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아무 정보도 주지 않은 전시는 네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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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현대 미술 작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가끔은 ‘이런 것도 예술 작품이야?’ 하는 작품을 만날 때도 있을 거예요. 이런 생각 때문에 전시를 보러 갔을 때 정작 작품보다는 설명을 더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요. 빼곡한 문장들은 어쩐지 빠트리고 읽으면 안 된다는 중압감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런 무거운 마음을 확 날려줄 쿨한 전시가 있답니다. 바로 7월 17일까지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죠.
😮누구의 작품일까요?
현대 미술은 작품 그 본연의 요소보다 작가명, 제작 연도와 배경 등 외적 요소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이런 외적인 요소들은 우리에게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은 ~의 작품이니까, 혹은 ~에 만들어졌으니까 ~한 이야기를 하고 있겠군!‘과 같은 선입견 말이에요.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는 이를 통해 현시대의 예술 작품이 오독의 여지없는 단 하나의 해석으로만 감상자를 유도하는 모순에 대해 지적합니다. 이번 전시는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해 이와 같은 선입견이 생기지 않게끔 하는데요. 전시 명으로 알 수 있듯 말 그대로 거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죠. 기존 전시에서는 당연히 볼 수 있던 작가명, 작품명, 제작 연도, 작가 및 작품 설명은 제공되지 않고, 제공하는 정보라고는 오직 작품의 매체 및 기법과 규격밖에 없답니다. 팸플릿에서도 하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설명 한 글자조차 찾아볼 수 없고요.

👀뱅크시가 이야기하는 현대 미술에서의 정보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거예요.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아야지. 이렇게까지 모든 정보를 싹 지울 필요가 있었을까?’ 외부적인 요인이 작품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도 계실 테고요.
한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뉴욕 센트럴파크를 지나던 행인이 길거리에서 저렴한 가격에 미술 작품 하나를 구입해요. 그리고 다음날, 그 작품의 가격은 한순간에 10~20억으로 치솟았죠. 하룻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해당 작품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21세기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였기 때문이에요. 작품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단 하나의 정보 ‘작가명’이 공개된 순간 중요한 평가 요소인 가격이 급상승하게 된 거죠. 이 실험을 통해서 우리는 작품(작가명)의 익명성이 미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처음부터 뱅크시의 작품이란 타이틀을 달고 길거리에서 이 작품을 판매했다면 당연히 비싼 가격에 팔렸겠죠. 이 실험 카메라의 본 목적은 사실 미술관과 길거리, 두 공간에 따라 상이한 가치가 매겨지는 현대 미술의 ‘공간’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었지만, 그러한 목적 외에도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바로 현대 미술에서 작가와 작품이 그려진 배경(뱅크시의 실험 카메라)의 제공 유무에 따라 그 그림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에요.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 다른 감상을 내놓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는 관람객의 감상에 영향을 미치는 해설을 배제해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의도를 추측하게 하고 작품의 평가는 오로지 감상자의 생각에서 비롯되게끔 하니까요. ‘작가가 이렇다더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더 넓은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죠.
😜그가 그린 그림 내가 지은 제목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에서 가장 독특한 점이 작품 설명의 부재라면, 관람객의 입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 부재로부터 기인한 생각을 직접 작품에 대한 생각을 작성할 수 있는 참여형 전시라는 점이었어요. 전시장 내 비치된 컴퓨터 혹은 QR코드를 이용해 인상 깊은 작품에 대한 감상평과 제목을 지어줄 수 있는데요. 작품의 특징을 떠올려 나만의 기준으로 제목을 붙여 준다는 것이, 마치 친구에게 별명을 붙여주는 느낌이라 즐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전시를 관람하며 흥미로운 작품을 발견했다면, 어떤 제목을 붙여줄까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죠?
👉나만의 제목과 감상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 http://little-information.xyz/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는 7월 1일, 꽁꽁 숨겨두었던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전시 정보 공개 후 다시 한번 방문해 이전에 추측하고 예상했던 작품이 실제로는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거 같아요. 만약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작가가 공표한 내용과 다르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는 작가가 본래 가진 의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술 작품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곧 작품 감상자이기에 우리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작품이 실제로 전하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관람객 저마다의 시선에서 비롯된 이야기. 이렇게 작품, 작가, 관람객이 서로 소통하고 어우러져야 작품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것 아니겠어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어렵고 난해하다고 여겨져 왔던 현대미술! 누구나 접근하기 쉽도록 복잡하지 않은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 - 불필요한 꾸밈없이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 공간. 작품 설명만 보고 지나가던 전시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작품과 눈을 맞출 수 있게 해 줘요.
- - 그림 뿐 아니라 영상 작품 등 다양한 현대 미술을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아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정말 궁금한 작품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7월 1일 이후 다시금 찾아가 보고 싶기도 하고요!
💬Editor’s Comment
현대 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이제부터 관심을 가지려는 분들께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를 추천하고 싶어요. 오로지 작품 그 자체만 즐길 수 있으니 가까운 사이의 지인과 함께 방문해 마구마구 쏟아지는 생각들을 나누어봐도 즐거울 것 같아요. 7월 1일, 정보 공개 후에 전시를 방문하더라도 최대한 작품 설명이 아닌 감상 위주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전시의 취지와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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