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양이한테서 사람 모습이 보인다고? 전 세계 유일무이, <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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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고양이 없어... 혹시 여러분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계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동물이 인간과 비슷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들 역시 애정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인간에게서 얻지 못하는 위로와 행복을 동물들로부터 얻는다고 말이죠. 여기, 진짜로 사람 같은 고양이들이 있어요. 고양이가 사람이랑 비슷해봤자 얼마나 비슷하겠나 싶겠지만, 우리는 이 고양이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답니다. 사람 같은 고양이들의 세계로, 함께 빠져볼까요?

 

🐈젤리클 고양이들의 화려한 축제

 여기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있어요. 젤리클이라 불리는 이 고양이 부족은 인간에게 사육된 고양이가 아닌, 역경에 굴하지 않고 강인한 행동력을 가진 고양이를 뜻한답니다. 온종일 잠만 자는 게으른 고양이, 마법사 고양이, 뚱뚱한 고양이, 극장에서 일하는 고양이, 바람둥이 고양이까지 아주 다양하죠. 그들은 1년에 하루 젤리클 달이 떠오르는 날, 모두 모여 특별한 고양이 한 마리를 뽑기 위해 축제를 엽니다. 선지자 고양이로부터 선택받은 고양이는 천상계로 인도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돼요. 고양이의 목숨은 9개라는 속설에서 비롯한 아이디어인데요. 기적 같은 기회를 잡기 위한 고양이들의 판타지, 뮤지컬 <캣츠>에서 볼 수 있어요!

  <캣츠>는 화려한 춤과 음악, 환상적인 무대를 통해 각기 다른 고양이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해 줘요. 저마다 개성 넘치는 매력에 전 세계인은 각각의 고양이들에게 열광한답니다. 고양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지컬 <캣츠>는 고양이를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거든요. 공감과 연민을 자아내기도 하고, 신랄하게 풍자하기도 하죠. 어찌 보면 깊고 철학적인 내용 같은데요. 자칫 진지하기만 할 수도 있는 서사가 음악과 춤으로 표현됨으로써 관객은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요.

  다른 뮤지컬과 차별되는 <캣츠>만의 관전 포인트도 있습니다. 바로 진짜 고양이처럼 보이기 위한 배우들의 섬세하고 유연한 움직임이죠. 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배우마다 미세하게 다른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그것을 포착하는 것도 관객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랍니다. 거기에 재즈, 탭댄스, 발레를 접목한 안무까지 더해지니 지루할 틈이 없겠죠? 음악 역시 굉장히 다채로워요. 클래식을 시작으로 팝, 재즈, 록, 전자음악, 가스펠까지 아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죠. 개성 강한 고양이들의 이야기, 화려하고 섬세한 안무, 다채로운 넘버까지! 안 보면 후회할 만큼 화려한 뮤지컬이에요.

 

 

🤨<캣츠>, 처음에는 외면받았다고?

  1980년대 런던 공연계는 굉장히 어두웠어요. 뮤지컬을 제작하는 데에 쓰이는 비용은 점점 올라갔지만, 그에 비해 관객들의 수요는 줄어들었거든요. 이 시기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에 초점을 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캣츠>의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는 노래, 연기, 춤 3박자를 모두 갖춘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그렇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뮤지컬 <캣츠>가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처음부터 사랑을 받았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작품이었죠. 당시 뮤지컬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은 배우가 아닌 무용수였거든요. 무슨 소리냐고요? <캣츠>에서는 무용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가 직접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니 당시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낯설었던 거예요. 고양이들의 무도회 이야기라고만 알려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지도 못했고요. 배우를 캐스팅할 때도 배우는 물론이고 연출가까지 작품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고 전해질 정도니, 제작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해 보여요. 유치하고 낯선 작품으로 취급받던 <캣츠>, 어떻게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고전이라 여겨지는 뮤지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창작자들이 모이게 된 과정을 들여다봐야 해요!

