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에 만들어낸 대작, 세르주 무이와 만난 박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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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90대에 어떤 도전을 하고 싶나요? 90대에 무슨 도전이냐고요? 맞아요. 아무래도 90대는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에 너무 늙은 나이처럼 보이죠. 그렇다면 70대에는요? 50대에는요? 사실 우리는 언제나 도전 앞에서 망설이게 돼요. 남들에 비해 나의 출발이 늦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죠. 그렇게 포기한 뒤 몇 년이 지나 ‘아, 그때 도전해볼걸.’ 하며 후회하곤 합니다. 그런데요, 90대에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을 본다면 조금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요? 여기, 남들보다 늦는 것에 주눅들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변화의 화가 박서보
90대가 넘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작품에 도전하는 화가, 바로 ‘묘법’ 그림으로 유명한 박서보(1931~) 작가예요. 박서보 작가는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화가로 활동했는데요. 때문에 한국 미술계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불리기도 해요. 하지만 박서보 작가가 항상 한국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은 건 아니었어요. 작가는 자기 스스로를 만년 3등 화가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이름은 알려졌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인기가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박서보 작가는 ‘만년 3등’이라는 상황에 안주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박서보 작가의 작품관은 ‘변화’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어요. ‘변화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화하면 또한 추락한다.’ 박서보 작가의 인터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인데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은 변해가는데 작품은 그대로이면 그 작품은 살아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맞지 않는 변화 또한 좋지 않다는 의미도 담고 있죠. 화가들이 한 작품으로 인기를 얻으면 그 작품에 안주해 늘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어요. 박서보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경계하고자 한 것이에요. 때문에 박서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잘 팔리지 않고 만년 3등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오히려 자기가 변화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말해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니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죠.
90살이 넘은 지금도 박서보 작가는 작품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오히려 90대가 된 지금 박서보 작가는 가장 찬란한 순간을 누리는 것 같아요. 각종 전시와 협업은 물론, 그림 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거든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한 것에 대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이죠.
🍃자연과 자연의 만남
박서보 작가는 수많은 전시와 협업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전시가 있어요. 바로 세르주 무이(Serge Mouille, 1922~1988)와 함께한 <세르주 무이, 박서보의 색채를 입다>입니다.
세르주 무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금속 공예가이자 조명 디자이너예요. 약 10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작품 활동에도 큰 인기를 얻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죠. 세르주 무이와 박서보의 만남이 흥미로운 이유는 각자의 작품에 들어가는 자연적 요소 때문입니다. 세르주 무이의 작품은 자연에서 디자인적 영감을 받은 경우가 많아요. 곤충 다리 모양의 파이프, 나뭇잎과 홍합 모양을 본 딴 조명 등이 있죠.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 건 박서보 작가도 마찬가지인데요. 원래 흑백 위주의 작업을 해 오던 박서보 작가는 단풍으로부터 위로와 감명을 받은 이후 자신의 작품에 자연의 색을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어요. 이번 전시는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세르주 무이의 조명에, 박서보 작가가 자연으로부터 가져온 색을 입힌 전시랍니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일까요? 이번 전시는 자극이 없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요.
전시의 구성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시켜요. 전시장의 모서리를 모두 곡선으로 만들어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하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작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또한 전시장 내부에 별도의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팸플릿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덕분에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묘법이 뭐야?
이번에 전시된 7점의 작품들은 모두 ‘묘법’ 작품이에요. 묘법이란 선을 긋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는데요.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연필로 선을 긋는 거죠. 박서보 작가는 물감을 칠하고 선을 긋고 다시 물감을 칠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작품을 완성해요. 박서보 작가는 아들에게 영감을 받아 이런 특이한 작품을 고안했다고 하는데요. 아들이 잘못 쓴 글씨를 지우고 다시 쓰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에 접목시킨 것이죠. 이는 박서보 작가가 추구하는 ‘비움’의 가치를 잘 보여줘요. 연필로 긋고, 다시 칠하고, 긋고, 칠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비워 낼 수 있다는 거예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자신을 비워 내는 수행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서보 작가가 작품이라는 결과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기도 해요.
앞서 박서보 작가는 변화를 추구한다고 했죠? 그는 오랫동안 묘법 작품을 작업했지만, 그 속에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했답니다. 묘법을 시작한 초기에는 연필만을 이용해 표현했다면, 중기에는 한지를 이용한 지그재그 묘법을 선보인 것이죠. 최근에는 색채를 넣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여 선이 도드라지게 작업하는 색채 묘법으로 변화를 꾀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후기 묘법인 색채 묘법 작품이 전시되었어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무료전시여서 가볍게 나들이하기 좋았어요. 작품과 잘 어우러지는 전시 구성도 좋았답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전시 규모가 작은 만큼 전시되는 작품 수가 적은 편이에요. 전시 주제에 맞는 작품만을 선별해, 작품의 종류도 한정적입니다.
💬Editor’s Comment
‘비움’이라는 작가의 예술 철학이 잘 드러나는 전시였는데요. 때문에 작품 자체로도 좋았지만, 작품의 제작 배경과 작가의 마음을 알고 나니 더욱 와닿는 것들이 많았답니다. 앞서 90대에 어떤 도전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무엇을 떠올렸나요? 박서보 작가는 나이와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죽는 순간까지 그리다 죽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채로요. 만약 도전하기에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한 것이 있다면, 늙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전진하는 박서보 작가를 떠올려 보세요. 용기가 생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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