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이거 방탄유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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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에는 유명한 작품이 아주 많죠. 그중에서도 겨우 비집고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는데요. 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예요. 연간 천만 명에 육박하는 방문객 중 대부분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방문할 정도죠.
🤦♀️모나리자 수난시대
그런데 최근 <모나리자>가 갑작스러운 테러를 당했다고 하는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한 남성이 노파로 변장한 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서 케이크를 투척했어요. 장애인 관람객이 그림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는 문화를 악용한 것이죠. 그렇다면 온전한 <모나리자>는 이제 볼 수 없는 걸까요? 작품의 손상부터 경제적 가치 훼손까지 피해가 아주 심각할 것 같은데요. 놀랍게도 작품에 직접적인 손상은 없었다고 해요. 케이크의 크림도 말끔히 지워졌죠.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바로 <모나리자>를 보호하고 있던 방탄유리 덕분이었어요.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이거 방탄유리야!!!!!”
사실 모나리자의 수난은 처음이 아니에요. 이번이 무려 네 번째라고 하는데요. 1956년 한 괴한이 뿌린 염산에 작품이 훼손되는 일이 있었고, 같은 해 누군가가 돌을 던져 모나리자의 왼쪽 팔꿈치 부분에 흠이 생겼었죠. 이에 박물관 측이 경각심을 느끼고 방탄유리로 작품을 보호하게 된 거예요. 하지만 아직도 작품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답니다. 2009년에는 한 여성이 도자기 컵을 던지는 사건이 있었어요. 최근에는 모나리자가 케이크 범벅이 되었고요. 방탄유리가 든든하게 작품들을 지키고 있어도 갑작스러운 습격은 막기가 힘들죠. 모나리자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늘 테러의 위협을 겪고 있는데요. 아무 잘못 없는 예술품들, 언제까지 이 수난을 견뎌야 하는 걸까요?
🤔누가, 어떻게, 얼마나 책임져야 할까?
전시된 예술 작품이 훼손되었을 경우 손해배상은 아주 중요한 문제겠죠. 누가, 어떻게,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요? 그 정도는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해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작가의 선처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반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표현이 생명인 현대미술계에서는 작품 훼손이 곧 자유를 해치는 행위이므로 판단하기가 더욱 힘들어져요. 그래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작품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묻기가 매우 곤란하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도를 가지고 작품에 해를 가한 사람에게 '재물손괴죄'를 적용해요. 형사처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배상 책임도 함께 져야 하죠. 그러나 감상 중 단순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면, 관람객의 의도나 정황이 참작돼 책임을 묻지 않기도 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위험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을 해놓는답니다. 그럼, 국내에서는 전시 작품 훼손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경주엑스포공원 안에 있는 ‘솔거미술관’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그중 벽면에 다 걸리지 못해 바닥까지 펼쳐져 있을 정도로 기다란 서예작품이 있었는데요. 한 아이가 신발을 신은 채 작품 위에 올라가 걷거나 뒹구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작품은 당연히 훼손되었고요.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이 내려졌어요. 박대성 화백도 “어린아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따로 책임을 묻지 않았고요. 하지만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은 것을 두고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답니다. CCTV에 찍힌 아이 아버지의 모습 때문인데요. 그는 아이와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제지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작품 위에 올라탄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죠. 때문에 아이에겐 잘못이 없을지 모르나 아버지의 책임은 막중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답니다.
두 번째 경우는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됐던 <STREET NOISE(거리의 소음)展>에서 발생한 사건이에요. 훼손된 작품은 존원의 <Untitled(무제)>인데요. 이는 존원이 2016년 한국에서 그린 작품으로 5억 원대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따라서 그 피해에 대한 책임도 매우 무거울 텐데요.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던 한 커플이 작품 앞에 놓여 있던 페인트로 작품 위에 그림을 그린 거예요. 그들은 경찰 조사에서 “붓과 페인트가 있어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라고 밝혔어요. 위 사진 속 파란 원 안에 그려진 초록색 낙서 보이시나요? 작품 정중앙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안내 팻말을 제대로 보지 않고, 관계자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커플의 부주의를 비판하는 의견과 커플의 행동이 이해된다는 의견이 대립했었죠. 후자의 경우 작품 앞에 페인트 통이 놓여 있었고, 참여형 미술전시가 늘어나는 추세라 오해했을 만하다는 의견이었고요. 이 사건은 남녀의 행동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전시장 측에서 선처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위의 두 사례에서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되어 넘어갈 수 있었지만, 고의적으로 작품을 훼손했을 때는 이러한 관용을 기대할 수 없겠죠?
💬Editor's Comment
‘눈으로만 감상해 주세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장입니다. 작품마다 안내가 되어 있지만, 여전히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죠. 그러면 작품 앞에 바리케이드가 하나둘 추가되고, 작품과 관람객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어요. 몇몇의 이기심과 부주의 때문에 작품 감상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거예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관람 기회가 보장되려면 모두가 전시장 에티켓을 따라야겠죠? 물론 전시장 측에서도 철저하게 사고를 대비해야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시장을 방문하는 모두가 작가의 정성에 걸맞은 매너를 갖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관람객은 몇 초, 몇 분 보고 지나치지만,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땀을 흘리니까요. 방탄유리 덕분에 모나리자는 보호받았을지 몰라도 작가의 마음은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전시 작품이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똑같이 존중하는 성숙한 관람 문화가 정착되는 날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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