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일상 속 공공디자인, 오늘도 그냥 지나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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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미래 전시, 출처: 문화역서울 284 인스타그램

  여름 날, 횡단보도 앞 신호를 기다릴 때면 쏟아지는 햇빛 때문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지지 않나요? 고맙게도 횡단보도 앞 거대한 그늘 막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 주죠. 추운 겨울에는 버스정류장의 온열 의자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주고요. 이렇게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그늘막과 온열 벤치가 바로 공공디자인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공공 디자인을 전시장으로 모은 기획 전시가 열렸는데요. 바로,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시예요. 전시는 지난 6월 30일 시작하여 8월 29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관람할 수 있어요. 자 그럼,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우리의 공공디자인을 만나러 가볼까요?

 

🔎잠깐, 공공디자인이 뭐죠?

익숙한 미래 전시, 출처: 문화역서울 284 인스타그램

  우선  ‘공공 디자인(public design)’‘공공성(public character)’을 표현하는 디자인을 말해요. ‘공공성’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모두와 연관되는 성질을 의미하죠.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시설을 기능적 요소뿐만 아니라, 미적인 요소까지 고려하여 복합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공공디자인이에요. 

  공공 디자인과 도시 디자인, 똑같은 거 아니냐고요? 도시 디자인은 기존 도시계획과 건축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롭게 도시를 설계하는 것을 말해요. 공공 디자인과 달리,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모두 포괄하고 있어요. 즉, 사적인 영역을 포함하는 가, 아닌가에 따라 공공 디자인과 도시 디자인을 구별하죠. 또한 공공디자인은 공공성을 위해, 정부의 개입이 이루어져요. 도로부터 공원, 하천, 공공 건축물(학교, 소방서 등), 특수  건축(지하차도, 보도 육교), 교통시설, 편의시설, 녹지 시설 등 모두 공공디자인의 영역이죠. 사적 소유지 외의 공적 공간과 그에 설치된 공공시설물은 모두 공공디자인의 영역으로 볼 수 있어요.

 

🏊88올림픽과 함께 등장한 공공 디자인

  우리나라에서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는 88서울 올림픽(1988)을 준비하면서 부터예요. 1984년 당시 경향신문에서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성형(都市性形)’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선보였어요. 당시에는 공공 디자인이나, 도시 디자인이 생소하던 시기여서 도시를 바꾼다는 표현을 ‘성형’이란 단어로 사용한 것이죠. 이 기사를 통해, 서울 전역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서울 종로 일대와 올림픽대로 등에 역사 공원, 가로공원, 상징탑, 조각 분수대 등을 설치했어요. 이 사례가 우리나라 공공 디자인의 시작이 된 거죠.

 

🧐전시가 열리는 문화역 서울284는?

  문화역서울 284는 현재의 서울역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금의 모습은 2011년 이전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한 것이에요. 1905년 남대문정차장으로 시작되어 경성역, 서울역을 거쳐 지금의 문화역서울 284이 되기까지,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서울의 중심을 지키고 있어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물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죠,

  구 서울역은 1925년 준공된 서울의 중앙 역사로, 준공 당시 일본의 도쿄 역사와 더불어 동아시아 역사 중 큰 규모로 손꼽혔는데요. 2003년 고속철도 서울 역사가 완성되자 2004년을 끝으로 역사로서의 운영을 마쳤고, 지금의 서울 역사에게 중앙역사의 자리를 내어주었죠. 그 후 복원작업을 거쳐 문화역 서울 284로 새롭게 개조됐어요.

 문화역서울 284의 숫자 284는 구 서울역의 역사적 가치를 기억하고자, 구 서울역의 사적번호 284번에서 가져온 것이에요. 과거 서울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이자 교통과 교류의 관문으로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며 다양한 문화가 오가던 곳인데요. 이제는 문화·예술의 창작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장을 마련하고 있죠.

