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6월은 무슨 달? 당신이 Pride Month에 봐야 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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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6월 7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커다란 무지개 깃발이 걸렸습니다. LGBTQI1)+ Pride Month,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이해 게양식을 진행한 거예요. 해당 행사를 위해서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참석할 만큼 Pride Month는 중요한 달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Pride Month를 기념하기 때문에 매해 6월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진행되기도 하죠.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는 Pride Month 기념 제품이나 서비스, 캠페인 등을 개최하고요. 지난 3월에는 미국 국무부에서 여권 신청서에 '제3의 성' 표기를 추가하겠다고 밝히는 등 성소수자 인권 강화를 위한 관련 정책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Pride Month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죠. 그래서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Pride Month를 기념하며 다양한 모습의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1) 'LGBTOI+'는 레즈비언(L), 게이(G), 양성애자(B), 트랜스젠더(T), 성 정체성 의문자(Q) , 간성(I), 기타(+) 등 성소수자를 통칭하여 표기하는 단어예요.

 

🤷‍♀️내 모습이 어떻든, 어쨌든 로렌스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포스터 ⓒ네이버 영화

 

  남은 인생을 여자로 살고 싶어 하는 남자 로렌스와 로렌스의 고백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그의 여자 친구 프레드.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는 이들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로렌스는 프레드에게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성별을 잘못 갖고 태어났을 뿐이야.”라고 이야기하지만, 프레드는 이러한 로렌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비성소수자인 프레드에게 있어 이해하기 힘든 가치관이니까요. 아마 영화를 보신 분들도 프레드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보통 트렌스젠더라 하면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와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성소수자 유형이 아닙니다. 물리적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신체적 성별과 정신적/사회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트랜스젠더 라고 하거든요. 영화 끝까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점, 프레드와 헤어진 후에 만나는 애인도 여자라는 점에서 로렌스는 상술한 유형의 트랜스젠더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렌스 애니웨이>는 성소수자를 떠나 새로운 사랑의 관점을 가진 프레드에 대해서도 유심히 다룹니다. 애인 로렌스의 생각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려 하고, 그의 옆자리를 지키려 하죠. 그저 말이나 물질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편견을 함께 맞서려 하는 프레드의 진심 어린 사랑, 용기는 그를 어떠한 유형에도 가둘 수 없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만듭니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남들의 말하는 사랑의 형태가 무엇이든,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사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을 모집합니다

드라마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포스터 ⓒNHK

  일본의 드라마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에서는 연애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 사쿠코와 역시 자신이 에이섹슈얼2)임을 자각한 남자, 사토루가 동거를 시작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혹시나 이 설명을 보신 분들 중에서 '에이, 시작은 저래도 나중에 둘 중 하나는 상대방 좋아하는 거 아니야?' 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예상을 깨고 뚝심 있게 주제를 밀고 나갑니다. 무성애자의 삶, 그리고 그 안에서 겪는 불편함들을 이겨내고 가족의 형태를 이뤄나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주죠. 

  사쿠코의 전 남자 친구가 사토루에게 “사쿠코와 있으면 성적 상대로 느껴지지 않느냐”라고 묻는 장면에서 우리는 무성애자를 향한 무관심과 무례한 시선을 직접적으로 목격하게 됩니다. 그 질문에 사토루는 성적 상대로 느낀 적 없다며 무례하다고 화를 내는데요. ‘궁금할 수도 있는데, 저렇게 반응할 정도로 무례한 질문인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자에게 비슷하게 ‘이성에게는 전혀 끌리지 않느냐’와 같은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곧 사토루의 반응이 이해가 됩니다. 퀴어가 아닌 이들에게도 가깝지 않은 관계가 성적인 질문을 한다면 자연히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자신의 신기함과 호기심을 앞세워 성소수자에게 무례한 질문을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람들. 우리가 그들과 같이 무관심한 태도로 누군가의 마음을 해하지 않았을지 이 작품은 묻습니다. 무성애자는 성소수자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유형이다 보니 사쿠코의 전 남자 친구처럼 의식 없이 무례를 저지르는 경우가 더욱 많을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토루와 사쿠코는 줏대 있게 자신의 가치관과 서로를 지켜나갑니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은 성소수자의 삶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애정과 가족의 개념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2) 에이섹슈얼은 타인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포스터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입니다. 동명의 뮤지컬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작품은 주인공 인우가 여자 친구 태희를 사고로 잃은 후, 교사가 되면서 만난 남학생 현빈과의 미묘한 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동성애에 관한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우는 현빈이 여자 친구 태희의 환생이라고 굳게 믿고 그를 통해서 태희와 못다 한 사랑을 하죠. 영화가 개봉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파격적으로 여겨지는 설정의 작품인데요. 그 이유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우가 우리나라 창작물 속 범성애자 캐릭터의 원조 격이기 때문입니다. 

  범성애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혹은 게임 속 캐릭터이든 상대방이 인격체이고 존재 자체가 마음에 들면 사랑한다는 성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 가치관이 비성소수자는 물론 성소수자 사이에서도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해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범성애자는 양성애자와 개념이 중복되는 부분이 존재하고, 대중의 입장에서는 양성애자 개념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범성애자를 양성애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죠. 따라서 창작물에는 범성애자 캐릭터가 잘 등장하지 않아요. 제대로 묘사하기 어려운 캐릭터 유형이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에 의의를 두고 <번지점프를 하다>는 21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우는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절절한 고백을 남깁니다. 인우는 범성애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인물이지만, 사실 그보다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는 사랑의 본질을 의인화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번지점프를 하다>는 사랑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Editor’s Comment

  혹시 영화마다 제가 꼭 짚었던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는 걸 눈치채셨을까요? 그건 바로 이 세 영화 모두 성소수자를 떠나 그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성소수자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해야 하는 이유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어요. 예전에 비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나 인권이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6월이 사실은 역사적으로, 또 인권적으로 중요한 달임을 한 분이라도 더 알았으면 해요 그리고 예술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끊임 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니까요, 성소수자를 넘어 다양한 사랑에 대해 조명하는 작품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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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23

키워드

#문화일반 #영화 #드라마 #퀴어 #LGBT #LGBTQI+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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