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양이, 뉴욕에 간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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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누르신 분들, '엥? 고양이가 뉴욕에 간다고?'라고 생각하며 들어오셨나요? 네, 맞아요. 바로, 빛과 그림자를 통해서 말이죠. ‘빛과 그림자로 뉴욕에 간다는 게 당최 무슨 소리예요!’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은데요. 이를 가능케 한 건 카게에(かげえ) 기법이에요. '카게かげ(影)'는 그림자, '에え(絵)'는 그림을 뜻하는데요. 다시 말해 그림자 회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셀로판지에 종이를 잘라 붙인 후, 그 뒤에 빛을 투영하면 작품이 완성되죠. 이번에 소개할 전시 <후지시로 세이지 : 고양이 뉴욕에 가다>는 카게에로 만들어진 고양이와 뉴욕 전경을 중심으로 탄생했어요.
👨🎨카게에의 거장, 그리고 동양의 디즈니!
전시 제목 속 ‘후지시로 세이지’가 누구냐고요?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대표적인 수식어를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어요. 첫 번째 수식어는 '카게에 거장'이에요. 1924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남다른 예술적 재능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자랐어요.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그의 길이 180도 바뀌었죠. 전쟁 중 쉽게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조명을 사용해 빛과 그림자로만 표현 가능한 작품을 만든 거예요. 그렇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카게에에 전념한 끝에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에는 카게에로 만든 캐릭터1)를 콘텐츠화해서 큰 인기를 얻었고요.
두 번째 수식어는 '동양의 디즈니'예요. 디즈니라는 단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작품 속에서는 사랑과 평화, 공생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거든요. 이는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도쿄를 보며 평화를 기원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답니다. 어쩌면 그는 카게에를 통해 어둠 속에도 빛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닐까요?
- 1) 장난기 많고 커다란 눈을 가진 개구리 캐릭터, '케로용'이에요! 인형극과 TV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인기를 얻었답니다. 당시에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관련 상품들을 독점할 정도였어요!


🐱동물 나오는 동화 한 편 어때요?
후지시로 세이지의 전시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스토리텔링2)'이에요.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순수하고 희망찬 동화들이 한 층을 차지하고 있죠. 고양이들의 뉴욕 여행기를 카게에 기법으로 담은 <고양이 뉴욕에 가다>와 다람쥐와 너구리가 별을 따러 다니는 이야기를 수채화로 담은 <풍선여행>, 성냥을 파는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카게에 영화로 담은 <성냥팔이 소녀>가 있답니다. 이야기 흐름에 따라 작품을 하나하나 눈으로 읽고 나면, 괜스레 마음이 몽실몽실 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혹시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작품에는 늘 귀여운 동물들이 등장해요. 덕분에 동화의 따뜻함이 더 잘 느껴진답니다. 작가의 동물 사랑이 드러나는 부분인데요. 그는 이해관계없이 순수한 애정만으로 사귈 수 있는 생명체라서 동물을 좋아한다고 밝혔어요. 이는 동심이 가득한 작가의 작품세계와도 일맥상통하죠. 작품을 감상하는 이 역시도 덩달아 가볍고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어요.
- 2) 스토리텔링이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해요!
♨️목욕탕에서 미술관으로
전시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우리가 발을 디딜 공간, ‘북촌 스페이스’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북촌 스페이스는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하고 있어요. 1397년, 백성들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제생원이 세워지면서 처음에는 제생동으로 불렸죠. 이후 계생동으로 잘못 굳어져 지금의 계동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작품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가의 가치관과 계동의 기원이 어쩐지 비슷해 보이죠?
지역뿐만 아니라 건물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이 건물의 원래 이름은 중앙탕이었는데요. 원래 어떤 건물이었는지 짐작 가시나요? 네, 바로 대중목욕탕이었어요. 중앙탕은 사람들이 몸을 치료하고 씻어내며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었답니다. 이곳이 작은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도, 작가가 평생 추구해온 사랑, 평화, 공생의 메시지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죠. 우리도 모든 잡념을 씻어낸다는 마음으로 입장해 볼까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동화적인 스토리 요소가 중점적이어서 작품을 편하고 가볍게 즐기고자 하는 분들에게 인상 깊게 남을 전시예요.
-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뭉클한 감성이 소소하면서도 뜻깊은 공간과 어우러지며 잘 느껴져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비교적 작은 공간의 전시라서 그런지, 지난해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었던 후지시로 세이지 전과 비교했을 때 작품을 극대화하는 요소들(거울, 물 등)이 없어 아쉬웠어요.
- 이번 전시 주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한 층에만 소규모로 설치되어 있어서 볼거리가 다양하지는 않아요.
💬Editor’s Comment
후지시로 세이지는 99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2차 세계대전, 3중 재난 등 마음 아픈 역사적 사건들을 겪어왔어요. 모두가 이를 기억하되, 희망찬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그 바람을 카게에에 담았죠. 우리 역시 계동 모퉁이의 작은 미술관에서 그의 바람을 상기시키며 작품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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