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넘어 자유로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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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찍어주는 사람의 애정이 담긴 결과물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같은 대상을 찍더라도 누군가의 사진에서는 기존에 보지 못 했던 따뜻함을 발견할 때가 있잖아요. 분명 사진을 보고 있음에도, 찍어주는 이의 애정 어린 시선까지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이는 사진이란 누군가의 마음을 투영하는 작업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해요. 사진을 찍는 이의 생각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옷과 같이 판매되는 제품을 찍는다면 어떨까요? 작가의 마음과 의도보다는 브랜드의 생각과 제품의 특장점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거예요. 때문에 패션 사진이라고 하면 예술보다는 상업에 가깝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마리끌레르는 이런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는데요!
🧐패션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다
Beyond Fashion,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즉 패션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뜻하죠. 보통 마리끌레르 하면 패션이나 뷰티에 초점을 둔 화려한 이미지가 떠오를 텐데요. 이번 <BEYOND FASHION> 전시에서는 패션을 넘어 일상 속 찰나의 모습, 다양한 풍경과 환경처럼 삶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을 담아냈어요. 29주년을 맞이한 마리끌레르 코리아는 그동안 22인의 사진가들과 함께 활동했던 순간을 되새기고 패션 그 이상의 다채로운 시선을 공유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전했는데요. 그 결과 사진가들의 솔직하고도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존재했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곽기곤 사진가의 경우 일상 속 마주치는 익숙하거나 새로운 것 중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두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이는 오로지 사진 속 피사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사진가들의 일상 속 작품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듯했죠.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들은 마리끌레르에서 기존에 촬영했던 사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드는데요. 이는 확실한 컨셉이 돋보이고 옷이 강조되어야 하는 일반 패션 화보 사진과는 달리, 각 사진가의 온전한 시선과 개성이 강조된 자유로움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품이 보다 일상적이기도 하고요. 더불어 김형식 사진가는 ‘잘한 작업’과 ‘좋은 작업’의 다름에 대해 언급하며 좋은 사진이란 찍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보는 이들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작업물을 의미한다고 구분 짓기도 했어요. 잘한 작업과 좋은 작업 모두 사진가의 세심한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지만, 좋은 작업의 경우보다 개인적인 시선과 꾸며내지 않은 솔직한 감정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달리한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사진가 22인의 관점 들여다보기
<BEYOND FASHION>은 사진가 22인의 다양한 관점이 가장 돋보이는 전시예요. 똑같은 장소, 같은 물체를 찍더라도 사진가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이유는 사진을 대하는 태도에 있음을 주목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그저 앞에 놓인 물 컵 하나를 찍더라도 카메라를 든 사람이 얼마만큼 그 물 컵에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각도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서 의미 있는 사진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 같달까요? 이번 전시의 사진가들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작품을 남겼을까요?
민현우 사진가의 경우, 사진을 찍을 때 단순히 관찰자와 피사체를 넘어 서로를 관심 있게 보는 태도가 중요함을 언급했어요. 그는 본인만의 관점을 담은 ‘제주 프렌즈’ 시리즈라는 주제로 이번 전시의 일부를 장식했는데요. 친구들과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예쁜 장소를 발견하면 다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던 일상 속 순간들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담아냈다고 해요. 촌스러운 이불을 두르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 속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온전히 전달되는 듯했죠. 이는 민현우 사진가와 사진 속 대상이 서로를 대하는 따뜻한 태도가 느껴지는 듯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거나 질리지 않는 이미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김영준 사진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강한 색감과 꽃을 조합하여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어요.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었던 그는 평상시 작업하던 인물 사진에서 벗어나 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Hope> 시리즈를 만들어냈는데요. 아무리 익숙한 피사체더라도, 그가 추구하는 선명하고 강렬한 아름다움으로 덮는다면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는 것처럼 살아나곤 했어요. 사진 속에 숨을 불어넣어 새로운 예술적 의미를 지니게 한다니, 생명을 창조하는 과정처럼 신비롭지 않나요?
김신애 사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닿는 작품을 만든다는 평을 받는 사진가예요. 이는 대상에게 품은 깨끗한 애정에 비롯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죠. 사진엔 대상을 향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믿는 그는 사랑한 이의 손을 주제로 전시를 장식했어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손의 형태가 드러나지만 그 속에서 김신애 사진가의 소중하고도 애틋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죠.
자유로움과 유연함이 눈에 띄는 전시인 만큼, 진행하는 장소 또한 이색적이었어요. 일반 전시장이 아닌, 개조한 오피스텔에서 진행했기 때문이죠! 전시를 진행한 신사하우스는 한 층에 원룸이 줄지어 있는 구조로, 기존에 구성된 각 방들은 저마다 사진가들의 작품 공간으로 쓰이게 되었어요. 한 장소 안에 여러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 일반 전시장과는 달리, 사진가의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지니고 있었기에 사진가의 개인적인 공간을 엿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또한 거주했던 사람들의 일상 속 흔적이 보일 것만 같은 장소였기에 일상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전의 의도와 잘 어우러졌어요.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구역마다 존재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공간이 가져다주는 개인적이고도 익숙한 느낌에 빠져들게 될 거예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사진가들의 다채로운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 - 큰 테마 없이 22인의 사진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 여러 가지의 전시를 본 듯 다채로웠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사진가의 의도에 대한 설명이 확연히 드러나있어 좋았지만 작품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보다 상세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 Editor’s Comment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 주위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사진 ‘똥손’이에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 잘 찍는 법을 찾아보면서도 늘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제 사진을 보면 왜 내가 찍으면 부족하게 나오는 걸까 늘 고민하곤 했죠. 하지만 제가 이번 전시를 통해 느낀 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잘 찍는 스킬보다도 대상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이라는 점이었어요. 저는 늘 사진을 잘 찍기 위해 노력했지, 찍는 대상에는 집중하지 못했거든요. 앞으로는 그 순간의 자연스러움을, 아름다움을 읽어내기 위해 사진 찍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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