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영화 한 편, 10분이면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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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지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각자의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에 시선을 두고 있을 거예요. 물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말이죠. 사실 저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데요. 최근에는 책이나 영화, 그리고 드라마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주는 ‘이’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어요.

 

👀안 보고도 본 척 가능한, 서머리 콘텐츠!

  ‘이’ 콘텐츠는 바로 서머리 콘텐츠입니다. ‘OOO 몰아보기’와 같은 제목의 콘텐츠, 유튜브에서 보신 적 있을 텐데요. 16부작에 달하는 드라마 전편을 1시간 분량으로 편집해서 보여주거나, 영화의 일부분을 요약해 보여준 다음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도록 만들죠. 만일 누군가 이러한 서머리 콘텐츠를 접한 후,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거나 상영 중인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간다면 해당 서머리 콘텐츠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 종영한 드라마나 영화라면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의 유료 OTT 플랫폼을 통해 소비하는 경우가 해당될 거고요. 서머리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해서 그 이익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유튜브에 게시된 서머리 콘텐츠 ©Youtube

 

  그런데 서머리 콘텐츠가 소비되는 대표적인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요.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서머리 콘텐츠의 소비가 오리지널 콘텐츠로의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기도 해요. 하지만 넘쳐나는 콘텐츠를 모두 소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요. 바쁜 와중에도 트렌드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요. 한편,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머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도 있어요. 이처럼 서머리 콘텐츠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생산 및 소비되고 있답니다.

 

❌결말 포함, 스포주의 ⋅⋅⋅ 처벌주의!

  사실 서머리 콘텐츠의 본질은 리뷰에 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한 뒤 후기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되었거든요. 독후감이나 영화 비평처럼 말이에요. 그러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양이 늘어난 거예요. 이에 사람들은 콘텐츠 이용에 필요한 시간과 돈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죠. 바로 이들을 타깃으로 기존의 후기성 리뷰 콘텐츠에 정보 전달성을 겸비한 지금의 서머리 콘텐츠가 만들어진 것이랍니다.

  서머리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되어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사에서는 서머리 콘텐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전문 유튜버와 손을 잡고 서머리 콘텐츠 제작을 요청하는 식이죠.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방영 이후 공식 계정을 통해 핵심 장면을 담은 서머리 콘텐츠를 게시하기도 하고요. 이는 OTT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TV를 통한 시청보다 OTT나 유튜브를 통한 시청이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해진 점들이에요.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예전에는 시청률이었다면, 지금은 화제성과 같은 새로운 시청 지표로 이동한 것이죠.

 

드라마 TV 화제성 순위 ©굿데이코퍼레이션
지상파 시청률 순위 ©닐슨 코리아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서머리 콘텐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영화 리뷰 영상을 제작한 이들에게 법적 처벌을 가한 사례가 있답니다. 저작권을 침해하여 부당한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 이유였죠.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법적 처벌과 관련한 이슈는 없지만, 서머리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는 채널이 정지된 적은 있어요. 오리지널 콘텐츠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거나 정보전달 목적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였죠.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니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죠?
 

🤨더 빠르게, 다시 vs 저작자의 권리

  최근에는 이미 종영한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방영 혹은 상영 중인 프로그램의 요약 영상도 게시되는데요. 10분가량의 짧은 영상에 핵심 내용이 담겨 있어 인기를 끌고 있죠. 저는 주로 밥을 먹는 동안 공식 채널에 업로드되는 예능 프로그램 요약 영상을 자주 봐요. 그럴 때면 “본방사수”를 외치며 TV 앞에 모이던 때와는 정말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음이 느껴져요.

  이처럼 콘텐츠 시장의 양상은 10년 전과 비교해도 아주 많이 바뀌었죠. 이에 따라 영상 콘텐츠 이용 패턴도 새롭게 떠올랐답니다. 바로 배속과 자막 기능을 활용하는 거예요. 일방적으로 송출되는 TV와 달리 OTT나 유튜브에서는 원하는 시간대로의 이동이 가능하죠. 뿐만 아니라 영상의 속도를 0.8배, 1.5배 등 기존 속도와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어요. 영상을 앞뒤로 10초씩 스킵할 수 있는 기능도 있고요. 이러한 기능들을 활용해 전체적인 스토리를 원본보다 빠른 속도로 파악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영화 <한산> 예고편 속 한글 자막 © 롯데엔터테인먼트

 

  국내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자막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어요. 원래 국내 콘텐츠의 한글 자막은 배리어 프리1)를 목적으로 지원되었어요. 그러다 OTT를 통한 영상 콘텐츠 소비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한글 자막 설정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는데요. 대사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영상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영화 <한산>은 웅장한 배경음 속에서도 대사를 원활하게 전달하기 위해 극장 스크린에도 한글 자막을 띄웠답니다.

  • 1)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물리적이며 제도적인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을 의미해요. ‘배리어 프리 영화’와 같이 영상 콘텐츠에서 배리어 프리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이 장벽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작하는 것을 의미한답니다. 

 

💬Editor’s Comment

  서머리 콘텐츠를 비롯해 배속과 한글 자막까지. 새롭게 생겨나는 콘텐츠와 기능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고 원활하게 영상을 소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러한 콘텐츠와 기능들이 저작자의 의도를 훼손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언젠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의미 없는 장면은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장면 하나, 대사 한 마디, 때로는 소품 하나까지도 연출자의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라는 뜻이죠. 서머리 콘텐츠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다면 트렌드를 따라가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는 있겠지만, 콘텐츠 곳곳에 숨어 있는 작가와 감독의 정성을 발견하기는 힘들 거예요. 이를 염두에 두고 똑똑하게 서머리 콘텐츠를 소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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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2-06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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