.” 라고 평하기도 했어요. 시상이 끝난 후 재단에서는 진은숙 작곡가에게 상금으로 100만 덴마크 크로네(약 1억8000만원)를 수여했어요.
👉레오니 소닝상(Léonie Sonning’s Music Prize)?
레오니 소닝 음악재단에서 1959년부터 해마다 시상하는 덴마크 대표 음악상이에요. 클래식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곡가, 음악가, 지휘자 혹은 가수에게 주어지는 덴마크 최고의 음악상이죠. 매 해 시상과 공연을 함께 진행하지만,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기도 했어요. 레오니 소닝상의 역대 수상자로는 ‘불새(1910)’와 ‘봄의 제전(1913)’ 등을 작곡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 교향곡에서 영화음악까지 섭렵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Dmitriyevich Shostakovich, 1906~1975)와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 등이 있어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세계적인 거장이 되기까지
그는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중학생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음악선생님의 권유로 작곡가로 진로를 바꾸죠.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와 스트라빈스키 교향곡 악보를 몇 백 장씩 베끼며 공부를 했을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어린 시절부터 대단했어요.
그 결과 삼수 끝에 서울대학교 작곡과에 입학하고, 1984년 독일 학술교류처(DAAD) 장학금으로 함부르크 음악대학원에서 작곡과 석사 과정을 밟을 수 있게 됐죠. 1985년 가우데아무스(Gaudeamus) 국제 작곡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상을 휩쓸었어요. 유럽에서는 현대음악사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동양인 작곡가로 윤이상(1917-1995)을 이야기하는데요. 진은숙은 그의 뒤를 잇는 한국인 작곡가이자,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작곡가로 주목받고 있어요.
🧐그의 작품세계가 궁금해요!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스승 죄르지 리게티(Gyorgy Ligeti, 1923~2006)에요. 죄르지 리게티는 진은숙 작곡가에게 세상의 평가보다 작곡가 개인의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음악을 보고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큰 깨달음을 줬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진은숙은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이라고 이야기해요. 국적을 넘어서 자신만의 꿈과 우주의 세계를 묘사하죠.
이러한 점에서 현대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그의 음악이 생소할 수 있지만, 점차 듣다 보면 판타지 세계를 향하는 듯 상상력을 자극하죠. 그래서 그는 평론가의 평보다 관객이 어떻게 느끼는 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요. 그리고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감동할 수 있는 것을 알려준 작품이라 칭하죠.
👉죄르지 리게티(Gyorgy Ligeti, 1923~2006)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인 리게티는 1950년대부터 전자음악을 시도하는 등 자신만의 아방가르드 한 세계를 보여주는 작곡가로 평가받는 인물이에요. 헝가리 민속음악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음악이 가진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기 위해 전위적이고 난해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대중적인 매력도 갖고 있어 음악적으로 굉장히 독창적인 작곡가로 손꼽힌답니다. ‘여섯 개의 바가텔(1913)’, ‘무지카 리체르카타(Musica Ricercata, 1953)’, ‘피아노 연습곡 1권(1985)’을 들어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국제 음악계의 ‘최초’ 장인 진은숙
화려한 그의 수상 이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04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음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 마이어 상(Grawemeyer Award)’수상이에요. 당시 클래식 평단에서 ‘새로운 세기를 여는 첫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거든요. 세계적으로 최고 권위의 현대음악 작곡상을 받은 그는 이후 아놀드 쇤베르크 작곡상(2005),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2010), 제20회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 제4회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2018) 등 세계적인 음악상을 석권하며 현대음악계를 주도하는 예술가로 자리 잡아요.
또한 과거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Philharmonia Orchestra) 예술감독, 한국인 최초로 미국 문화예술아카데미(AAAL) 명예회원이 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 외에도 그는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죠. 그리고 최근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진은숙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어요.
👀한국에서 그의 영향력은?
그는 2006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 작곡가로 한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서울시향과 함께 현대음악 프로젝트 <아르스노바(Ars nova)>를 기획했죠. 당시 이 프로젝트는 현대음악의 저변 확대와 창작예술 활성화, 차세대 음악가 육성에 기여한 성공 사례로 세계 음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어요. 2015년에는 서울시향이 발매한 ‘진은숙 3개의 협주곡(2014)’이 국내 최초로 '국제클래식음악상'(International Classical Music Awards)’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었고요.
아, 지난 14일에는 아시아 출신 최초로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상’을 수상한 신동훈 작곡가의 소식이 있었는데요! 신동훈 작곡가가 2007년 서울시향에 있었을 당시, 진은숙에게 1:1로 코칭을 받았었다고 해요. 본인이 작곡한 ‘카프카의 꿈(2019)’도 진은숙에게 헌정했다고 하니, 이만하면 ‘진은숙 키즈(kids)’로 불릴 만도 하네요!
진은숙은 12년간 몸담고 있던 서울시향을 떠나면서 이후에는 쭉 독일에서 창작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오는 2022년부터는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향후 5년간 음악제를 이끌 예정이에요. 대한민국의 자랑인 그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이 설레어 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Editor’s Comment
수많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진은숙. 그의 곡이 전 세계에서 연주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그는 이번 수상소감에서 개인적으로 롤 모델로 삼았던 수많은 과거 수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 굉장히 영광이라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 이런 대단하고 멋진 분이 있다는 사실에 저도 어깨가 들썩이고 뿌듯했어요. 오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다시 국내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니, 국내 팬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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