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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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Imagination and Reality>展의 포스터 ©지앤씨미디어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콧수염. 그리고 그 콧수염의 주인이 지은 우스꽝스러운 표정. 사진 속 모든 것은 ‘띠용!’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될 것만 같아요. 생뚱맞고 특이한 구석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 작가가 세상에 남긴 모든 작품들 역시 비슷한 감상을 남겼죠. 그의 이름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omingo Felipe Jacinto Dalíy Domènech, 1904~1989). 20세기 미술사에 큰 흔적을 남기고 초현실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건설한 주역들 중 한 명이에요.

 

살바도르 달리, 초현실주의의 개척자!

  초현실주의는 1920년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문화예술 사조예요. 이 사조의 바탕에는 다다이즘이라는 또 다른 사조가 있답니다. 다다이즘은 ‘잘 그린 그림이란 응당 이래야지~’하는 식의, 전통적인 예술의 가치와 형식들을 완전히 부정했어요. 예술의 소재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반대하며 혐오스럽거나 아름답지 않은 것을 소재로 삼은, 반(反)예술적인 행보를 보였죠. 초현실주의는 바로 이 다다이즘을 계승해 이성적이지 않은 예술을 이어갔는데요. 그중에서도 인간의 무의식, 잠재의식처럼 마치 꿈과 같은 세계에 집중했어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지앤씨미디어

  사실 달리는 초현실주의를 이끌던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부르통(Andre Breton, 1896~1966)과의 불화로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제명당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 그를 초현실주의 작가로 알고 있지 않나요? 달리는 그룹에서 제명되었을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요. “나는 초현실주의 자체이니까 아무도 나를 쫓아내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덕분 아닐까 해요.
  그렇다면 달리는 왜 스스로를 초현실주의 자체라고 생각했을까요? 달리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작품세계까지 빠삭하게 들여다본 이들은 천재, 혹은 광인이라는 평을 남겨요. 그만큼 그와 초현실주의 사조 사이에는 비정상과 광기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존재한답니다. 그는 자서전에 일생 동안 ‘정상성’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몹시 어려웠다고 적었어요. 그만큼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상상과 행동을 하며 일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고요. 우리가 은행 창구 직원이 내가 준 현금을 먹어 치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거나, 태아였을 때를 기억한다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잖아요!(달리는 그랬다는 뜻...)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싹 다 모여! 본격 대규모 회고전

가장 널리 알려진 달리의 작품 <기억의 지속> ©MoMA

  살바도르 달리의 요상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그의 생애가 궁금해지기도 해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을까...?’하는 의구심이 마구 생기는 거 있죠. 이렇듯 초현실주의를 넘어, 그의 삶을 관통한 예술 세계를 흐름대로 소개하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바로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무려 7년여간의 공식 협업을 통해 개최된 대규모 단독 회고전, <살바도르 달리:Imagination and Reality>展입니다. 달리의 작품은 그간 국내에서 다른 초현실주의 작가들과의 단체전을 통해 얼굴을 비춘 적이 종종 있지만, 단독으로 140여 점의 작품에 이르는 대규모 전시가 개최된 것은 처음이에요. 유화뿐 아니라 삽화, 설치미술, 영화, 다큐멘터리, 사진, 멀티미디어 영상물 등 작품 구성 또한 매우 다채롭고 풍부하답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그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다수의 작품을 필요로 했는데요. 때문에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이렇게 세계 3대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이라 불리는 곳들의 소장품이 한데 모였어요!

 

✅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Fundació Gala-Salvador Dalí)
살바도르 달리가 태어나고 성장한 고향, 스페인 피게레스에 위치해 있어요. 폐허가 된 극장을 달리가 직접 총괄‧기획해 재탄생시킨 곳이죠! 지하실에는 달리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어요.


✅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Salvador Dalí Museum)
1942년 살바도르 달리의 회고전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모스 부부가 플로리다 해안가에 설립한 미술관이에요. 45년 동안 수집한 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죠.


✅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de Arte Reina Sofia)
다수의 현대미술 걸작들을 전시하는 스페인의 국립미술관이에요. 살바도르 달리뿐 아니라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피카소, 그리고 20세기 초반 미술계를 주도한 화가 호안 미로, 르네 마그리트 등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콕 찝어 알려주는 이번 전시 포인트

  이번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전시관에서 총 10개의 파트로 진행되는데요. 그중 주목할 만한 파트를 미리 살짝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는 ‘그래픽 아티스트, 이상한 나라에서 온 돈키호테처럼’ 파트예요. 이 파트에서는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달리의 작품들을 모아 놓았는데요. 달리의 작품을 교과서에서만 접해보신 분들은 ‘달리가 그래픽 작업도 해?’하고 조금은 생소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달리의 작품세계에서 그래픽, 특히 삽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지 않답니다. 책이나 잡지 커버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던 달리는 1920년대 초부터 다양한 삽화 작품을 남겼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상징적인 요소들과 기법이 녹아있는 4가지의 문학 작품을 소개해요. 특히 1957년에 작업한 『돈키호테 데 라만차』의 삽화가 굉장히 흥미롭답니다. 흔히 사용되는 연필과 물감 외 획기적인 재료와 방식을 찾던 달리는 물감을 묻힌 달팽이를 활용하기도 하고, 공기총에 잉크 탄을 채워 쏴보기도 했다지 뭐예요. 생각만 해도 어쩐지 호기로운 기상이 느껴지는 듯해요. 마치 돈키호테처럼요!

 

달리의 『돈키호테 데 라만차』 삽화 ©데일리한국

  두 번째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파트는 ‘영원불멸한 거장들의 천국’이에요. 달리에 대해서 조금만 알아보아도 ‘나는 천재다’, ‘보라, 살바도르 달리가 태어났도다’ 등등 자화자찬의 어록들을 쉽게 발견하게 되는데요. K국 유교걸/보이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태도라고 볼 수 있죠. 조금은 교만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어록들을 읽고 있자니, ‘참나! 이 사람은 지구 상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밖에 없나 보지?!’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건 달리에 대한 큰 오해였어요. (급성찰...) 후기의 달리 작품들은 그가 깊이 존경한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Velázquez, 1599~1660),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 등 다양한 대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가 예술사적으로 훌륭한 화가들에게 반기를 들며 자신의 천재성과 창조성을 부각했던 것과는 대비적으로, 이 시기에 완성된 작품들은 엄격하고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적용한 것들이 많아요.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초현실을 현실에 융합시키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했는데요. 고전주의에 심취하고 영향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생각의 종착지가 아니었을까요?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지앤씨미디어


💬Editor’s Comment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달리의 작품은 언제나 저에게 호감과 비호감 사이를 열심히 넘나드는 것들 중 하나였어요. 그가 보여주는 세계가 매혹적이기에 절로 받아들이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휴... 이 사람... 정말 죽었다 깨나도 모를 사람이다!’하며 고개를 젓게 되기도 했거든요. 그만큼 그의 생각과 작품들은 요상해요.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삶을 회고하는 과정에 함께 하게 된다면 그의 요상함이 어쩌면 세상에게 느닷없이 주어진 깜짝 선물이 아닐지 생각해보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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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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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살바도르달리 #달리 #전시회 #초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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