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빛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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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000은 내 인생의 빛이야!” 우리는 종종 위안을 주는 존재, 또는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존재를 두고 ‘빛’이라 칭하곤 합니다.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되짚어보면, 빛이 지녔던 가지각색의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빛은 기독교에서 ‘신의 존재’를, 계몽주의에서는 ‘인간의 이성’으로 여겨졌습니다. 또, 동양철학에서는 생명체의 근원과 에너지로 이해되어 오기도 했지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 가짓수가 다양해져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렇듯 ‘빛’은 아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요. 인간과 빛의 관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성황리에 진행되기도 했답니다. 바로,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요!
😜서울시 노원구 테이트 미술관
지난 5월 8일까지, 노원구 북서울 미술관에서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이 개최되었어요. 이번 전시는 지난 2019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데이비드 호크니 전>에 이어 2년 만에 진행되는 해외 소장품 걸작전이랍니다.
전시의 제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기획한 전시인데요. 그렇다면 테이트 미술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는 것이 더 깊고 많은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테이트 미술관은 런던 템스 강변에 위치한 미술관이에요. 1897년, 헨리 테이트 경(Sir Henry Tate, 1819~1899)에 의해 설립되었죠. 처음에는 국립 영국미술관으로 설립하였지만, 1932년부터 테이트 경의 이름을 따르게 되었어요. 아직도 국립미술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에 한 사람의 이름이 붙다니 얼마나 큰 영광일까요? 그만큼 테이트 경은 영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예술 후원자 중 한 명인데요. 설탕 무역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그는 자신의 재산을 예술 등 여러 분야에 투자했답니다. 유명한 만년필 회사인 몽블랑에서는 테이트 경을 기리며 문화예술 후원자상 펜 헨리 테이트 경 만년필을 한정 생산하기도 했죠. 그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영국인들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듯한데요. 그가 자취를 남긴 테이트 미술관은 현재 테이트 브리튼과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으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어요. 이제는 영국 미술의 중심지를 뛰어넘어 국제 미술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죠.
그런 테이트의 작품들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영국까지 가지 않아도 내로라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겠죠! 게다가 이번 서울 전시만의 특색도 있답니다. 빛 특별전은 중국 상하이에서 개관 전시로 열린 후 이어지는 순회 전시인데, 상하이 푸동 미술관에서는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이 추가되었거든요. 바로 백남준의 <촛불 TV>인데요, 서울 시립미술관 측에서 백남준 아트센터와 협업하여 서울 전시만의 특별한 점을 더한 것이랍니다. 빛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시와 관련 있는 한국 작가를 추가해 기획을 더욱 견고하게 했어요.
빛은 비물질적인 것이라서 빛을 테마로 한 전시라고 하면,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빛을 경험하기 때문에 빛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 전시는 ‘빛’을 무려 16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빛, 신의 창조물’과 ‘빛과 흔적’, ‘빛과 우주’ 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16개의 공간은 크게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각의 테마에 심취해 감상하다 보면 인간과 빛의 200년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어요. 윌리엄 터너, 클로드 모네, 백남준. 이번 전시의 작가 세 명만 나열해도 엄청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11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만큼 작품 감상만으로 벅찰지도 몰라요. 작품의 역사를 하나하나 공부하고 배워가는 것도 좋지만, 전시 자체를 즐기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 아닐까요? 이번 전시의 매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해볼게요!
✨다양한 빛의 모습, 공간이 되다
첫번째는 빛을 테마로 한 전시인 만큼 전시 공간에서도 다양한 빛의 작용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예시로 ‘빛의 인상’ 공간을 살펴볼게요. 걸핏 보면 인상주의 작품들만 전시된, 다소 일반적인 전시 공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중앙에 위치한 쿠사마 야요이의 <지나가는 겨울>이 공간에 재미를 더합니다. 거울과 유리로 이루어진 작품에 인상주의 회화들이 반사되면서 전시장만의 새로운 빛을 경험할 수 있게 하죠.
필립 파레노의 <저녁 6시>라는 카페트 작품은 어땠을까요? 처음에는 천장에서 바닥에 빛을 쏘아 창틀 모양을 구현한 것인 줄 알고 프로젝터를 찾아 헤맸지 뭐예요. ‘실내의 빛’이라는 공간에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창틀의 그림자를 카페트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인간과 빛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소개할 공간은 ‘빛과 우주’인데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설치 작품,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 입자>가 시선을 압도합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작품 자체보다도 빛이 반사되어 공간에 나타나는 빛의 모습에 있습니다. <우주 먼지 입자>는 회전하면서 전시장 전체에 다양한 형상들을 만들어 내요. 작품 근처에 가면 그 상들이 관객들에게도 닿으며 직접 작품의 빛을 느낄 수 있답니다. <우주 먼지 입자>라는 작품 제목에 걸맞게 전시 공간과 관객에게로 끊임없이 퍼져나가는 빛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어때요? 빛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이지만 여러 작품이 나타내는 빛의 모습은 전부 다 다르죠. 이렇게 다채로운 빛들 가운데 나에게 의미 있는 빛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빛과 나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나만의 빛을 찾아서
200년의 빛의 역사와 16개의 전시 공간들을 그저 감상하기만 하면 아쉽지 않을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이 전시는 ‘빛’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16개의 소주제로 분할하여 다루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전시장들을 관람하면서 작품에 드러난 빛에 대한 예술가들의 관점들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빛에 대한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답니다. 전시장의 작품들이 표현하고 있는 빛은 역사적인 것인 동시에 현대에도 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나만의 빛 찾기, 생소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실제로 작품을 통해 빛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결코 어렵지 않아요. 저부터 해볼까요? 저는 여러 빛의 모습 중에서도 15번째 전시장, ‘제임스 터렐, 빛으로 숭고함을 경험하다’에서 다뤄진 빛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터렐은 한 인터뷰에서 “빛은 그 자체가 순수한 감정이고 감동”이라고 답했는데요, 터렐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빛은 제가 고민하던 빛의 의미에 가장 근접하면서도, 저의 시야를 넓혀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빛은 과연 어떤 작품과 가장 닮아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 갈채 드립니다
- - 무려 43명의 작가. 110여점의 작품을 다룬 대규모 전시!
- - 크게는 연대기적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다른 시대의 작품을 조금씩 섞어서 사조 중심이 아닌 컨셉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 지루하지 않아요!
- - 일반적인 전시장보다 어두운 공간을 조성해서 ‘빛’을 인식하고 생각해볼 수 있어요.
- - 어린 아이들도 감상하기 쉽도록 제작된 전시 감상 가이드가 비치되어 있어요.
- - ‘빛, 신의 창조물’로 시작해서 ‘빛, 인간의 창조물’로 끝나는 수미상관 구성이 좋았어요!
💬Editor’s Comment
‘빛’을 비유적 표현으로 자주 사용하긴 하지만, 정작 빛의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익숙함에 소중함을 잃지 말자’리는 유명한 글귀도 있잖아요. 어쩌면 빛이 우리의 생활에. 너무 당연한 듯 녹아있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걸지도 몰라요. 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빛과 인간이 만들어낸 200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나만의 빛의 의미를 정립해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앞으로도 우리 인류는 빛과 함꼐하고, 빛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지요. 다음 200년은 또 어떤 모습으로 인간과 빛의 합동작품이 만들어 질까요? 여러분도 기대되지 않으세요? 그럼 먼저, 빛에 의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것부터 출발해봅시다. 우리의 빛이 또 새로운 역사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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