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윈윈(Win-win)의 정석, 영화로 제작된 국내 창작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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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와 뮤지컬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종합예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서로를 리메이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앞서 라이선스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을 만나봤다면, 오늘은 국내 뮤지컬계에서 ‘귀한 자식’ 취급을 받는 창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을 가지고 왔어요. 사실 귀하기는 하지만 창작 뮤지컬이 크게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아요. 때문에 창작 뮤지컬을 기반으로 거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화되어 관객들을 찾아온 반가운 작품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꽤 많은 호응을 얻었고요.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지금부터 만나볼게요.

 

최초로 영화화된 창작뮤지컬 ‘김종욱찾기'

  첫 번째는, 영화 <김종욱 찾기>입니다. <빨래>와 더불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죠.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2006년 초연해서 2010년에 창작 뮤지컬 최초로 영화화가 이루어진 작품이에요. 뿐만 아니라 최초로 뮤지컬 각본집이 출판되기도 했고요. 그만큼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얻은 뮤지컬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7년 전 인도 여행에서 만난 운명적인 상대 ‘김종욱’을 찾기 위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찾아온 ‘지우’와 사장 ‘기준’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어요.

  세트가 거의 없는 무대에서 세 배우의 에너지만으로 극을 이끌었던 뮤지컬과 달리, 영화에서는 실제적 장소가 구현되어 보는 재미를 더했어요. 국내 뮤지컬 작품 중 최다 캐릭터 기록을 경신했던 ‘멀티맨’의 존재가 영화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도 관심사였는데요. 시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인 25역을 담당했던 멀티맨을 영화에서는 각기 다른 배우들이 나눠서 소화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역대 <김종욱 찾기> 뮤지컬 공연에서 김종욱과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배우, 그리고 뮤지컬 스타들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재미는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감독이 원작 뮤지컬의 작가인 ‘장유정’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한 자리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을 섭외했으니, 작품을 뮤지컬로 미리 만나봤던 관객들에게는 ‘내가 만났던 배우 찾기’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을 거예요. 또 뮤지컬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몽글몽글한 감성을 해치지 않고 충분히 표현함으로써 원작자의 저력을 보여주었어요.

 

👉멀티맨이란?

극 속에서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 극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사건에 끼어들기도 하고 멀찍이 지켜보기도 해요.

 

영화 <김종욱 찾기>의 포스터 / ⓒ 네이버 영화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공연 장면 / ⓒ 올댓아트

 

각색이 많이 된 ‘부라더’

  다음은, 영화 <부라더>입니다. <김종욱 찾기>와는 달리 원작에 많은 각색을 가미한 경우라 제목도 바뀌었어요. 원작 뮤지컬의 제목은 <형제는 용감했다>로, 2008년 초연된 작품이에요. 이 작품 역시 원작자와 영화 연출을 장유정 감독이 맡은 것으로 화제가 되었죠. 장유정 감독은 <김종욱 찾기>의 영화화 다음으로 이 작품의 영화화를 선택했어요. 연을 끊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에 내려온 ‘이석봉’, ‘이주봉’ 형제가 아버지의 유산과 미모의 여인 ‘오로라’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부라더>는 기본 줄거리를 제외하고는 많은 것이 바뀌어서 캐릭터 설정부터 달라진 점이 많았어요. 원작에서 법무법인 사무소 직원이었던 ‘오로라’는 문화재청 직원으로, 직업이 불분명했던 형제의 직업은 각각 회사원과 학원 강사로 설정되어 디테일이 추가되었고요. ‘주봉의 결혼식’이라는 넘버가 있을 정도로 이주봉의 결혼에 대한 언급이 뚜렷했던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암시하는 정도로만 표현했어요. 또 뮤지컬 공연에서는 장면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때 춤과 코믹한 언행으로 소소한 재미를 줬지만, 영화에서는 춤과 노래 없이 오롯이 플롯의 전개에만 집중했죠. <김종욱 찾기>가 원작과의 닮은 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던 경우라면, <부라더>는 반대로 원작과 다른 매력을 찾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영화는 개봉 첫 주에 꽤 괜찮은 성적을 보이며 가뿐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더니 결국, 성공적인 영화화의 예시가 되었습니다.

 

영화 <부라더>의 포스터 / ⓒ 네이버 영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공연 장면 / ⓒ 뉴스투데이

 

같은 소재, 다른 이야기 ‘스윙키즈’

  마지막으로, <스윙키즈>입니다. 1951년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가슴 터질 듯한 감동 스토리를 그려내었죠. 이 영화의 원작은 2015년에 초연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예요. 이 영화의 백미는 배우들이 선보이는 탭댄스의 항연입니다. 고난이도의 탭댄스에 영화적 요소까지 입혀져 흥미와 예술성 모두를 갖췄어요. 아이돌 출신의 배우 도경수와 <과속스캔들>, <써니> 등의 연달은 흥행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강형철 감독이 만나는 것으로 세간의 관심을 얻었는데요. 평소 안보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강형철 감독은 <택시운전사>를 연출한 장훈 감독의 추천으로 <로기수>를 보게 되었고, 바로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고 해요.

  이 작품 역시 원작에서 많은 각색이 가미되었는데요. 원작 뮤지컬에서 로기수, 로기진 형제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영화에서는 미군 수용소 관리자와 북한군 소년의 우정에 좀 더 초점을 맞췄어요. 극 중 ‘잭슨(Jackson)’ 역할을 맡은 배우 자레드 그라임스(Jared Grimes)는 오바마 전 대통령 앞에서 공연을 선보일 정도로 브로드웨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댄서라고 하는데요.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것은 물론, 전문 댄서로서의 기량을 백분 발휘해 멋진 댄스 시퀀스를 구현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한국 영화 최초로 비틀즈의 원곡을 삽입한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어요. 비틀즈는 그간 까다로운 기준을 세워 영화에서의 원곡 사용을 제한해온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해 이례적으로 원곡 사용을 승인했다고 해요. 덕분에 수많은 명곡들이 등장한 <스윙키즈>의 플레이리스트 피날레는 비틀즈의 ‘Free As A Bird’가 장식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스윙키즈>의 포스터  / ⓒ 네이버 영화
뮤지컬 <로기수>의 공연 장면 / ⓒ 오마이뉴스

 

  오늘은 국내 창작 뮤지컬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을 만나봤는데요. 같은 이야기와 소재가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또 무대와 스크린이라는 다른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구현되었는지 각기 다른 매력을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미 전 세계적인 존재감을 장착하고 영화화되는 라이선스 작품과 달리, 국내 창작 뮤지컬은 오히려 영화화가 된 후에 대중에게 알려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오늘 소개한 세 편의 작품은 영화와 뮤지컬이 서로 멋진 ‘윈윈(Win-win)’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대표적인 케이스로 남았어요. 앞으로 또 어떤 창작 뮤지컬이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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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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