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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추리 소설? 대체 뭔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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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어떤 장르의 극작품을 좋아하시나요? 흥미진진한 추리물? 설레는 로맨스?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이 모든 요소가 전부 들어 있는 뮤지컬을요! 어떤 장르로도 설명할 수 없으며 신비롭고 긴장감 넘치는 뮤지컬이 하나 있거든요. 수수께끼처럼 아리송하다가도 화려함과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뽐내는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팬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때는 19세기 중반, 사고로 흉측한 얼굴을 가지게 된 천재적인 음악가 팬텀이 있어요. 그는 자신의 얼굴을 항상 가면으로 가리고 다니며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죠. 파리 오페라극장 5번 박스석에는 항상 팬텀이 자리하고 있어요. 팬텀은 아름다운 무명 가수 크리스틴을 사랑하고 있는데요. 그는 크리스틴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일부러 무대 사고를 일으키기까지 합니다. 계속되는 사고로 인해 기존 주연 가수는 무대 서기를 거부하게 되고, 결국 크리스틴이 프리마돈나가 되어 무대에 오르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팬텀이 크리스틴을 짝사랑하면서 펼쳐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7년 만에 내한하는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팬텀과 크리스틴 ©한경닷컴

 

  유령의 등장과 수수께끼 같은 사건, 이와 함께 그려지는 사랑 이야기는 신비하고 매혹적인 느낌을 줘요.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하면 뮤지컬을 보지는 못했더라도 아마 많은 분들이 주옥같은 넘버들을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오페라의 유령> 넘버는 오페라, 팝, 록 등 아주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 뮤지컬이라는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고요. 더욱이 19세기 말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비슷하게 재현한 무대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답니다. 500kg 가량의 샹들리에, 촛불로 가득한 무대, 호수를 떠다니는 배 등 어느 하나 대충 만들어진 무대 장치가 없어요.

  그러나 이 작품을 가장 빛나게 하는 건 탄탄한 스토리예요.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 1946~)의 4개 대작, 한국에서는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힐 정도로 잘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은 사실 소설이 원작이거든요. 1910년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8~1927)가 만든 작품이죠. 원작 소설은 뮤지컬과는 조금 달라요. 뮤지컬이 신비롭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라면, 원작 소설은 오페라하우스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를 알아내는 섬뜩한 추리소설이랍니다! 원작에서는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팬텀의 사랑이 광기와 집착으로 그려지죠. 이것이 뮤지컬에서는 로맨스로 포장되어 팬텀의 시선으로 보는 사랑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고요.

 

<오페라의 유령> 원작 소설 작가 가스통 르루와 소설 내 삽화, 표지 ©경향신문

 

🙄팬텀, 인간 내면의 모습?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인물이에요. 섬뜩하고 무섭지만 사실 팬텀은 가슴에 깊은 상처와 아픔을 지닌 채 살아왔죠. 그는 불행하게도 태어날 때부터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어요. 때문에 늘 심한 놀림을 받아왔고, 남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없었죠. 결국 그는 가면을 쓰고 평생을 외롭게 살아갑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요. 흔히들 약점이라 생각하는 콤플렉스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저마다의 가면을 쓴 채 살고 있죠. 우리는 낯설고 섬뜩한 팬텀에게서 콤플렉스를 감추며 살아가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팬텀의 구구절절한 아픔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무의식 중에 느끼는 동질감 때문이겠죠?

 

오페라의 유령&#039;과 &#039;팬텀&#039; 뭐가 다르지? 주요 캐릭터와 스토리 비교 - 올댓아트 - 경향신문
<오페라의 유령> 속 한쪽 얼굴을 가린 팬텀의 모습 ©경향신문

 

✨화려하고 또 화려한! <오페라의 유령>을 무대에 올린 사람들

  <오페라의 유령>이 아름답고 로맨틱한 작품이 되기까지 제작자들의 공이 컸어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계의 거장들이 남긴 유산이라고들 말할 정도죠. 이 작품의 넘버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의 손에서 탄생되었어요. 뮤지컬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등의 작품들을 탄생시킨 웨버는 1984년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에게 원작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안해요. 처음에 웨버는 유명한 클래식 곡을 가져와 사용하고, 반주음악 정도만 가볍게 제작할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주변에서 충고를 듣게 됩니다. 그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호흡을 맞추고 가깝게 지낸 연출가 짐 샤먼(James David Sharman, 1945~)은 웨버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로맨스를 살리고 새로운 음악을 추가해 보라고요. 이에 웨버는 모든 곡을 새로 쓰기 시작했죠.

