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해요, ‘발레 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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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해볼까요. 제시어는 ‘사랑합니다’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손과 팔을 이용해 각각의 크기와 모양의 하트를 만들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아름답다’라는 말은요? ‘나와 결혼해 주세요’나 ‘내 마음을 받아주세요’라는 말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혹시 여러분, 이 모든 질문에 하트만 계속 만들고 있는 건 아니겠죠?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이 모든 것들을 몸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발레 무용수들인데요. 그들은 무대 위에서 늘 소리 없이 몸의 언어로 대화를 합니다. 바로, 발레 마임(mime)을 통해서죠.

마임은 무엇일까?
마임(mime)이란 무엇일까요? 마임은 연기의 한 형식으로, 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신체의 움직임으로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 수단이에요.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 ‘미모스(mimos)’에서 유래했는데요. 미모스는 ‘모방’, ‘흉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마임은 시실리와 남 이탈리아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때만 해도 마이크나 확성기가 없던 시절이라, 수많은 군중 앞에 서야 하는 배우들에게 표정과 제스처를 잘 보여주는 것이 대사만큼이나 중요했어요. 때문에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기술이 점차 발달하게 되었고, 이것은 무언극과 무용극으로 이어졌죠. 이후, 대사를 사용하지 않고 약속된 몸짓과 표정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팬터마임’과 같은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발레에서도 약속된 몸짓인 ‘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를 ‘발레 마임’이라고 해요. 발레 마임의 구체적인 동작들을 작품 속에서 찾아볼까요?
<백조의 호수> 속 발레 마임
고전발레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을 볼게요. 백조로 바뀐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가 서로 마주 보고 있네요. 왕자는 공주에게 ‘당신은 누구신가요?’라고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쪽 팔을 앞으로 뻗어 ‘당신’을 표현했죠. 곧이어 양팔을 모두 앞으로 뻗어 ‘누구?’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꼿꼿이 몸을 세운 채 두 팔을 뒤로 뻗어 백조의 날갯짓을 표현하죠. 우아한 백조의 모습으로, ‘저는 백조랍니다!’라고 대답하는 것 같죠? 아래 그림 3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까요? ‘내 사랑을 받아주오’, ‘결혼해 주시오’, ‘맹세하리다’. 왕자가 공주에게 청혼을 하고 있나 봅니다. 무언 속에서도 발레 마임을 통해 왕자의 절절한 마음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지젤> 속 발레 마임
이번에는 순박한 시골 처녀 ‘지젤’과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의 사랑을 다룬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의 무대로 가볼게요. 지젤에게 첫눈에 반한 알브레히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바로 그림 4처럼, 손등으로 얼굴 윤곽선을 따라 쓰다듬으면서요. ‘아름답다’는 의미의 마임을 펼친 것이죠. 곧 지젤은 알브레히트와 함께 2인무를 추며 무대를 누비는데요. 지젤도 알브레히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죠? 그는 또, 이렇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두 손을 나란히 포개어 자신의 왼쪽 심장에 대면서 말이죠.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왔어요. 사랑합니다’라는 그의 말이 들리는 것 같지 않으세요? 다음은, 알브레히트가 귀족이라는 정체를 알게 된 충격과 슬픔으로 지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입니다. 이때 지젤은 손가락으로 얼굴 위 눈물 자국을 따라 선을 그리며 팔을 움직이는데요. ‘울다’라는 마임이죠. 덕분에 객석 끝에 앉아있는 관객까지도 모두 지젤의 눈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발레 마임’은 무대 위 무용수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수 있게 해준답니다. 그렇다보니 무용수들은 더 아름다운 표현 방식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관객도 ‘발레 마임’을 익힌다면 작품을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겠죠. 사실 찾아보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마임을 사용하고 있어요. 서두에서 여러분이 만들었을 손가락, 팔 하트도 마임의 하나라고 할 수 있거든요. 우리에게 말이 좀 더 앞설 뿐이지, 마임이 특별하거나 난해한 언어는 아니랍니다. 오늘은 재미삼아, 연인이나 친구, 가족에게 앞에서 나왔던 마임 중 하나로 말을 건네 보면 어떨까요?
- 류한울·조주연 공동 작성
참고자료
- 김순정. 『김순정의 발레 인사이트』, 서울: 씨네스트, 2020.
- 이수경. 『발레 즐겨찾기』, 서울: 부크크, 2014.
- 국립발레단. 『즐거워라 발레』, 서울: 범조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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