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발레의 상징, 포인트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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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의 발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무대 위, 발레 무용수들은 깃털처럼 날아 가뿐히 착지하죠. 마치 먼지 하나 날리지 않을 것처럼요. 하지만 그들의 발은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신체의 그 어떤 부위보다도 큰 압력을 받게 되죠. 강수진 씨의 발은 그 노고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 발을 감싸고 있는 발레 무용수들의 신발이 ‘포인트 슈즈’인데요. 발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무용수들인 만큼, 에어가 든 운동화나 기능성 쿠션이 깔린 신발을 신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포인트 슈즈는 무엇이길래, 그들은 왜 굳이 포인트 슈즈를 신는 것일까요?
포인트 슈즈란?
‘토슈즈’라고 불리는 포인트 슈즈는 예쁘게 보입니다. 새틴 소재로 만들어진 표면은 윤기마저 흘러 그들의 발을 더욱 돋보이게 하죠. 슈즈의 앞부분은 발끝으로 설 수 있도록 평평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겹의 삼베와 캔버스를 풀로 붙여 이 모양을 만드는데요. 풀과 접착제가 슈즈의 강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실제로 굉장히 딱딱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슈즈를 구입한 이후에도 자신의 발 상태에 맞춰 슈즈를 세세하게 다듬는 작업을 더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포인트 슈즈를 만들어 가지요.
포인트 슈즈의 탄생
포인트 슈즈의 탄생 이야기는 1799년 ‘프랑스 혁명’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사람들은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전쟁, 산업혁명 등을 거치며 인간의 무자비함에 대한 실망 속에서 정신적 폐허에 갇혀 있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낭만주의(romanticism)’가 등장합니다. 낭만주의는 현실에 지친 이들을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예술의 세계로 도피시켜주었죠. 이때의 많은 문학·예술 작품들이 낭만주의를 품었고, 발레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발레 로망띠끄(ballet romantique)’, 즉 낭만 발레가 탄생한 것입니다!
낭만 발레의 가장 큰 특징은 환상 속 이야기와 신비스러운 내용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서도 주로 요정, 님프와 같은 상상 속 존재가 등장했어요. 이런 역할을 맡은 무용수들은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했을까요?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비범해 보여야 했습니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했죠. 우아하게 뻗은 곡선의 몸, 공기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들은 마치 상상의 존재가 무대에 출연한 듯 연기했는데요. 이때, 포인트 슈즈는 그들의 모습과 동작에 환상적인 터치를 더해주었습니다.

당시의 히트작이었던 작품 <라 실피드(La sylphide)>를 살펴볼게요. 이 작품은 결혼을 앞둔 청년 앞에 공기의 요정이 나타나고, 서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매혹적인 요정을 표현하기 위해 무용수 ‘마리 탈리오니 (Marie Taglioni)’가 처음으로 신은 것이 바로, 포인트 슈즈였습니다. 포인트 슈즈를 신고 나타나, 발끝을 포인한 채로 공중에 떠있는 듯 지면을 밟고 있는 듯 춤추는 그녀. 당시 관객들은 포인트 슈즈를 신고 무대를 누비는 탈리오니의 신비스럽고 우아한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하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포인트 슈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달랐다고 해요. 당시 슈즈는 공단이나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테크닉적인 동작을 구사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포인트 슈즈는 이후에 많은 연구와 함께 변화를 거쳤는데요. 발에 밀착된 부분에 천을 사용하고, 바닥은 납작하게, 뒤꿈치 부분은 발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든 뒤, 춤을 추는 도중에 벗겨지지 않도록 긴 끈을 발목에 묶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포인트 슈즈를 신는 이유
포인트 슈즈는 무용수들이 발끝으로 설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대에서 다리도 길어 보일 뿐 아니라 종아리 근육과 발목, 발, 발가락을 강하게 키울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단련된 육체로 발레리나는 더 높이 점프하고, 더 빠르게 움직이며 오늘날의 안무가들이 요구하는 고난도의 발레 동작을 해내고 있습니다.

궁정 무용을 중심으로 화려함을 추구했던 초기 발레 시대, 포인트 슈즈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과한 장식을 벗어던진 발레 무용수들에게 신체의 우아함과 신비로움을 더할 수 있었던 것이 이 포인트 슈즈였죠. 지금도 그들은 고도의 테크닉을 아름답게 구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을 겁니다. 그 예쁘고도 딱딱한 슈즈에 그들의 발을, 그리고 그들의 몸을 맡긴 채 말이지요. 이제 무대 위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반짝이는 그들의 포인트 슈즈를 바라보게 된다면, 그들의 발레를 향한 열정과 노력까지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 류한울·조주연 공동 작성
참고자료
- 김수연. 발레 포인트 슈즈의 시대적 발달사. 석사학위논문, 한양대학교, 2008.
- 배소심·김영아. 『세계무용사』, 서울:혜민북스, 2018.
- 이은경. 『발레 이야기』, 서울: 열화당,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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