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에서 썸이 되기까지! 연극 <옥탑방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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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하면 혜화, 대학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나요? 길거리에 줄지어 홍보하고 있는 다양한 연극 중에서 로맨틱 코미디 <옥탑방 고양이>는 높은 예매율을 자랑해요.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지난 2010년 초연 이후 대한민국 국회 대상 수상, 누적 관객 250만 명 이상, 재관람 관객 2만 명 돌파, 관객 평점 9.5점 등 국내 창작연극의 대표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죠. 이 작품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해외 시장 러브콜로 2018년 중국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는데요! 연극에 어떤 매력 포인트가 있길래 그토록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걸까요?
🔎어떤 작품일까?

배경은 서울 종로구의 어느 5층 건물 옥탑방. 드라마 작가 지망생 정은과 건축가 경민이 동시에 같은 집으로 이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돼요. 정은은 공모전에서 떨어지면 다시 본가로 돌아가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옥탑방에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정은이 이사한 다음 날, 경민도 옥탑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죠. 당황한 두 사람이 영문을 알아본 결과! 정은이 하루 먼저 계약금을 냈고, 경민은 월세 3달 치를 미리 지불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엎친 데 덮친 격 집주인 부부는 계약을 마치고 한 달 반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 연락이 끊긴 상태. 없는 형편에 전 재산을 털어 옥탑방을 계약한 이들은 ‘불편한 사람이 먼저 나가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해요.
📺원작 소설에서 드라마, 그리고 연극까지?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 2001년에 출간된 김유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2003년 MBC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방영됐던 <옥탑방 고양이>는 소설과 드라마에 이어 연극까지 개막한 대표적인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사례로 꼽혀요. 특히 드라마로 제작된 <옥탑방 고양이>는 4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죠. 긴 호흡을 가진 16부작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녹여내야 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경민과 정은이의 일상을 자세하게 보여주지만 연극은 이야기의 핵심만 압축해서 보여줘요.
연극과 드라마는 젊은 남녀가 서울에 있는 옥탑방에서 동거하는 소재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여요.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만나지만 연극에서는 이중계약 문제로 옥탑방 앞에서 만나죠. 등장인물의 성격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특히 경민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인물이에요. 드라마에서는 철없고 능글맞은 인물이라면 연극에서는 진중하고 반듯한 인물이죠. 반대로 정은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연극과 드라마에서 비슷한 성격을 보여줘요. 소설과 드라마, 연극까지! 세 가지의 장르를 비교해보면서 작품을 감상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죠?
👉OSMU
‘One Source Multi Use’의 약자로 하나의 소스로 다양한 용도의 콘텐츠를 만드는 걸 말해요. <해리포터>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예요.
📈종횡무진 흥행의 비결은 뭔지 궁금해!

🐈감초 역할 톡톡히 해내는 고양이들
옥탑방의 한구석에 살고 있던 고양이 뭉치와 겨양이는 극의 가장 핵심이자 감초 같은 역할을 해요. 뭉치는 겨양이를 좋아하지만 늘 표현이 서툴고 그런 뭉치의 모습에 답답해하는 겨양이의 행동도 재미를 더해주죠.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기도 하고, 정은과 경민을 관찰하면서 몰래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관객들을 극 중에 참여시키며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을 재미있게 바꿔줘요. 특히 겨양이와 뭉치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해설자 역할부터 이중 계약을 해버린 집주인 부부, 심지어는 극의 진행을 돕는 보조 조연까지 일인다역의 연기를 알뜰하게 해내죠. 더불어 관객들은 고양이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정은과 경민은 듣지 못한다는 설정도 <옥탑방 고양이>만의 특징이에요.

❗현실적인 고민이 공감돼
‘옥탑방 이중계약’ 문제에 엮인 두 청춘남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생길 법한 이야기예요. 현재 서울에는 비좁은 옥탑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청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연극의 소재가 동거에만 치중되진 않는다는 거예요. 정은은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라고 잔소리하는 아버지에게 반항심을 가지고 있고, 경민도 일을 마치고 돌아가고 싶은 따뜻한 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요. 취업 문제로 고민하거나 꿈이 좌절될까 두려워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연애에만 포커스를 맞춘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나게 하는 요소인 셈이에요. 더불어 “분리수거 좀 똑바로 해라”, “설거지 좀 뽀득뽀득하게 해놔라” 등의 대사는 정은과 그의 가족들의 맛깔스러운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되는데요. 한 번쯤은 겪었을 만한 일상적이고 정겨운 풍경이 더해져 더욱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요.
🎪무대가 접힌다고?
좁은 공간을 접이식 무대 세트로 활용하는 것도 옥탑방 고양이를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 포인트예요. 문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초반의 모습과 달리, 중반에 고양이들이 방을 펼치면 한순간에 옥탑에서 방 안으로 장소가 뒤바뀌죠. 또한 조명을 적절히 배치해 낮과 밤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어요. 시간의 변화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으니 시공간에 제약이 큰 소극장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극복한 거예요.
📌유기묘 프로젝트, ‘#겨양아사랑해’도 진행 중이라는데?
<옥탑방 고양이>의 공연기획사 ‘레드앤블루’는 유기동물 봉사 및 후원 캠페인 ‘#겨양아사랑해’를 진행 중인데요. 유기묘 ‘겨양이’라는 극 중 캐릭터가 존재하는 만큼,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2017년 5월부터 주기적인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사료나 반려 용품을 후원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관객들도 자발적으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이벤트에 참여해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현재 해시태그는 무려 21,000개를 도달했죠! 단순한 후원이 아닌 관객과 배우가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캠페인이에요.
💬 Editor’s Comment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 그리고 깜찍한 두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하는 옥탑방. 각자의 삶의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옥탑방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함께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줘요. 그런 의미에서 <옥탑방 고양이>는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함께’라는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연극이에요. 정은은 공모전에서 탈락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낭만을 선물해준 경민과 옥탑방에 사는 것을 선택하는데요. <옥탑방 고양이>를 통해 곁에서 살아갈 힘을 주는 고마운 사람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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