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가 잠적했던 3년, 그 숨겨진 비밀을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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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 빠져본 적 있나요? 여기 첫 작품인 교향곡 1번의 처참한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작곡가가 있어요.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그에게 우연히 정신의학자가 찾아오게 되는데요.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이 이야기는 지금부터 소개할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내용인데요.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로 꼽히는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의 슬럼프 3년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이 뮤지컬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곡/음악감독상과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극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니콜라이 블라디미로비치 달(Nikolai Vladimirovich Dahl, 1860~1939)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에게 심리치료를 했다’는 단 한 줄의 기록에 상상을 더해 탄생했다는 거예요!
🔥라흐마니노프의 지독한 슬럼프 극복기!

라흐마니노프는 다른 유명한 음악가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일찍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4살 때 피아노를 독학하여 10대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이틀 안에 곡을 완성하는 천재성을 발휘했죠. 첫 작품인 협주곡 1번은 17살에 만든 작품인데 2, 3악장은 무려 이틀 반 만에 완성했다고 하죠. 이런 그의 패기 넘치는 질주는 24살에 큰 위기를 맞이하게 돼요.
당시 라흐마니노프가 의지했던 사람은 스승 니콜라이 쯔베레프였는데, 쯔베레프는 수업비도 받지 않고 라흐마니노프를 가르칠 정도로 그를 많이 아꼈어요. 이렇게 그를 보듬어주던 쯔베레프 교수가 죽고, 얼마 뒤에 그의 롤모델이었던 차이콥스키마저 생을 마감하자 라흐마니노프는 큰 충격을 받죠. 이런 충격 속에서 겨우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하고 발표한 교향곡 1번 초연이 실패하면서 라흐마니노프는 절망하게 돼요. 당시 러시아 작곡가였던 세자르 퀴(Cui, César, 1835~ 1918)는 미디어에 “만일 지옥에 음악학교가 있어서 교향곡을 모집하면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제출해라. 반드시 우승할 것이고 지옥 사람들은 즐거워할 것이다”라는 악평을 냈고 모든 신문이 이 문구를 인용했어요.
이후 집에 틀어박혀 생활하던 라흐마니노프는 본인도 ‘가장 무참한 4년’이라고 말할 만큼 인생 최악의 시기를 보내요. 뮤지컬에서 다루는 시기는 이때의 이야기죠. 이때쯤 라흐마니노프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를 만나게 되는데요. 달 박사는 자신을 밀어내는 그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내면을 따스하게 보듬어주어요. 달 박사 덕분에 그는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고,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해 달 박사에게 헌정하죠. 이 곡으로 재기에 성공한 라흐마니노프는 이후 10년간 가장 활발하게 작곡 활동을 하는데요. 지금까지 명곡으로 뽑히는 곡들의 대부분 이 시기에 쏟아졌다고 해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두 가지 감상 포인트!
🎹제3의 배우, 피아니스트
첫 번째 감상 포인트는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피아니스트예요. 이 뮤지컬은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다른 뮤지컬에 비해 음악 비중이 월등히 높은데요. “뮤지컬 보러왔다가 클래식 공연을 보고 간다”는 평이 쏟아지는 공연이기도 하죠. 피아니스트 캐스트를 보러 공연을 찾는 관객도 있을 만큼, 뮤지컬 내에서 피아니스트의 역할은 단지 연주자에만 그치지 않아요. 라흐마니노프역을 맡은 배우를 대신해서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하고요. 연주를 통해 극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요. 예를 들어, 배우가 화를 내기로 한 데서 차가운 느낌으로 연주하는 식이에요. 배우들의 감정이 달라졌을 때는 관객들에게도 다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피아노 연주도 달라져야 하죠. 뮤지컬 속에서 피아니스트는 제3의 배우인 셈이에요.
🎪독특한 구성의 무대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참신한 무대예요. 무대는 좌측에 달 박사의 서재, 우측에 라흐마니노프의 작업실, 중앙에는 라흐마니노프의 내면의 길, 이렇게 세 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무대 중앙에는 뒤엉킨 의자와 붉은색 연미복과 같은 오브제를 배치하여 라흐마니노프의 기억을 효과적으로 보여줘요.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의 위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보통의 뮤지컬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에 있는 것과 달리 <라흐마니노프>는 무대 뒤쪽에 피아노와 현악 8중주가 배치돼 있어요. 이런 배치는 극의 흐름과 연주가 시각적으로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성한 거랍니다.
👉오브제(Object)
작품에 쓴 일상생활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인 물체를 뜻해요. 돌, 나뭇조각, 차바퀴, 머리카락도 모두 오브제가 될 수 있어요.
🎼공연 전 미리 들어보면 좋아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넘버 17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들을 차용해 만들어졌어요. 공연을 보기 전에 미리 주요 곡들을 들어보고 가면 공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겠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1번(Rachmaninoff Symphony no.1 in d minor op.13+)·피아노 협주곡 2번(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2)
극 초반에 등장하는 넘버 ‘교향곡’은 라흐마니노프를 슬럼프에 빠뜨린 교향곡 1번으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넘어가게 편곡했어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극의 중반부에서 라흐마니노프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새로운 곡을 쓰려고 하는데요. 과거의 혹평이 계속해서 그를 좌절하게 해요. 이때 등장하는 넘버가 ‘열등감’이죠.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 3번 1악장을 차용하여 작곡했어요.
🎶파가니니에 의한 랩소디 제18 변주(Rachmaninoff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var.18)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에게 처음으로 최면을 걸어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하는 장면에서 ‘기억의 저편으로’가 등장해요.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파가니니 랩소디를 차용해서 만들어졌어요. 파가니니 랩소디는 ‘악마적인 기교’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직접 그 기교를 느껴보길 바라요!
🕺관객을 압도하는 2인극의 캐스팅

천재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역은 <세종, 1446>, <검은 사제들> 등의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박유덕과 <무인도 탈출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의 다양한 작품으로 활약 중인 안재영, <개와 고양이의 시간>, <어쩌면 해피엔딩> 등으로 맹연기를 보여준 정욱진, <메리셸리>, <리틀잭> 등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노래와 연기를 보여준 박규원이 담당해요. 더불어 <어린왕자>, <쓰릴미>, <전설의 리틀 농구단> 등의 무대에서 주목받았던 김현진이 새롭게 합류하여 그의 개성이 묻어나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에요.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하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역에는 <팬레터>, <검은 사제들> 등에서 활동 중인 초연 멤버 김경수와 <어린왕자>, <더픽션> 등의 다양한 작품에서 사랑받은 정동화, <1975 할란카운티>, <시데레우스> 등에서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준 임병근, <경종수정실록>, <리틀잭> 등의 작품으로 활약 중인 정민, <홀연했던 사나이>,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등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유성재가 다시 한번 돌아와요. 원년 멤버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배우가 합류하여 더 탄탄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 예상되네요!
💬 Editor’s Comment
나의 재능을 믿고 필드에 나갔을 때 좌절감을 느낀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협주곡 2번을 들으면 마치 광활한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당시 라흐마니노프는 돈이 없어서 월세도 못 내고, 오페라 지휘를 하러 갔다가 잘렸던 신세였어요. 그런 상황이 협주곡에 고스란히 드러나죠.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결국 3년의 긴 슬럼프를 극복하고 세상에 이름을 알렸어요. 지금은 돌파구가 없어 보여도 꾸준히 노력하며 살다 보면 삶은 변한다는 것. 이것이 뮤지컬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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