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자유로운 그림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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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dor dalí, Van Gogh 같이, Picasso in my body’ 빈지노의 Dali, Van, Picasso의 한 구절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데요. 여기서 네덜란드의 화가 반 고흐 대신 다른 한 명을 추가하면 스페인의 회화 3대 거장을 완성할 수 있어요. 누군지 맞춰보실래요? 힌트를 하나 더 드릴게요. 2018년에 오뚜기에서는 진라면 출시 30주년을 기념하여 이 화가와 컬래버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답니다! 이제 좀 감이 오시나요? 스페인의 3대 거장이면서 진라면 패키지를 장식했던 화가, 바로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입니다.
🖋시인의 마음을 가진 화가, 호안 미로
사실 호안 미로는 피카소에 비해 생소한 이름이에요. 미술에 관심이 없다면 단번에 알기는 어렵죠. 그러나 그는 현대 미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위대한 예술가랍니다.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같은 현대의 유명한 화가들이 호안 미로를 선배로 여길 정도죠. 지난해 예술의 전당에서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 열렸고, 올해 4월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전>이 열렸는데요. 피카소, 달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화 거장 호안 미로도 빠질 수 없잖아요! <호안 미로: 여인, 새, 별>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무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전시랍니다. 유화에서부터 조각, 태피스트리에 이르기까지 70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죠.
미로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어요. 기존의 예술 양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예술 세계를 펼치고자 했죠.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하면서 독창적인 작품들을 남겼고요. 그 덕에 미로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본인은 특정 사조의 작가로 한정되는 것을 꺼렸어요. 미로의 손자, 주안 푸넷 미로는 호안 미로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회화를 추구한 작가’로 소개하기도 했답니다.
이런 그에게 하나의 별칭을 붙일 수 있다면, 시인의 마음을 가진 화가가 가장 적합할 거예요. 미로는 회화와 시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림을 그릴 때도 시인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거든요. 어린 시절 미로는 미술학교에서 물체를 보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느끼는 방법을 배웠어요.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눈으로 보고 관찰한 바’를 그렸다면, 미로는 '몸과 감수성으로 느낀 바’를 그렸던 것이지요. 이러한 경향은 그의 작품에서 더욱 자세하게 발견된답니다.
작품의 제목을 추측해보시겠어요? 사실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어 곧바로 제목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데요. 이렇게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로의 그림은 추상적이에요. 색, 선, 형만으로 넓은 세계를 표현한 미로의 그림은 문자라는 기호를 통해 여러 상징과 의미를 전달하는 시와 아주 닮았습니다. 더불어, 춤추는 듯한 형태들도 시의 운율을 떠올리게 하고요.
⭐️여인, 새, 별
전시의 제목처럼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여인, 새, 별’입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미로가 오랜 시간에 걸쳐 탐구했던 주제인데요. 미로의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이기도 합니다.
미로의 작품 속에서 여인은 아름다운 대상이나 생물학적 여성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요.
“내게 여인은 행성이나 유성과도 같으며, 이것은 내 어휘의 일부를 이룬다.
여성의 관능성보다는 출산의 근원에 대하여 논해야 한다.
내가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피조물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우주를 말한다.“
미로가 여성을 출산, 즉 생명을 창조하는 힘과 연결 지어 파악한 것은 19세기 후반 미술계에서 유행했던 원시미술의 영향을 받은 결과예요. 피카소나 마티스는 원시미술의 형식에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미로는 원시미술의 상징에 집중했다는 차이가 있죠. 자연과 순환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우주로서의 여인은 미로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혹적인 주제였을 거예요.
“새는 우주를 날아다니며 우리를 속세로부터 자유롭게 해 환상과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미로의 그림에서 새는 운동과 비상의 상징이자, 지상과 천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존재로서 나타납니다.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는 군사독재라는 끔찍한 현실을 벗어나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고픈 시인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는데요. 미로 역시 비슷하게 제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겪었어요. 두 예술가 모두 참혹한 전쟁에서 탈출하고픈 마음을 자유로운 새에 투영해 표현했던 것이죠. 미로는 별을 자연과 우주의 세계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몬트로이그의 농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에게 별은 농사와 긴밀히 연결된 자연의 이치였죠. 더불어 우주의 운행을 일상의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별이므로, 별을 우주의 상징으로 사용한 거예요.
이 세 가지 모티프들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을 손에 꼽을 정도로 미로는 여인, 새, 별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전시장에서도 작품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세 개의 모티프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작품들을 비교하면서 여인, 새, 별의 표현 방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보세요. 더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미로의 작품은 너무나도 추상적이어서 어렵다고 느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호안 미로 공략법을 하나 알려드리려고 해요. 바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보호자의 손을 잡고서 ‘이건 ~같고, ~같아서 재밌어’라며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하는 것처럼 우리도 자유로운 관점으로 작품을 보면 돼요. 예술 작품은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잖아요. 특히 미로의 예술에는 정답이 없답니다. 오디오 가이드도 약간의 방향만 제시할 뿐, 권위적인 해설을 제공하지는 않아요. 미로는 작품의 답안을 제시하는 대신 감상자에게 해석을 맡겼죠. 미로가 시인의 마음으로 작품을 창조했듯, 우리도 시를 읽듯 저마다의 감성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면 되는 거예요.

✅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유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호안 미로의 종합 예술가적 면모를 만날 수 있답니다!
- - 스페인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운반해온 트렁크들을 전시했는데요. 이번 전시를 위해 힘쓴 스태프들의 노고를 조명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 - 다른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와 구별되는, 관람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오디오 가이드라는 점이 좋았어요.
💬Editor's Comment
누군가 취미를 물으면, 자신 있게 ‘전시 관람’이라고 답할 만큼 전시를 좋아했지만,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부터는 마음 편히 전시를 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작품 하나를 보더라도 학술적 의미를 찾으려 했죠. 그래서 저는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었어요. 작품 안에서 자유를 표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관람자에게도 그 자유를 권했다는 점에서요! 물질화된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로의 작품은 큰 위안이 되어줄 거예요. 어린아이처럼 마음 놓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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