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틀을 깨부순 서스펜스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
- 1,218
- 3
- 글주소
영화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1899~1980)’ 감독을 아시나요? 독특한 스타일과 절묘한 기법으로 서스펜스 및 스릴러 명작들을 대거 만들어낸 엄청난 스타 감독이기도 하죠. 그런 히치콕이 극찬을 하며 한 작가의 작품을 여럿 리메이크하는데요. 그중 영화 <레베카>는 그가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타게 만든 작품으로 유명해요. 그 밖에도 <자메이카 여인숙>, <새>, <지금 쳐다보지 마> 등의 작품은 리메이크된 영화의 걸작으로 불리고 있죠. 이런 대단한 작품의 원작을 만든 대단한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Dame Daphne du Maurier, 1907~1989)입니다. 그는 소설, 논픽션, 희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작가로서 20세기 중반을 대표하고 있어요. 80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대프니 듀 모리에! 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드릴게요.
😱서스펜스의 거장, 대프니 듀 모리에
대프니 듀 모리에는 저명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배우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유명 만화가이자 소설가였던 할아버지는 대프니의 예술적 재능에 많은 영향을 주었죠.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사랑했던 대프니는 상상하고 깊이 몰두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는데요. 독자로만 남고 싶지 않았던 그는 직접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하며 작품 <자메이카 여인숙>으로 스물아홉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후에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으며 대저택 ‘맨덜리’에서 벌어진 로맨스 서스펜스를 다룬 작품 <레베카>를 통해 작가로서의 쾌거를 이뤄 서스펜스계의 거장으로 불리게 되죠.
예술가의 가정에서 행복한 삶만을 살았을 것 같지만, 대프니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큰 원망을 받기도 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아들을 열렬히 갈망해왔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대프니. 이 말 한마디는 유년기 시절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대프니는 스스로 제2의 남성 자아를 만들어 자신을 '박스 안의 소년(boy in the box, 내부적으론 남성이자 외부적으론 여성)'이라고 지칭하며 소년이 되고 싶어 했어요. 아버지의 어리석은 바람은 대프니가 평생에 걸쳐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죠.
📗혼란한 삶이 담긴 그의 작품관
대프니의 작품관은 그가 겪었던 혼란한 일생에 기반하고 있어요. 어렸을 적 제2의 자아를 만들어내며 겪은 이중 정체성으로서의 방황, 세계대전의 영향,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여성으로서 느꼈던 한계와 같은 문제들은 그의 작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요.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주인공 ‘나’가 남편의 죽은 전처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작품 <레베카>의 경우, 인간이라면 느낄 만한 원초적인 내면의 공포를 다룬 그의 작품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어요. 대프니는 평소 믿고 의지하는 주변 사람들, 혹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주 배경이 되는 집을 작품 속 공포 요소로 변환하며 마치 일상 속에서 마주할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내 불안과 공포에 빠져들게 하죠. 그는 겪었던 사건을 직접적으로 서술하기보다 내면의 묘사를 통해 다양한 문제를 반영하였는데요. 유년기 시절부터 수많은 내면적 혼란을 겪었던 그였기에 작품에 다양한 혼란과 불안을 더욱 섬세히 묘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레베카] 히치콕의 걸작을 극장에서 만나다 (Rebecca,1940)](https://blog.kakaocdn.net/dn/bQ0ZjE/btqxaFqedGM/OdJwNozoBTgBWsQpIQR6jk/img.jpg)
📝내면을 꿰뚫어 보는 사실주의
대프니 듀 모리에는 단언컨대 서스펜스계의 최고 이야기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의 80년이 넘도록 절판된 적 없는 시대를 어우르는 대표작 <레베카>를 비롯해 <새>, <자메이카 여인숙>, <희생양> 등 30개가 넘는 작품은 현재까지도 회자되며 명작이라 불리고 있죠. 작품을 내었던 20세기 중반 이후에도 그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진정한 문학’의 모든 기준을 만족시킨 작가라는 평을 들었어요. 대프니의 작품이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데에는 명확한 특징이 존재해요.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섬세한 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죠. 인간의 불안감과 억압된 자아의 모습,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을 섬세한 묘사에 담아 독자들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어요. 이런 그의 사실주의적 기법은 현시대 수많은 서스펜스 작품에도 영향을 주며 회자되고 있어요.

또한 대프니 듀 모리에는 서스펜스와 로맨스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학의 지표를 연 작가이기도 해요. 오로지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둔 전통 로맨스 서사에서 벗어나 치밀한 스릴러를 더한 듀 모리에만의 새 장르를 탄생시켰기 때문이죠. 그는 장르의 틀을 거부하면서 성공한 작품으로 만들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를 깨고 ‘대중소설로서도, 정통 문학으로서도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며 어떤 소설가도 해내지 못한 일을 그가 해냈다’는 평을 듣기도 했어요.
🏄파도 같은 삶에 정면으로 맞선 작가
대프니는 시대를 뛰어넘는 작가이기도 했지만 파격적인 삶을 산, 화제의 인물이기도 했어요. 여성에게 금기시되었던 승마, 낚시, 보드 타기와 같은 활동을 즐기고 짧은 단발머리를 하는 등 사회가 주장한 성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죠. 현재 관점에서 보면 놀라울 게 없는 일들이지만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었던 19세기와 20세기 영국의 관점에서는 엄청난 시도들이었어요. “이건 누구도 상관할 일이 아니야. 내가 결정하면 그만이지.” 작품 <레베카> 속 레베카의 대사는 대프니를 억압하는 다양한 시선 속에서 자유롭고 싶던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해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영화, 연극, 라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로 리메이크되며 꾸준히 재회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도 뮤지컬화 된 <레베카>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죠. 시간이 무색할 만큼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특성을 지닌 대프니의 작품에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는 무언가가 존재해요. 그의 작품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에는 자유롭고도 열정적이었던 한 인물의 일생이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