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 웃고, 관객도 웃는 공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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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 물을 뿌리며 즐기는 싸이의 ‘흠뻑쇼’,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최근 들어 흠뻑쇼가 논란이 되고 있어요. 2011년에 시작되어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는데 왜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요? 이는 현재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가뭄 사태 때문입니다. 도심에서는 가뭄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산지나 섬 지역에서는 며칠간 단수가 되기도 하는 등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어요. 따라서 한 회차당 300톤의 식수를 사용하는 싸이의 흠뻑쇼를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옳은가를 두고 찬반이 갈린 것이지요.
💘공연도 환경을 생각해!
가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지구촌 여러 나라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지요.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상하셨듯 가뭄의 주원인은 환경 파괴입니다. 흠뻑쇼를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가 환경문제와 기후 위기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 위기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조사 대상 5개국 중 가장 높다고 해요. 실제로 생분해성 물질로 만든 포장재, 라벨 대신 음각으로 로고를 새긴 페트병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시장 트렌드에도 적용이 된 것이죠.
공연 문화계도 이 흐름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친환경적인 공연을 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요. 그 노력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공연 예술과 관련된 환경 오염 사례를 먼저 살펴볼까요? 여러분, ‘공연 쓰레기’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공연 쓰레기’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소품과 세트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폐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공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던 화려한 소품과 멋진 세트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지요. 대형 뮤지컬이나 오페라 같은 대극장 공연의 경우에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세트를 내주고 싶어도 운송료와 공간 문제로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2018~2020년에 진행된 38개의 공연 중 15개의 무대 세트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연 쓰레기 외에도 공연 굿즈나 관객들이 관람할 때 남긴 폐기물도 문제인데요. 이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공연계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무대를 빛내고 싶다면, 뛰어!
그럼 같이 현재 공연 문화계에서 친환경 공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요. ‘I used to rule the world~’로 시작하는 명곡 Viva La Vida를 알고 계시나요? 제목은 몰라도, 전주만 들으면 바로 ‘아!’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노래를 부른 밴드, 바로 콜드플레이(Coldplay)인데요. 지난 2019년 11월 공연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 때문에 잠시 월드 투어를 멈추었던 그들이, 2021년 친환경 투어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콜드플레이는 월드 투어를 재개하면서 지속가능한 공연을 위한 12개 키워드와 항목별 실천 강령을 발표했어요. 함께 짚어볼까요?
먼저 에너지 부분이에요. 강렬한 조명과 심장을 파고드는 음향 모두 에너지를 필요로 하죠.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는 무대 바닥과 외부, 중앙홀에 태양광 타일을 설치하여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합니다. 공연장 내부에는 키네틱 플로어를 설치하여 관객들의 운동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죠. 관객들이 리듬에 맞춰 뛰면 무대를 빛낼 수 있는 거예요. 나의 움직임이 콘서트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니, 덕후로서 짜릿하지 않을 수 없겠죠? 무대 장치도 한번 살펴볼게요.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는 응원 도구도 안심하고 쓸 수 있어요. 일회용 플라스틱 야광봉 대신에 식물 재료로 만들어진 LED 팔찌를 제공하거든요. 특수 효과는 생분해성 색종이로 만들었고요. 그 외에도 저탄소 교통수단을 이용한 관중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친환경 소재로 굿즈를 제작하는 등 공연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고 있답니다.
🎶의정부음악극축제, 지구를 노래하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한 공연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지난 6월 10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었던 제21회 의정부음악극축제입니다. 이번 축제는 ‘지구를 노래하다’라는 테마로 기획되었어요.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 인식을 제고하고 이와 관련한 작은 실천들이 이루어지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죠.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친환경 매체를 사용함과 더불어 친환경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해양 쓰레기 증가를 다룬 상상발전소의 퍼포먼스 ‘지구를 지켜라’와,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오염된 자연을 표현한 극단 즐겨찾기의 그림자극 ‘빅 웨이브’ 등이 그 예시인데요.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환경 주제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저는 놓쳐서 아쉬울 뿐이지만, 무려 6만 명이 이번 의정부음악극축제를 관람했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죠. 또한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는 사탕수수를 활용해 현수막을 만들고 전단지도 친환경으로 제작하는 등 축제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줬는데요. 해외의 사례는 드문드문 들어봤지만, 국내에서도 이렇게 대규모의 친환경 축제가 열렸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번 축제가 지속가능한 공연 문화의 성공적인 모델이 된 듯해요. 앞으로 진행될 친환경 공연예술축제들도 기대되네요!
💘공연이 끝나도 이 마음 잊지마!
이제 공연장 밖까지 한번 둘러볼까요? 혹시, ‘공쓰재’라는 플랫폼 들어보셨나요? 공쓰재는 2013년 개설된 공연 쓰레기 재활용 플랫폼이에요. 무대 소품과 세트를 무상으로 주고받으면서 제작비를 절감하고, 공연 쓰레기를 줄이고자 만들어졌죠. 사실 일부 제작자들은 공연의 개성을 중시해 무대 재활용을 원치 않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관객의 입장에선 오히려 좋은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듯해요. 아직은 활성화된 단계가 아니라 아쉽지만, 더 많은 제작자들이 공쓰재를 활용해주길 바라봅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것은 ‘케이팝포플래닛(K Pop 4 Planet)’입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한 케이팝 팬에 의해 2021년에 시작된 캠페인이에요. 환경을 생각하는 공연예술 팬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지요. 2022년 6월 기준으로 97개국 2만여 명의 케이팝 팬들이 참여 중인 케이팝포플래닛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환경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대표적인 캠페인이 바로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입니다. 그들은 SM, JYP 등 케이팝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친환경 굿즈 생산과 저탄소 공연 기획 등 친환경 활동을 촉구했어요. 실제로 여러 기업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환경친화적인 굿즈를 생산하기도 하였답니다. 공연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지 않나요? 덕질도 하고 환경도 지키는 케이팝포플래닛에 동참해보는 것 어떠세요?
💬Editor’s Comment
종종 콘서트 피날레에 흩날리는 종이 장식들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풍경에 취하면서도, 공연장을 떠날 땐 마음이 불편하곤 했어요. 남겨진 장식들은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니까요. 그러한 걱정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공연 기획에서부터 공연이 끝난 후까지, 지속가능한 공연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행해지고 있어요. 계속해서 지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지구도 웃고, 관객도 웃는 공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게 어떨까요? 이러한 친환경 트렌드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닌 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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