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한 소절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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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영화나 공연을 볼 때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시나요?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 스토리의 구성? 감독? 그렇다면 무거운 역사 이야기는 어떠신가요? 가슴 아픈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비극적인 결말까지 더해진다면요? 듣기만 해도 무겁고 왠지 다가가기 어려워 눈길이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거예요.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 작품! 빵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옥살이를 한 남자, 장발장이 나오는 <레미제라블>이에요.

 

🇫🇷<레미제라블>을 통해 보는 18세기 프랑스

  지독한 가난 때문에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겨울, 장발장은 굶주리는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치게 됩니다. 하지만 빵 한 조각을 훔친 것이 19년 동안 징역을 살 죄인지 과연 누가 알았을까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장발장이 감옥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전과자가 출소 후 세상에 발을 내디뎠을 때, 그 현실은 너무나도 냉정하죠. 전과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장발장을 무시하고, 욕을 내뱉었으며, 잘 곳은커녕 쌀 한 톨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왜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매정했던 걸까요? 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장발장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 주목해야 해요.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고, 신분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어요. 1789년, 민중들은 결국 국왕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공화국을 선포하며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키죠. 왕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평등하게 살자는 취지였어요. 그러나 혁명을 일으킨 것도 잠시, 국민들의 생계는 나아지지 않았고, 프랑스 내부적으로 전쟁이 반복되었어요.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옵니다. 물가는 미친 듯이 올라갔고, 웃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나라가 된 거예요. 가난한 사람과 알코올 중독자가 늘어나고, 전염병이 돌았으며, 여성은 매춘 일을 하고, 고아 문제도 심각했죠. 이렇게 침울하고 피폐한 삶 속에서 누군가를 챙길 만한 여유가 있었을까요?

 

숨어 있는 세계사] 대혁명 43년 후 이틀간의 봉기, &#039;레미제라블&#039; 배경이죠 - 프리미엄조선
영화 <레미제라블> 속 프랑스 혁명의 모습 ©조선멤버스

 

  <레미제라블>은 장발장이라는 인물 뒤에 프랑스혁명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두고 실패한 혁명과 가난한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장발장의 인생을 따라가 보면 레미제라블이 그 당시 프랑스 역사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답니다.

 

📖<레미제라블>, 원작 읽어본 적 있어?

  <레미제라블>이라고 하면 대부분 영화나 뮤지컬 작품을 떠올리곤 하죠. 그러나 <레미제라블>의 시초는 소설이에요. 1862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가 <레미제라블>이라는 장편소설을 발표합니다. 실제로 원작 소설은 프랑스에서 필독서로 꼽히지만, 매우 방대하고 긴 내용 때문에 주로 축약판으로 읽힌다고 전해져요. 이렇게나 긴 소설을 2시간 남짓한 뮤지컬로 각색하는 것은 꽤나 어렵고 고된 작업이었을 거예요. 실제로 레미제라블 소설 버전과 뮤지컬 버전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소설이 뮤지컬로 변환되면서 생략된 부분이 군데군데 있거든요.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각 인물의 과거 이야기예요.

 

빅토르 위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 ©Wikipedia

 

  원작 소설에서는 미리엘 신부 이야기, 팡틴이 코제트를 낳기 전까지의 이야기, 장발장이 자신 때문에 오해를 받아 수감된 죄인을 구하기 위해 자수하는 과정 등 꽤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런 장면들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뮤지컬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원작에서 볼 수 있다니, 원작이 더욱 궁금해지지 않나요?

 

💁오늘날 뮤지컬계의 신화가 되기까지!

