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프랑스 리옹 빛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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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겨울을 밝히는 겨울 축제
2020년, COVID-19로 지구가 멈췄습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은 지났지만, 아직 코로나를 떨쳐내지 못한 세상은 여전히 길고 어두운 겨울의 연속선상에 있는 듯합니다. 문득문득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일상과 사람들과 한 데 모여 즐겼던 순간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지기도 하고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하죠. 요즘 우리가 느끼는 하루하루가 이토록 많이 어두워 졌나 봅니다.
자연도 다채로운 색을 잃어버리는 계절이죠. 겨울의 낮은 황량하고, 밤은 길고 어둡습니다. 그런 겨울이 총천연색으로 반짝거리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유럽입니다! 유럽의 겨울은 낮 길이가 짧아 일조량도 적고 습하기까지 해서 계절성 우울을 불러일으킬 정도라고 하는데요. 매년 12월이 되면 보상이라도 해주듯 환상적인 겨울축제들이 펼쳐지곤 합니다. 유럽의 겨울 하면 가장 먼저 수백 년을 이어온 ‘크리스마스 마켓’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유럽의 축제 중에서도, 당시 감염병에서 벗어나고자 시작되었던, 프랑스 리옹의 ‘빛 축제Fête des Lumières de Lyon’를 찾아가 볼까 합니다.
어둠을 딛고 빛으로 태어난 도시, 리옹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인구 50만의 도시 리옹은 파리에서 떼제베로 2시간쯤 걸리는 프랑스 남부 론알프 주에 위치해 있습니다. 흔히들 파리에 ‘파리지앵’이 있다면 리옹에는 ‘리오네즈’가 있다고 할 정도로 리옹 시민들은 자부심이 강한 편인데요, 문학, 영화, 음식, 이 외에도 자랑할 거리가 두루두루 많기 때문이죠. 리옹은 전통의 맛과 멋을 이어 현대화한 도시랍니다.
리옹은 매년, 겨울의 시작을 축제로 알립니다. 테로 광장, 푸르비에르 언덕, 벨쿠르 광장 등 유서 깊은 도시 곳곳에서 건축물들을 스케치북 삼아 나흘간 빛 축제를 펼쳐내는데요. 해마다 4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환상적인 빛과 예술의 향연을 보러 찾아오곤 합니다. 리옹 빛 축제의 기원은 16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하여 유럽 인구 1/3이 사망하고 사회시스템마저 붕괴되는 등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던 때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의지할 곳은 단 한 곳 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바로 ‘신’이었습니다.


리옹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모여 성모 마리아에게 자신과 가족들을 지켜달라고 간절히 빌었고, 피해 갈 수 있다면 푸르비에르 언덕 꼭대기에 성모를 기리는 동상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간절한 기도 덕분일까요. 리옹은 페스트 시대를 잘 지나올 수 있었고, 200년 후인 1852년 12월 8일에는 성모 마리아 상이 완성되었죠. 이때 이후로 리옹 시민들은 해마다 창문에 촛불을 밝혀 도시를 지켜준 성모 마리아에 감사를 전하고, 흑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부터는 매년 12월 8일 전후로 ‘리옹 빛 축제’를 열어 그 의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리옹 빛의 축제에서는 매년 흥미로운 테마로 빛의 예술이 펼쳐져 왔는데요. 2019년에는 ‘공상, 예감, 연금술, 기상천외’라는 4개의 테마로 65개의 작품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저 4개의 테마들을 보세요.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집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의 축제는 안타깝게도 취소가 되었고요. 흑사병 극복을 기원으로 시작된 리옹 빛 축제가 코로나19로 고통과 슬픔에 잠긴 세상에 어떤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지. 우리, 다음 축제를 한 번 기대해 볼까요?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배우 이시영의 쪼개지는 등 근육과 함께 제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대사가 있는데요.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라는 말입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민가에서는 다락, 마루, 방, 부엌에 모두 등잔을 밝혀 놓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새해맞이를 위한 세시풍속 중 하나로 ‘설을 밝게 맞으면 복된 신년을 맞는다’고도 하고 ‘잡귀가 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어서 가(家)운이 트인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지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리옹의 촛불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 일상의 온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장 흐린 빛에 언젠가는 짙은 어둠도 다 사라질 테니까요.
참고자료
- 프랑스 관광청 https://kr.france.fr “리옹”, “리옹 빛 축제의 기원”
- 국립민속박물관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4236 한국의 세시풍속 “동국세시기”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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