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뭔가 달라도 다른, 프랑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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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kg에 달하는 거대한 세 개의 종이 천정에서 내려옵니다. 출렁이는 종안에는 사람들이 거꾸로 매달려 춤을 추고 있군요! 무용수들은 팔과 다리를 바꾸어가며 종에 매달려 있어요.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면서요. 종이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 흔들릴 때면 마치 공중 곡예라도 보는 마냥 심장이 쫀득해집니다. 무대 안쪽 벽에선 암벽 등반을 하듯 무용수들이 한 손으로 벽에 매달리며 안무를 선보이고 있고요. 무대 위에서 역시 격렬한 현대무용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찔한 서커스도,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 쇼도 아닙니다. 뮤지컬 <노트르 담 드 파리>의 ‘대성당의 종들’ 장면이에요. ‘정말 뮤지컬 맞아?’라고 물으신다면, ‘프랑스 뮤지컬이니까!’라고 답할 수 있겠네요.

 

프랑스 뮤지컬의 시대가 찾아왔어~

  프랑스에서 뮤지컬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리도 쇼’나 ‘크레이지 호스’같은 성인용 쇼의 인기가 더 인기가 많았거든요. 프랑스에서는 뮤지컬이 독립 장르나 문화산업의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암울한 시기가 이어졌어요. 그러다가 1998년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가 초연에 크게 흥행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어요. 대중에게도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죠. 이후 프랑스 뮤지컬은 프랑스어권 국가들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퍼져나갔는데요. 뭔가 달라도 다른, 프랑스 뮤지컬에 관객들은 환호했습니다. 영미권 뮤지컬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프랑스 뮤지컬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요? 작품과 함께 그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 출처: Mast Entertainment

 

 

서정적인 가사의 프랑스 뮤지컬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출처: 위키피디아

 

  첫 번째 특징은 시적이고 온유적인 가사입니다. 많은 프랑스 뮤지컬들이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ong through)’형식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영미권에도 송스루 작품들은 존재합니다. <레미제라블>이나 <그레이트 코멧>같은 작품들이 그것이죠. 하지만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프랑스 뮤지컬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정서를 담고 있는 가사가 많습니다.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1789:Les Amants de la Bastille)>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귀족의 딸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이들을 돌보게 된 ‘올림프'. 그리고 부당하게 땅을 뺏긴 후, 혁명의 전사가 된 ‘호낭'. 이 둘이 부르는 <그녀의 눈 속에 빠져(Tomber dans ses yeux)> 넘버입니다. 

“···술 취한 내 영혼 거둔/ 의문의, 이 불꽃/ 내 인생에 나타난 너/ 공허했던 내 삶은/ 이젠 다시없을걸/ 그녀의 눈 속에/ 빠져/ 항복하네, 불타는 욕망에/ 그녀 눈 속에/ 춤춰/ 그 황홀한 소리에/ 리듬 맞춰···그녀 눈 속에 빠져/ 눈물같이/ 우리의 이 결말”

  어떠세요? 샹송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비극 속의 낭만이 더욱 처절하고, 더욱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이렇게 역사적인 배경을 전제로 한 송스루 작품들을 관람하실 때에는 사전에 역사적 배경에 대해 알아놓으시면 좋아요. 이해도도 높아지고, 극 중 배우들의 감정 선을 따라가기 수월합니다.

 

 

춤은 내가 출게, 노래를 부탁해!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출처: my tfi

  두 번째 특징은 가수와 댄서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프랑스 뮤지컬에는 고난이도 안무가 등장해요. ‘뮤지컬이라는 이름을 빌린 무용 작품’이라고 불릴 정도이죠. 가수들도 보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가창력을 뽐낼 수 있고요. 모차르트의 삶과 록 음악을 결합한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넘버 <장미 위에 잠들어(Je dors sur les roses)>’를 볼까요. ‘알로이지아'에게 차인 모차르트가 이제부터는 음악만을 위해 살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히며 열창하는 장면입니다. 무용수들은 그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그의 주변’에서만 춤을 추죠. 무용수와 여러 배우들이 뒤섞여 뭉쳐 다니는 영미권의 뮤지컬에 익숙한 분들께는 꽤 낯선 장면이 될 것 같아요. 프랑스 뮤지컬에서 배우와 무용수, 이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호흡을 자랑합니다. 배우와 무용수들은 각자의 역할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무대는 더욱더 빛을 발하죠.

 

 

스케일이 남다른 뮤지컬

뮤지컬 <십계>, 출처: chartsinfrance

 마지막으로 초대형 뮤지컬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흥행 대작’으로 알려진 뮤지컬, <십계(Les Dix Commandements)>는 성경 속 인물인 ‘모세'와 이집트의 왕 ‘람세스'를 중심으로 인간의 사랑과 갈등, 증오, 화해 등을 그려낸 작품이죠. 이 작품은 무려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진행했을 정도로 크답니다. <십계>를 위해 동원된 것만 해도 고대 이집트의 풍경을 담은 대형 트러스, 대형 컨테이너 42개 분량의 세트와 3개로 나눠진 대형 영상 장치라는데요. 관객들은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이 엄청난 스케일에 압도당하게 되지요. 무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브로드웨이처럼 세트를 순식간에 전환시킬 필요도 없어요. 배우들의 동선이나 조명의 변화에 따라 무대 분위기는 풍성하게 바뀔 수 있을 테니까요.

  프랑스 뮤지컬의 조금은 낯설고 다른 점이, 여러분에게도 매력으로 다가오나요? 눈앞에서 직접 보신다면, 왜 프랑스 뮤지컬들이 ‘명작’으로 불리는지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랑스 뮤지컬만의 독특함을 맛보고 싶은 분들, 오늘 소개해드린<노트르담 드 파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모차르트 오페라 락>, <십계> 중 하나를 골라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킹아더>, <태양왕>등의 인기작도 좋고요. 아직은 독특하게만 느껴지는 프랑스 뮤지컬 작품들에 한발 한발 다가가다 보면, 나중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들이 오히려 낯설고 다르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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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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