  <레미제라블>은 1985년 런던에서의 초연되어 예술성, 대중성 면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어요. 지금까지 전 세계 33개국에서 22개의 언어로 공연되었고, 각종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죠. 이러한 명성이 있기까지는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메킨토시(Sir Cameron Anthony Mackintosh, 1946~)의 활약이 컸답니다. 사실 <레미제라블>은 1980년 프랑스어판으로 처음 발표되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그닥 큰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프랑스 외 지역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했죠. 알랭 부블릴(Alain Boublil, 1941~)의 서정적인 가사와 쇤베르크(Claude-Michel Schönberg, 1944~)의 음악은 아름다웠지만, 이야기가 너무 방대하고 출연진 규모가 커서 부담이 됐거든요. 그러나 카메론 매킨토시는 레미제라블의 상품화 가능성을 예견했습니다. 그는 프랑스인에게만 익숙한 역사적 사건 대신 캐릭터에 주목한 영어판 <레미제라블>을 만들어요. 이 영어판 공연이 바로 1985년 영국 초연 작품이죠. 하마터면 수많은 뮤지컬 작품들 속에서 잊힐 뻔한 <레미제라블>을 카메론 매킨토시가 살려낸 겁니다.

 

슈퍼리치] 4대 히트작이 모두 그의 것… 뮤지컬계 최초 억만장자 카메론 매킨토시 - 헤럴드경제
영미 버전 <레미제라블>의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게티이미지코리아

 

✨캐릭터가 녹아있는 <레미제라블>의 넘버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 작품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아름답고 웅장한 넘버들의 공이 컸어요. 다른 뮤지컬에 비해 음악이 극 언어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죠. <레미제라블>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송스루 뮤지컬(sung-through musical)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음악이 단순 효과음이나 배경 정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 작용하는 거죠.

  짝사랑하는 여인의 슬픔을 담은 노래 ‘On my own’, 장발장을 잡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담은 비장한 노래 ‘Star’, 자신의 찬란한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부르는 애처로운 노래 ‘I Dreamed a Dream’ 등 레미제라블의 넘버는 캐릭터의 고민과 성격을 아주 잘 보여줘요. 주인공보다는 비교적 출연 비중이 낮은 조연들에게도 솔로 파트인 아리아가 있어 캐릭터가 더욱 빛나는 것은 덤이고요!

 

레 미제라블 영화 VS 25주년 콘서트 VS 10주년 콘서트 비교 감상기 : 클리앙
<레미제라블> 25주년 콘서트 중 (좌)코제트 (우)장발장 ©Nexflix

 

👀장발장, 이름에 숨겨진 진짜 의미?

  특이한 듯하면서 익숙한 이름 장발장.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 빵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감옥에 있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의 이름이 왜 장발장인지 생각해 본 사람은 드물 거예요. 장발장의 이름은 그의 삶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이름의 이유를 알기 전에,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짚어볼게요.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하나의 단어죠. 사회적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장발장은 출소 후 한 교회에서 은접시를 훔치다 발각되는데요. 그 모습을 본 주교는 은촛대를 건네며 이렇게 말해요. 

"여기는 나의 집이라기보다는 당신의 집이요. 여기 있는 것은 모두 당신 것이오. 어찌 내가 당신의 이름을 알 필요가 있겠소? 더구나 당신이 이름을 말하기 전에 당신에게는 내가 알던 이름 하나가 있소. (...) 당신의 이름은 나의 형제요.”

  네, 맞아요. 장발장은 더 이상 전과자가 아닌, 평범한 시민이 되기 위해 장발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입니다. ‘장’은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었거든요. 따라서 평범한 사람, 흔한 사람, 다수의 사람들 중 한 명, 자베르 형사의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장발장이 된 것이랍니다.

 

뮤지컬, 뮤지컬 영화 속 역대 장발장 ©'디자이너 몽클'님의 네이버 블로그

 

  익숙한 이야기, <레미제라블>. 이 작품 속에는 꽤 많은 의미와 배경이 숨겨져 있어요. 남에게 도움을 받지도, 주지도 못했던 비극적인 시대적 상황이 녹아 있고,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죠.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는 내용인데요. 그럼에도 이 작품이 세계 4대 뮤지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싹을 틔우는 강인한 혁명 정신과, 순수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요.

 

 

 

ㅇ참고자료

  1. - 박은하, “‘레미제라블’ 역사 알고보면 더 재밌다”, 경향신문, 2013
  2. - 조만수,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극적, 음악적 구성 방식", 비교문화연구 44, 315-342, 2016
  3. - “레 미제라블”,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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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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