 

✍️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공예디자인진흥원이 기획한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시는 일상적인 장소 6곳(놀이터, 거리, 공원, 학교, 골목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디자인을 선보여요. 관람객은 공간에 따라 각각의 캐릭터가 되는데요. 캐릭터에 따라서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즐기다 보면,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공간 속에서 공공디자인의 요소를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단순히 미적 측면만이 아닌,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깨닫게 되죠. 이번 전시에서 담은 공공가치는 총 8개에요. 안전, 배려, 협력, 편의, 품격, 소통, 혁신, 서비스! 6개의 공간 속, 이 가치들이 어떻게 숨겨져 있나 알아볼까요?


1. 놀이터 : 무장애 놀이터 / 고령 친화 놀이 시설

  놀이터는 예전부터 어린이를 위한 대표적 공공시설이었죠.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변하고 있어요. 장애, 비장애를 나누는 것이 아닌 장애와 관계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노년층을 위한 고령 친화 놀이공간이 새로 만들어지는 등 장애와 세대를 포용하는 놀이터로 의미와 쓰임이 확장되고 있죠.

 

2. 거리 : 배려와 편리를 생각한 시설

  이 공간에서는 민간 기업과 공기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공공디자인을 만나 볼 수 있어요.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이들의 안전을 위한 디자인과 쓰레기 투기를 줄이는 디자인, 폭염을 대비하는 그늘막, 쉬운 표기와 픽토그램을 활용해 읽기 편해진 표지판, 여럿이 모이는 문화시설에서의 이동 편의와 안전한 대피를 돕는 정보 사인 등 우리의 삶 속에서 배려와 편의를 생각한 시설을 만날 수 있는 섹션이죠.

 

3. 공원 : 휴식을 위한 공간

  도시 속 쉼터의 필요성으로, 최근 도시공원, 건물 옥상정원 및 실내정원, 가로 환경 녹화 프로젝트, 친환경 공공시설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우리의 건강과 휴식을 위한 공공 디자인의 고민을 알 수 있어요.

 

4. 학교 : 미래의 배움터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는 대표 공공시설은 바로 학교가 아닐까요? 이번 섹션에서는 미래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어요. 규칙과 학업의 성과주의에 갇혀 있던 지금의 학교 모습에서 벗어나,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공공디자인의 다양한 시도를 만나보세요.

 

5. 골목길 : 인간적인 단위의 공공 공간

  골목길은 추억과 정겨움의 상징이지만, 밤의 골목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장소이기도 하죠. 그래서 골목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편안하게 걷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자 고민한 공공디자인을 만날 수 있어요. 대표적인 골목길 공공디자인으로는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기 위해 조도를 높인 가로등과 안전벨이 있어요.

 

6. 지하철 : 타다가 만난 공공디자인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하철에 사용된 안전색채와 정보 디자인은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낮춰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하철역사 안에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요소들이 가득하다고 하는 데요. 너무도 익숙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공디자인의 숨은 ‘배려’를 만나 볼 수 있는 섹션이에요.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만 하는 것? NO!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만의 역할이 아니에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만큼, 공공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주체가 될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주체가 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겠죠. 특히,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 상황일수록 기업, 디자이너, 시민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어지는데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종로구에서 진행한 공공디자인 캠페인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종로구에서 진행한 ‘쉬어갈 수 있는 벤치(의자) 더 놓기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도심 속 야외 휴식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시작했어요. 정년퇴직을 앞둔 공직자가 청진공원 내 벤치를 기부하기도 하고, 결혼 프러포즈를 기념하며 한 시민 커플이 삼청공원에 벤치를 2대 기부하기도 했어요.

  삼표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의 협업으로 제작한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 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 벤치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삼표그룹이 개발한 특수 콘크리트와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플라스틱 공병을 활용한 작품으로, 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큰 친환경 건설 기술이죠. 앞으로 총 10개의 벤치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될 예정이며, 이 벤치는 이번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시에서 만나 볼 수 있어요.

 

💬Editor's Comment

  그동안 ‘공공디자인’ 은 단순히 우리 주변의 공간과 시설의 미적인 요소만을 고려하고, 시각적 기쁨을 준다고 생각했는데요. 예술의 가치와 실용의 가치가 만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공간과 기물에 부여된 공공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된다면, 이제는 공공시설을 더 소중히 다루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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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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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문화역서울284 #디자인 #공공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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