 

뮤지컬 <캣츠> 속 고양이로 분한 배우들 ©Polygon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고 싶어?

  뮤지컬 <캣츠>를 만든 이는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수많은 걸작들을 탄생시킨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카메론 매킨토시(Sir Cameron Anthony Mackintosh, 1946~)예요. 1970년대 후반 로이드 웨버는 한 시인의 시집을 읽게 됩니다. 오늘날 <캣츠>를 탄생시킨 그 시집은 바로 T.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그는 이 시집에 매료되어 매킨토시와 함께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해요. 그들은 시집에 수록된 14편의 시를 기초로 하여 곡을 붙였고, 그것을 무대화했죠. 

 

Old Possum&#039;s Book of Practical Cats(원서/번역서 :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 Eliot, T. S. | Houghton Mifflin Harcourt- 교보문고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표지 ©교보문고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집을 뮤지컬로 만든다는 것부터 평범하지 않은 시도였는데요. 너무 앞서간 기획이었던 걸까요? 사람들이 관심도 주지 않고, 후원자도 나타나지 않아 착잡한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뮤지컬 제작을 위해 웨버가 직접 대출까지 받는 등 절망적인 상황이었죠. 그러다 웨버와 매킨토시는 당시 꽤 잘 나가던 연출가인 트레버 넌(Sir Trevor Robert Nunn, 1940~)을 찾아가요. 트레버 넌은 유능했지만, 당시 대형 뮤지컬을 연출한 경험은 전무했어요. 그럼에도 로이드 웨버는 과감하게 그를 선택했고, 이후 <캣츠>는 승승장구하여 그의 선택이 현명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었죠. 이후 매킨토시의 탁월한 마케팅 감각이 더해져 <캣츠>는 점차  시장을 넓혀갔어요. 이듬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사전 예매만 620만 달러(한화 약 89억 원)를 기록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고요. 1981년 영국 초연 이후 현재까지도 세계 11개국 18개 도시에서 공연을 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배우들의 분장!

  <캣츠>의 디테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고양이 분장이에요. 작품 속 고양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을 보면 진짜 고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거든요.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이 필수적일 듯한 이 화려하고 정교한 고양이 분장에는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어요. 그건 바로 배우들이 직접 분장을 한다는 거예요.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캣츠>의 분장은 무려 40년째 이어진 전통이에요.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 얼굴에 스스로 고양이 분장을 하는 것은 고양이로 변화되어 가는 자신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샴고양이 ‘카산드라’로 직접 분하는 과정을 보여준 호주의 배우 ‘에밀리 킨’ ©매일경제

 

  그들에게 분장은 단순히 무대를 위한 화장이 아니라, 고양이로서 무대를 누빌 만반의 준비인 셈이죠. 그렇게 완벽한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면, 배우들은 감쪽같이 고양이가 됩니다. 주변을 경계하며 슬금슬금 걷거나, 때때로 관객에게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등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줘요. 그들은 어떻게 실제 고양이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걸까요?  <캣츠>에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캐릭터가 확실한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하는데요.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고양이의 역할을 이토록 확실하게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특별한 연습법이 있습니다. 이른바 세 가지 형용사 연습법! 이것 역시 배우들의 분장처럼 40년 넘게 이어진 전통인데요. 각 고양이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형용사 3개를 정해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거예요. 이렇게 3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뽐내면서 뮤지컬에 재미를 더하게 되는 거랍니다.

 

  시작은 불안했지만, 뮤지컬 <캣츠>는 결국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어요. 고양이 세계를 보여주는 무대, 화려한 군무, 아름다운 노래, 그리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까지! 뮤지컬 <캣츠>는 뮤지컬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통해 볼 수 있는 우리 삶의 양상은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내고요.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도 개성 있는 고양이들이 펼치는 화려한 판타지를 보면서 박수를 보낼 정도로 <캣츠>가 주는 힘은 대단하죠. 열정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고양이들의 삶, 무대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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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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