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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은 남자, 뮤지컬 속 ‘여장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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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예능이나 장기자랑에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소재라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세요? 여러 가지 중에서도, 여자로 분장한 남자. ‘여장남자’는 늘 폭소를 터트리게 하죠.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낸 채, 오버스러운 손과 몸동작에 말투까지. 아직까지 ‘여장남자’는 이렇게 대부분 재미를 위해 소비되고 있죠. 반면, 억지스러움 없이 그저 담담히 ‘이게 바로 나야’라고 말하는 여장 남자들이 있습니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그들인데요. 뮤지컬에서도 그들의 존재는 조금 더 특별해 보이지요? 그들은 정말 특별한 존재일지, 하이힐을 신은 남자들을 만나러 가보시죠.

 

한셀에서 헤드윅이 되기까지. 뮤지컬 <헤드윅>

  첫 번째는, 뮤지컬 <헤드윅(Hedwig)>의 ‘헤드윅’입니다. 1990년대에 뉴욕 소극장에서 공연되어 입소문을 타다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작품이죠. 트렌스젠더 ‘헤드윅’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동독 소년 '한셀'이 성전환 수술에 실패하고,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어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음악을 만들었지만 그것조차 '토미'라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빼앗겨 버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승우, 이규형, 변요한, 유연석, 조정석, 정문성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헤드윅 역을 맡았어요. 

 

2021년 헤드윅(뉴이스트의 렌) Ⓒ쇼노트 제공

 

  이야기의 소재가 트렌스젠더라는 것이 독특함을 넘어서 충격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무대 위의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으실 거예요. 화려한 메이크업에 핫팬츠와 배꼽티를 입고, 매끈한 다리위로 망사스타킹을 신은 그는 누가 봐도 공작새처럼 화려하고 매혹적인 여인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화려한 헤드윅의 외모와 그의 어두운 이야기는 극적으로 대비가 되어 관객들에게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헤드윅의 씁쓸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헤드윅’은 직접 관객들과 대화를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극으로 풀어나가는데요. 덕분에 관객들은 마치 트렌스젠더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뮤지컬 <헤드윅>의 특별한 점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남장여자’, ‘이츠학'의 등장입니다. 수염을 기른 얼굴에 훤칠한 키, 가죽의상까지 매치하니 누가 봐도 ‘상남자’인데요. 극중 헤드윅은 이츠학을 만나 그를 남편으로 삼고 함께 밴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락 장르의 노래를 시원하게 불러재낄 때,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죠. 

 

헤드윅으로 변신한 조승우, 조정석, 변요한, 유연석 Ⓒ조선일보

 

The Sex Is In The Heel! 뮤지컬 <킹키부츠>

이번엔 뮤지컬 <킹키부츠>의 ‘롤라’와 ‘엔젤’들을 만나볼까요. <킹키부츠>는 2013, 2014년에 미국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었던 작품이에요. 앞서 <헤드윅>이 트렌스젠더의 이야기였다면 <킹키부츠>는 드래그 퀸(Drag Queen)의 이야기입니다. ‘드래그 퀸’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드래그 퀸'은 여성의 옷을 입고 치장을 하며 과장된 여성 연기를 하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 공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찰리(Charlie)'가, 자신과 생각이나 스타일이 전혀 다른 남자, 드래그 퀸 ‘롤라(Rola)'를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얻어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킹키부츠>의 롤라(박은태)와 찰리(이석훈) ⒸCJ ENM

 

  이 작품에서는 롤라를 제외한 6명의 드래그 퀸인 ‘엔젤(Angel)'들이 나오는데요. 그들은 맨발로도 해내기 힘든 어려운 안무를 아찔한 킬힐을 신은 채 거뜬히 소화해냅니다. 무대에선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그들의 몸매에 절로 눈이 가는데요. 오디션에서부터 ‘엔젤’역은 몸매, 특히 예쁜 다리가 배우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해요. 엔젤이 되어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겨드랑이, 다리, 팔 등 제모를 하고 몸에도 분장을 하는 등 얼굴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몸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해요. 이 작품에서 또 재밌는 장면은, 바로 '돈'과 '롤라'가 복싱 시합을 하는 장면인데요. 전혀 다른 색깔의 두 남자가 펼치는 복싱경기는 익살스럽기 까지 합니다.

 

<킹키부츠>의 엔젤들 Ⓒ이투데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짜 제이미의 이야기. 뮤지컬 <제이미>

  마지막으로,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제이미(Jamie)>의 주인공, ‘제이미’입니다. 2017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2020년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최초로 초연되었어요.  제이미 역에는 조권, 신주협, MJ, 렌이 캐스팅이 되었고요. 영국 공립학교를 다니는 '제이미'는 드래그 퀸이 되는 것이 꿈인데요. 주변의 차가운 시선들로 인해 꿈에 대한 확신보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제이미는 엄마와 친한 친구의 응원에 힘을 얻어 용기를 내기 시작하죠. 학생신분으로 교복을 입은 단정한 모습의 제이미가 킬힐을 신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제이미가 되면서 16세 소년의 성장모습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렸어요. 무대에는 팝 음악과 스트릿 댄스의 군무들이 곁들어져 관객들에게 재미를 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보여주는 존중과 포용, 도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제이미>의 제이미(신주협) Ⓒ플레이DB

 

  트랜스젠더, 드래그 퀸은 틀림없이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소재인 것 같습니다. 위 세 영화들이 모두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많은 분들이 유명 배우들의 색다른 변신에 호기심을 갖고 공연장을 찾으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겉모습보다도, 캐릭터 자체에 대한 궁금함을 더 가져주셨으면 해요. 작품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 캐릭터의 깊은 감정을 공감해보신다면, 그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실 거예요. <제이미>의 실제인물 제이미는 ‘드래그 퀸은 그저 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는데요. 우리 모두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 각자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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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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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랙퀸 #헤드윅 #킹키부츠 #롤라 #제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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