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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딱 맞는 일본 영화 추천! <한 남자> 리뷰 (스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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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걔가 그랬다고?” 내가 알던 사람이 한순간 전혀 다른 누군가로 여겨졌던 적이 있나요?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말이에요. 혹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던 경험은요? 어른을 향하면서 자아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한 번쯤 던져 보았을 거예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모습을 고민하고 조율하면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하기도 하죠. MBTI나 부캐 열풍도 어쩌면 이러한 고민의 일환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여기.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자아 정체성을 돌아보는 ‘한 남자’도 있답니다. 

 

💦 사랑했던 남편이 낯선이었다면…?

리에와 알아가는 타니구치 다이스케(X) 네이버 영화

  어느 날 일본의 작은 동네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던 리에 앞에 타니구치 다이스케라는 청년이 나타나요. 둘은 차츰 가까워지고 리에는 그와 함께 가정을 꾸려요.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기도 잠시. 벌목을 업으로 하던 다이스케는 채 4년이 되지 않아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아요. 그러나 이내 리에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는데요? 장례 절차를 진행하던 중 남편의 진짜 이름이 타나구치 다이스케가 아님을 알게 돼요. 리에는 변호사 키도에게 조사를 부탁하고 키도는 그가 한 사형수의 아들이자 한때 재능 있는 복싱 선수였던 사실을 밝혀내죠. 사실 그는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을 세탁하고 작은 마을로 들어온 것이었어요. 리에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남편의 과거 앞에서 존재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고 영화는 마무리돼요.
 

👨‍👨‍👦‍👦 분인주의, 내 모습은 하나가 아니에요

타니구치 다이스케(X)의 신분 세탁 경위를 조사하는 키도 네이버 영화

  사실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원작의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를 이해하면 영화를 보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볼 수 있어요. 히라노 게이치로는 작품들을 통해 지속해서 ‘분인주의(Dividual)’를 언급해요. 분인주의는 ‘개인(Individual)’이라는 단어와 대치하여 불가분한 단일의 내 모습이 아닌 여러 모습의 나를 모두 인정하는 개념이에요. 조금 더 쉽게 말하면 그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다양한 모습들은 특정한 캐릭터를 마련해둔 게 아니라 그저 대상 앞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해요. 가족 앞에서, 친구 앞에서, 회사 안에서, 인터넷 안에서 나아가 소설이나 음악 앞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나의 모습들은 각기 다른 존재가 아니라 내 모습이죠. 나라는 존재는 이러한 분인의 집합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흔히 말하는 ‘진짜 나(Individual)’는 없다고 합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에 따르면 우리는 삶에 따라 다양한 분인을 생산하고 지우기도 하며 끝없이 변화하는 존재라고 하죠. 

 

 🙋‍♂️ 본인 말고 분인 나와주세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키도 네이버 영화

  이러한 작가의 철학을 알고 보면 영화의 시선은 변호사인 키도를 향해요. 영화는 키도가 사건의 진실을 쫓으며 타나구치 다이스케라고 불리던 X의 삶을 파헤치는 형태를 띠지만 사실은 키도 스스로가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 있죠. 키도는 X의 삶에 얽혔던 인물들을 하나둘씩 만나고 X의 다양한 면모를 보아요. 그는 과연 X의 진실한 모습은 무엇인지 고민하죠. 동시에 지금껏 가져왔던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 역시 커지는데요?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인정받는 인권 변호사이기도 하며, 때로는 재일 3세라는 이방인답지 않은 이방인으로서의 자신이 새삼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스스로 어떤 것이 진짜 나(individual)인지 고민하기 때문이에요. 마침내 사건이 해결되고 아내와의 식사 자리에서 키도는 X에 담긴 입체적인 모습 모두가 그였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를 통해 확인해야 해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쫓으면 나를 잊게 돼”라는 키도의 대사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나’를 잊는다는 말이 ‘개인’을 잊고  분인을 차츰 이해하는 과정에 있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 분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리에와 X의 가족 네이버 영화

  분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가예요. 히라노 게이치로는 사람은 자신의 전부가 좋다는 말은 좀처럼 할 수 없겠지만 아무개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좋다는 말은 의외로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하죠. 따라서 분인을 형성하는 대상과 있을 때 자신이 즐겁다면 그것은 올바른 분인이에요. 그렇게 우리의 삶의 반은 내 것이고 반은 타인의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의 끝에 리에는 남편의 과거를 알 필요가 있었느냐고 생각해요. 그리고 X가 어떤 사람이었든 그녀와 함께한 시간 자체는 진실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죠. 이 장면은 분인으로서의 자신과 타자를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의 크레딧과 함께 우리는 마침내 진짜 가면을 벗을 수 있답니다.  

 

 

💬Editor's Comment

  영화를 보기 전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가기를 추천해요. 길지 않은 책으로 그가 생각하는 분인을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랍니다. 물론 원작도 읽고 비교하는 것도 한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방법일 거예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돋보여요. 일본 아카데미 상에서 최다 수상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메시지가 많아서 서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워요. 아마 하나의 인물이 아니라 그 인물과 연관된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는 점도 그 서사가 불명확해진 것에 대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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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0-11

키워드

#히라노게이치로 #한남자 #분인주의 #영화 #미스터리 #소설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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