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예술로 기후위기를 말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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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 익숙한 억양과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유명한 광고 카피이기도 한 이 문구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지구를 지킨다는 것에 왜 관심을 가지고, 또 가져야 할까요? 도대체  ‘기후위기’는 누가 경험하고 또 누가 해결할 수 있는 걸까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할 뿐, 이미 우리의 삶 곳곳에서 쉽게 기후위기를 실감할 수 있거든요. 지난겨울,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는 양상추 없는 햄버거를 만들어 냈고, 올해 초에는 원두 생산지의 극심한 가뭄 때문에 원두값과 커피 값의 인상이 논의되기도 했어요. 아직 와닿지 않으신다고요? 아직도 멀게 느껴지는 기후위기를 감각하게끔 하는 연극이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나’이자 ‘작가’인 우리들

  국립극단은 매년 [창작공감: 연출]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에 맞닿은 주제를 선정하고, 그것을 다루는 창작극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해의 주제였던 ‘장애와 예술’에 이어 올해의 주제로 ‘기후위기와 예술’이 선정되었답니다. 기후위기와 예술의 조합은 어딘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데, 저만 그런가요? 주제부터 가볍지 않을뿐더러 ‘기후위기’라는 것을 과연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해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그렇게 무대 위에 오르게 된 연극이 바로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린 시간 동안 우리는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경고를 받았고, 이는 곧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늘어난 배달 주문량과 그에 비례하는 일회용품 사용량같은 거 말이에요. 그럼에도 어렸을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지구온난화’는 여전히 먼 얘기인 것처럼 느껴지곤 하는데요. 그런 우리를 향해 연극은 말합니다. 지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고요. 그리고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욕망이 초래한 결과라고요.

 

  이번 연극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전윤환은 극단 앤드씨어터의 대표이기도 해요. 그의 전작을 살펴보면 진솔하고, 자신의 삶과 동시대의 첨예한 현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연극1)이 주를 차지합니다.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역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극에 등장하는 11명의 배우 모두가 ‘작가’이자 ‘나’로써 존재하는데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이자 연출가가 겪은 전 과정과 그로부터 느낀 점들을 무대로 올린 것이죠.  

1) 다큐멘터리 연극: 사전적으로는  ‘공문서, 신문 기사, 영화, 사진 등 역사적 기록 문서를 바탕으로 하여 그 내용을 변화시키지 않고 언어 형식으로 전환시킨 현대극’을 의미해요. 전윤환 연출가의 작품에서 다큐멘터리란 본인의 이야기를 극으로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기후위기에 진심인 이들이 만든 연극

  연극을 보러 가기 몇 시간 전, 관람객에게 링크가 첨부된 문자 한 통이 전송됩니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연극을 보러 오기까지 이동수단과 시간을 묻는 간단한 설문조사가 이어지는데요. 이를 통해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을 측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연 제작 및 홍보, 그리고 관람과 그 이후까지, 모든 제작 구성원의 탄소발자국2)을 측정해 공연계 탄소발자국 절감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려 하죠. 탄소발자국 절감을 위해 제작 과정에서 무대 세트, 의상, 소품의 재활용을 우선시하여 고려하고 출연진과 제작진들의 대중교통 이용, 텀블러 사용 등의 개인적인 노력도 뒷받침되었답니다. 

2) 탄소발자국: 사람이 활동하거나 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의 총량을 말해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죠.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에코 드라마투르그’의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요.  일단은 ‘드라마트루그’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트루그는 공연의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구체적인 조언이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인데,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에는 특이하게도 2명의 드라마투르크가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드라마투르크와, ‘에코’가 붙은 드라마투르그로요. 에코 드라마투르그는 일반 드라마투르그와 별개로 공연의 제작과정에서 환경적인 측면에 대한 세부사항과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죠.

 

  이렇게 기후위기에 진심인 이들이 모여 제작환경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제작 과정마다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했는지에 대한 내용과 비하인드는 국립극단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북을 통해 자세히 접하실 수 있어요. 국립극단은 2018년 9월부터 공연 프로그램북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의 프로그램북 역시 온라인으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구매하실 수 있는데요. 본 공연의 프로그램북은 탄소절감을 위해 친환경 인쇄용지로 제작되었고, 같은 이유로 하루 30권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하니 참고해주세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다큐멘터리 연극, 더군다나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라니? 혹여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는데요. 작품은 중간중간 웃음도 주기도 하고, 연극을 본다는 느낌보다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덕분에 고민했었던 것이 무색하게도 금세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관객으로부터 성찰과 생각을 이끌어냅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과연 ‘지구를 위해, 아니 결국 지구를 살아가는 나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세상을 추구하게 되고, 또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아가게 되죠. 하지만 우리가 편리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 이면에서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이번 연극에서도 이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희생의 주체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해수면 상승으로 몇 년 안에 물에 잠기는 지역의 주민들만이 아니라는 거죠. 지금 당장은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언제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현실이니까요. 이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지하고, 개인을 뛰어넘어 사회·국가와 같은 더 큰 차원에서도 각자의 몫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 드립니다

  • - 자칫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어요! 어떻게 풀어내는 지는… 직접 확인해 보세요!
  • - 예술이 기후위기를 감각하도록 한다는 작품의 의도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전윤환 연출가는 한 인터뷰에서 “감정에 호소하는 예술이야말로 기후위기를 체감하게 하는데 효율적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추상적이게 느껴지는 각종 자료와 수치들 대신, 현실감을 빡! 넣은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로 기후위기를 실제로 ‘감각’할 수 있게 합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프로그램북을 보지 않았더라면 대사에 사용되는 단어 일부분이 조금은 어려웠을 것 같아요. 미리 프로그램북을 읽으시고 관람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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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기후위기는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우리와 더 가까워지고 있어요.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대답하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줍니다. 지속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배출되는 쓰레기 양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사용한다거나, 음식 주문 시 다회용기 포장을 시도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건강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방법도 있는데요, 바로 채식입니다. 육류 소비를 위한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게 되면 결국 환경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 달에 한 번, 2주에 한 번 이렇게 주기를 줄여가면서 의도적으로 지구를 위해 채식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후비상상태: 리허설>을 보고 나면,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사실을 마음 속에 새기게 돼요.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우리를 위해 움직여야 할 때라는 생각도 하게 되죠. 우리의 일상에 영원한 암전이 오지 않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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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5-20

키워드

#연극 #기후위기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국립극단 #전윤환 #기후비상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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