  <오페라의 유령>을 위해 웨버가 만든 노래는 굉장히 유명해요.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팬텀의 지하 호수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곡 'The Phantom of the Opera' 이 가장 유명한데요. 전자 오르간이 연주되며 시작하는 이 곡은 극 분위기에 걸맞게 웅장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팬텀에게 끌려온 크리스틴은 팬텀의 가르침을 받아 혼신을 다한 노래를 불러요. 이때 크리스틴의 고음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하죠. 그 음역대가 얼마나 높은지 크리스틴의 역할을 맡는 배우들은 꽤나 고생을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예요. 팬텀과 크리스틴이 함께 배를 타고 지하로 가며 부르는 'The Phantom of the Opera'는 성악 전공자에게도 벅찬 음역대의 노래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특별히 고음 부분만 녹음해두고 무대에서는 립싱크를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립싱크든, 라이브든 고난도의 노래를 연기와 잘 어우러지게끔 해야 하니 크리스틴의 배역을 맡는다는 건 배우에게 큰 도전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오페라의 유령>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담은 뮤지컬이에요. 크리스틴,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팬텀과 라울이 등장하죠. 크리스틴과 라울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한 'All I Ask of You'그리고 'Think of me' 역시 큰 사랑을 받은 넘버들이랍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뮤지컬 무대에 500kg의 샹들리에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크리스틴이 라울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팬텀은 분노에 차 샹들리에를 떨어트립니다. 이때 이 샹들리에는 객석 바로 위로 떨어지는데 초속 3m의 속도로 떨어져 더욱 실감 나죠. 6,000여 개의 비즈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화려해요. 웅장한 규모의 세트와 화려한 특수효과 덕에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 예술의 최대치를 보여준다고 평가받고 있고요.

  이 화려한 무대와 의상은 놀랍게도 마리아 비욘슨(Maria Bjornson) 단 한 사람이 디자인한 것인데요. 무대와 의상이라는 다른 영역을 한 사람이 디자인한 것도 놀라운데 토니상까지 받았으니 천재가 아닐까 싶네요. 이 뮤지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려 2,230m의 천, 200벌이 훌쩍 넘는 의상, 110개의 가발, 281개의 촛불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장면 전환도 매우 많고 의상도 계속해서 바뀌니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볼거리가 많은 뮤지컬이에요. 특히 가면무도회 장면에서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다다릅니다. 패션쇼라고 해도 믿을 정도죠. 거기에 웅장한 규모의 세트, 정교한 소품, 특수효과까지 더해져 관객들은 황홀하고 신비한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뮤지컬 &#039;오페라의 유령&#039; 10일부터 | 중앙일보
객석으로 추락하는 샹들리에 ©중앙일보

 

🧲떼려야 뗄 수 없는, 오페라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에는 <한니발>, <일 무토>, <돈 주앙의 승리>라는 가상의 오페라가 차례대로 등장해요. 이 작품이 다채롭고 화려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이와 같은 극 중 오페라의 영향이 크답니다.

  신기하게도 <오페라의 유령>과 극 중 오페라 작품은 줄거리와 인물들의 감정선이 아주 절묘하게 이어져 있어요. 오페라 작품이 뮤지컬 이야기 진행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죠. 극 중 오페라 <한니발>에 등장하는 한니발 장군은 한쪽 눈이 없는 인물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한쪽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던 팬텀처럼요. 또한 <한니발> 3막에서 엘리사가 부르는 ‘Think of me’는 언젠가 우리가 멀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더라도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해달라는 내용이에요. 변치 않는 사랑을 바라는 팬텀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또 다른 오페라 <일 무토>는 부유한 백작 부인이 하인과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인데요. 백작 부인의 외도를 눈치챈 백작은 나라를 떠나는 척하면서 백작 부인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죠. 이 장면에서 크리스틴과 라울은 사랑을 노래하고, 팬텀은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지켜본답니다. 그리고 크리스틴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요. 극중극을 위한 오페라이지만, 이 가상의 오페라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노래는 팬텀, 크리스틴, 라울이 처한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다채로운 공연을 본 듯한 느낌은 덤이고요.

  분명 뮤지컬이라고 했는데 오페라? 유령?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을 수도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오페라의 유령>은 어떤 뮤지컬 작품보다 오페라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이랍니다. 1980년대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오페라 공연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죠. 이처럼 뮤지컬 속에 오페라가 등장해도 이질감이 없고 조화로운 이유는 바로 오페라와 뮤지컬은 형제 사이이기 때문이에요. 뮤지컬은 오페라의 형식을 많이 닮아 있는데요. 뮤지컬이 오페라의 한 분류인 오페레타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고요. 문학, 음악, 무용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도 아주 비슷하답니다. 

 

극 속 가면무도회 장면 ©playdb

 

  1986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실 <오페라의 유령>이 소설로만 존재했던 시절에는 그리 큰 반응을 얻지 못했어요. 소설 속에 환상과 공포, 괴기, 로맨스 등이 섞여 있어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웠죠. 그런 이야기가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걸까요? 화려한 의상과 무대 효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노래 실력, 미스터리 로맨스 등 이 작품의 매력을 보여주는 요소는 여러 가지예요. 하지만 이 작품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콤플렉스라는 보편적인 결핍을 다루었다는 점이에요. 우리 모두 상처를 가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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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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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유령 #카메론매킨토시 #앤드루로이드웨버 #팬텀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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