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제 우리도 발레부심 가져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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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어로 ‘별’을 뜻하는 단어, 에투왈(Étoile). 한국의 발레리나 박세은(1989~)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Paris Opera Ballet, 이하 POB)에서 최고 수석 무용수에 해당하는 에투왈로 지명되었어요. 수석 무용수란 단체 안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의미와 함께 주기적으로 솔로 무대도 가질 수 있게 되는데요. 무용단을 상징하는 얼굴이기도 해요. 아시아인이 에투왈로 승급한 건, 1669년 창단한 POB 352년 역사상 처음인데요. 그가 파리의 별이 되어 빛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봐요.

 

⭐파리의 별이 된 그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년 반 만에 POB에 관객이 있는 무대가 있던 지난 10일, ‘로미오와 줄리엣’ 개막공연이 끝난 후, 알렉산더 네프(Alexander Neef, 1974~) 총감독이 박세은을 에투왈로 호명했어요. 이번 공연에서 줄리엣 역할을 맡은 5명의 인물 중 그는 에투왈이 아닌 유일한 발레리나였는데요. 개막 첫 공연에서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었는데, 결국 그날! 에투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겹경사를 이루었답니다. 에투왈이 된 후, 발레단의 대우가 달라졌어요. 앞으로 1년간 발레단에서 진행될 공연 계획도 알게 되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또 하고 싶은지 까지도 상의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더욱 바빠질 그의 모습이 그려져요.

👉파리 오페라 발레단(Paris Opera Ballet)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발레단으로 파리 오페라단과 함께 파리 오페라 극장에 소속된 전속 단체에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발레의 종가(宗家)’라고 불리는데요. 발레는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지만, 프랑스에서 최초의 발레학교와 발레단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영국 로열 발레단(The Royal Ballet),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 ABT)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도 불려요. <지젤(Giselle)>, <코펠리아(Coppélia)> 등의 명작이 탄생한 곳이기도 해요.

 

🤩에투왈이 뭐길래?

  POB의 정단원은 150여 명으로 5단계로 분류돼요. 카드리유(Quadrille, 군무)-코리페(Coryphée, 군무리더)-쉬제(Sujet, 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르(Premier danseur, 제1무용수)-에투왈(Étoile, 수석 무용수) 순이죠. 주역에 해당하는 프리미에 당쇠르까지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되며, 에투왈은 예술감독과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지명돼요. 에투왈은 ‘별’이라는 뜻만큼이나, POB에서 수석 무용수가 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죠. 게다가 비프랑스인이 에투왈이 되었다? 정말 손에 꼽을 정도죠! 현재 POB에서 에투왈은 발레리나 10명, 발레리노 6명으로 총 16명이에요.

 

👩박세은에 대해 알아볼까?

🍀떡잎부터 달랐던 콩쿠르의 여왕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했어요. 2006년 미국 IBC(USA International Ballet Competition 일명, 잭슨 발레 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Prix de Lausanne)에서 1위에 입상,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Varna International Ballet Competition)에서 금상으로,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중 세 곳에서 수상하며 ‘콩쿠르의 여왕’이라고 불렸죠. 2018년에는 6월 무용계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의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일찌감치 뛰어난 스킬을 갖춘 발레리나라는 게 느껴지시나요?


🩰준단원에서 에투왈이 되기까지
  2011년, 파리에서 열린 POB 정단원 오디션에서 그는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어요. 발레리나 120여 명 중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1위만 입단 허가가 났거든요. 1, 2위는 모두 POB 준단원 출신이었죠. 하지만 다음 날 오후, 발레단에서 준단원으로 입단하지 않겠냐는 제의가 와요. 당시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Dutch National Ballet)에 솔리스트급인 그랑 쉬제(Grand Sujet)로 정식 입단이 예정된 상태였지만, 그는 POB의 준단원이라는 모험을 선택하죠. 그리고 다음 해인 2012년 6월 한국 발레리나로는 최초로 POB의 정단원이 됐어요. 카드리유(군무)로 시작한 박세은은 2013년 1월 코리페(군무 리더), 그해 11월 쉬제(솔리스트), 2016년에는 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로 승급했어요. 에투왈에 이르기까지 10년 정도 걸린 셈이에요.

 

👀POB에 입단한 최초의 한국인은?

  박세은이 한국 발레리나로서는 첫 번째 정단원이지만,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 입단인데요. 박세은 이전에는 그의 스승, 한국의 발레리노 김용걸(1973~)이 있었어요. 그는 2000년 POB에 입단해 쉬제로 활동하다, 2009년 한국종합예술학교의 교수가 되어 귀국하면서 은퇴하게 됐어요.

👉발레리노 김용걸에 대해 알고 싶다면?

  2000년, 당시만 해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동양인은 일본 출신의 발레리나가 유일했기 때문에 그의 합격 소식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죠. 게다가 해외에서 본 첫 번째 오디션이었는데도 단번에 합격!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레에 대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인재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역시 뛰어난 수상 경력이 실력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어요. 아시아태평양 국제무용 콩쿠르 1등(1993), 바르나 국제발레 콩쿠르 장려상(1994),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 남자 솔로 부문 3등(1997), 그리고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손꼽히는 파리 국제 무용 콩쿠르 듀엣 부문 1위(1998)까지 휩쓸었던 인재였던 거죠.

 

🧑박세은의 조력자 김용걸 

  김용걸 교수는 박세은의 대학시절, 프랑스 스타일의 발레에 대해 지도했는데요. 그는 박세은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파리로 나가 한차례 더 도전할 수 있게끔 믿고 응원해 주었어요. 이번 소식을 들은 김용걸은 “한국 발레의 경사이자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사건”이며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파리 오페라 발레가 정말 동양인을 에투왈로 지명할지 몰랐고, 그동안 박세은이 흘렸을 땀과 눈물이 보답을 받은 것 같다”라는 말을 전했어요.

 

 

💬Editor’s Comment
  발레 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이 굉장한 프랑스 파리에서 최초의 아시아 수석 무용수가 탄생했다는 화려한 소식. 그 이면에는 발레리나 박세은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 깊은 감동이 전해져요. ‘다양성’을 개혁의 중심 가치로 내걸었던 POB의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도 생각하게 돼요. 파리 오페라의 정년은 42세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10년간은 파리의 별이 되어 빛나는 그의 활약을 지켜보며 응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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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21

키워드

#무용 #발레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왈 #수석무용수 #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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