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났다! 영화값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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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언제 이렇게 비싸진 거야?”
어느 화창한 주말, 오랜만에 시간을 내 친구들과 방문한 장소는 한 대형 영화관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은 그야말로 설렘 그 자체였어요. 거리두기도 해제되었겠다, 지난 4월 말부터 상영관 내 취식도 허용되었겠다, 각자 먹고 싶은 팝콘과 음료를 고심해 골랐고 결제를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섰죠. 그런데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가격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지 뭐예요. 성인 4명의 영화 관람료와 팝콘, 음료 등의 가격을 모두 합해 무려 1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늘 우리네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죠. “차라리 고기를 사 먹겠다.”
10년 간 3천 원 인상 + 1년 반 간 3천 원 인상 = ❓
여러분 중에도 저처럼 코로나 팬데믹 시기 동안 영화관 방문을 자제했던 분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프로모션이나 할인을 통해 만 원 이하의 실구매가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어요. 비싸도 주말이나 되어야 만 원이 넘고 그랬죠. 물가 상승과 임대료 상승 등을 이유로 조금씩 오르던 관람료는 코로나 발생 이후의 짧은 기간에 여러 번의 인상을 거치게 됩니다. 극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멀티플렉스 3사는 2020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약 1년 반 동안 천 원씩 3번의 가격 인상을 감행했죠. 그렇게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모두 일반 2D 영화 주말 관람 기준 1만 5천 원의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러한 영화 관람료 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기간에 극장 관람을 자제한 사람의 경우 3천 원이나 오른 가격을 마주하게 되는 거니까요. 참여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의 시민단체는 이러한 가격 인상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인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죠. 업계는 코로나 여파로 인한 누적된 영업 손실 때문에 관람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로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에 혹자는 “미국과 일본은 대략 2만 원 정도의 가격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저렴한 편”이라 말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OTT 플랫폼 등 영상매체를 접할 수 있는 대체재 폭이 상당히 넓어진 현시점에, 과연 극장을 찾을 메리트가 있는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영화 한 편의 관람료와 OTT 한 달 구독료를 비교했을 때 후자가 훨씬 더 저렴한 것이 현실인데요.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더욱더 이 세 차례의 가격 인상에 반감을 느낄 수밖에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의 인상된 영화 관람료가 비싸다고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초대형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동을 만끽하는 것만으로 극장을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극장이 시도한 다양한 수익모델
지난 3월, 방탄소년단이 2년 반 만에 서울에서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났는데요. 이 공연이 CGV에서 생중계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예매 오픈 당일 순간적으로 CGV 앱이 먹통이 될 정도의 ‘예매 대란’이 일어났었답니다. CGV 측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기록적인 현상이었다고 전했어요. 39개 극장 2만 5천 석의 티켓을 거의 다 매진시켰다고 하니, A.R.M.Y의 화력이 대단하긴 하네요.
이처럼 영화 관람료만으로는 수익 실적을 내기 어려워진 극장은 영화 대신 여러 가지 콘텐츠로 스크린을 채우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를 생중계하고, 국내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가 하면, 챔피언스리그처럼 규모가 큰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기도 했죠. 또 애니메이션 극장판 개봉 당시에는 마니아층을 공략해 현장에서 굿즈를 판매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의 프로모션도 했었고요. 영화 산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탓에 신작 개봉들이 미뤄지자 추억의 옛날 영화들을 재개봉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이외에도 뮤지컬을 중계하고, 북토크와 코미디 쇼를 상영하기도 했죠. 심지어 팝콘 등의 영화관 음식을 배달해주는 딜리버리 서비스까지 등장했답니다. 이 모든 게 영업 부진으로 인한 궁여지책이 됐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다채로운 시도이건 간에, 극장은 변화를 선택한 거죠.
그러나 다방면의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산업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메가박스 측은 “고객에게 영화를 뛰어넘는 공간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 밝혔는데, 이러한 발언은 어쩌면 극장이 더 이상 ‘영화를 제공한다’는 아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되겠죠. 코로나 위기와 OTT라는 대항마를 마주한 극장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진정한 ‘멀티플렉스’로의 진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러분은, 이러한 극장의 변화가 반가우신가요?
😕만족스럽지 않은 ‘멀티플렉스’

멀티플렉스, 우리말로 복합문화상영관은 차별적인 관람 환경,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브랜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CGV의 경우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고객들에게 선사하겠다는 ‘고객 만족 우선 전략’을 표방해왔어요. 하지만 우리의 최근 영화관 경험을 떠올려 보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지속되는 가격 인상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한 극장사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주요 극장사들도 가격을 올리니 소비자들은 분노를 느낄 수밖에요. 이러한 주요 3사의 소위 ‘담합’ 의혹은 지난 십수 년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극장의 팝콘, 콜라 값까지 담합했다는 의심을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당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말씀드렸듯 극장은 코로나를 이유로 3번의 가격 인상을 감행했습니다. 코로나가 완전히 끝난다고 해서 가격을 도로 인하할 생각은 없을 텐데 말이죠! 극장 측은 관람료 인상에 대해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조치로 설명하지만, 가격이 인상되면서 멀티플렉스에서의 경험이 실제로 더 만족스러워졌는지는 의문입니다. 복합적인 재미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멀티플렉스지만 결국 영화 관람 자체의 만족도가 높지 않으니까요. 소규모의 영화들은 조조 혹은 심야 시간대로 몰려 편성되는 상영관 배정의 불공정함, 영화관 매점의 음식값 폭리, 영화 상영 전 과도한 광고 노출, 상영관 좌석의 불편함 등은 극장계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불만족스러운’ 이슈입니다. 과연 고객 만족 우선의 마케팅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재화의 가격을 인상할 때는 수요자가 가격 변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합니다. 공급자 측에서는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겠죠.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필수재는 가격을 올렸을 때 판매가 더 잘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극장 방문보다 집에서 누워서 보는 넷플릭스를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지금, 더 이상 ‘극장’이 지켜온 고유하고 절대적인 위치는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고객들의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극장 역시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Editor’s Comment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상영 전의 광고에 피로를 자주 느껴왔어요. 실제 영화가 시작하는 시간은 표기된 것보다 10분 정도 지연된다고 하는데, 보통 소비자가 쉽게 찾기 어려운 티켓 최하단에 작은 글씨로 표시해요. 양질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멀티플렉스의 현 취지와는 잘 맞지 않는 피로한 경험이죠. 결국 전반적인 소비자 만족도가 개선되어야만 대중이 가격 측면을 납득하고 극장을 찾을만한 명확한 이유가 생길 거라 봐요. 멀티플렉스만이 선사할 수 있는 긍정적 경험 구축에 신경 써야 함도 맞지만, 영화 관람 자체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우선 아닐는지요. 만약 지금처럼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지속된다면 극장 산업 자체가 OTT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자연스레 자리를 내주게 되겠죠. 한편 작년 CGV 기업 투자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어요. “극장 산업은 본래 누구와 같이 보느냐가 중요한 매체로 기본적으로 영화 관람 전후가 서로 이어지는 문화 형식을 지니고 있어 개인적, 분산적으로 소비되는 OTT와 소비 형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라고요. 제가 한마디만 할게요. 이분들은 “넷플릭스 보고 갈래?”도 모르나 봐요. “Netflix & C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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