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우주를 뚫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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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말, 내로라하는 셀럽들이 한데 모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제이홉, 지드래곤, 정유미, 박서준, 류준열, 최우식 등 수많은 셀럽들이 누군가의 디너파티에 참석했던 건데요. 특히 제이홉은 자신의 티셔츠에 직접 이 인물의 사인을 받기도 하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이렇게 영향력 높은 셀럽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라니, 과연 누구일까요? 

 

🖐안녕 날 소개하지 이름은 톰 삭스 직업은…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는 바로 톰 삭스입니다! 아마 톰 삭스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마스 야드’, ‘제너럴 퍼포즈’ 등 나이키와의 협업 스니커에서 그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그는 “조각과 스니커에는 차이가 없다”라고 말할 만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이죠. 그래서 톰 삭스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본업인 조각가뿐 아니라 ‘비주얼 아티스트’, ‘화가’, ‘설치 미술가’ 등등… 그가 누구인지, 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에요!

  뉴욕 출신의 조각가 톰 삭스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오브제를 재해석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기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그는 기계가 작업을 대신하는 시대에 여전히 손으로 직접 작품을 만드는 방식을 고수하죠. 많은 그의 작품이 작품에서 현대 자본주의와 산업 체계, 소수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소비 흐름과 사회현상을 비판하고 풍자하기에 체제전복적인 조각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합니다. 

 

톰 삭스(Tom Sachs) ⓒ타데우스 로팍

 

  국내에서도 셀럽부터 대중까지 정말 많은 이들이 톰 삭스의 이러한 독창적인 캐릭터에 매료되었어요. 최근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기도 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디너파티 역시 이번 내한 일정 중 하나였죠. 톰 삭스가 펼치는 예술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그의 전시를 보면 어째서 톰 삭스인지, 무엇이 톰 삭스인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세 가지 전시로 감상하는 톰 삭스의 예술 세계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2전시실 ⓒ아트선재센터

 

  톰 삭스의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첫 개인전은 관람자로 하여금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3군데에서 동시 개최되었어요. 세 가지 전시는 각기 다른 주제로 구성되어 톰 삭스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답니다. 개최 장소는 용산의 타데우스 로팍, 하이브 인사이트, 그리고 종로에 있는 아트선재센터입니다. 타데우스 로팍에서는 톰 삭스의 회화 작품을 기반으로 한 NFT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고요.  브리콜라주 기법으로 새롭게 탄생한 붐박스가 전시되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비롯한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할 수 있는 하이브 인사이트 역시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톰 삭스의 예술 세계를 기초부터 잘 이해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아트선재센터에 방문해야 해요! 해당 전시의 이름인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은 2007년 동명의 전시에서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이에요. 이 프로그램의 컨셉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우주 탐험!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지난 스페이스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자원과 환경을 탐색하고 식민화하는 과정을 집약한 것이었다면, 시리즈 5번째가 되는 이번 전시는 이러한 우주 탐사를 위해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가르치는 일종의 교육 센터 역할을 한답니다. 실제로 관람객은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시험을 치르게 되고, 통과하면 한정판 ID카드도 발급받을 수 있답니다. 전시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그 속에 담긴 메시지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거죠!

‘인독트리네이션(Indoctrinaton)’의 사전적 의미는 가르침, 주입, 교화, 세뇌 등을 뜻하며, 지나친 혹은 잘못된 신념을 믿고 그것을 강요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단어는 이번 전시를 설명하는 알레고리이자, 톰 삭스로 들어가는 열쇠이기도 하다. -아트선재센터

  이때 전시명인 ‘인독트리네이션’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요. 인독트리네이션이란 주입, 세뇌 등을 뜻해요. 앞서 그가 자본주의와 현대 산업을 꾸준히 비판해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가 풍자와 해학에 능한 아티스트인 만큼, ‘우주를 뚫고 치솟는 인간의 욕망’ 자체가 어쩌면 사회로부터 주입된 세뇌라는 뉘앙스로 느껴집니다. 톰 삭스는 전시 경험을 통해 관람객 모두의 이러한 오개념을 바로잡고자 한 건 아닐까요? 소수의 대형 브랜드가 잠식한 소비문화와 대중이 열광하는 물질 만능주의가 전시 경험을 통해 어떻게 풍자되는지를 중심으로 감상하면 전시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Always Be Knolling! 

 

놀링하는 방법을 작성한 <Ten Bullet> ⓒTom Sachs Studio

 

  톰 삭스의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놀링(knolling)’이란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놀링이란, ‘물건들을 분류하고 서로 90도 각도가 되도록 배치하는 행위, 나아가 그것을 한눈에 보이게 촬영하는 행위’를 뜻해요. 한데 뒤엉켜있던 물건들이 나름의 규칙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시각적 희열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촬영 방법은 대형 브랜드의 컬렉션 홍보 사진에 사용될 정도로 유명해졌고, 오늘날에는 개인 SNS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대중적인 기법이 되었죠.

  톰 삭스는 이번 전시에서도 놀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스페이스 프로그램 테스트가 바로 놀링 그 자체입니다. 관람객 전시 현장에서 나사를 크기와 모양별로 분류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이때 톰 삭스가 제시하는 정신 ‘Alway Be Knolling’을 체험하며 그가 추구하는 가치에 빠져들고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거죠.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지하 1층 ‘재교육센터’에서 짧은 영상을 시청 후 재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도전을 두려워 마시길! 시험을 마치고 나면, 놀링은 톰 삭스가 구축한 세계관에서 끝없는 유희이자 정신이며 삶의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톰 삭스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포함된 ‘모든 것’을 분류(놀링)하고 있는데, 전시 내 작품들과 더불어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시리얼 넘버를 부여해 입술과 몸에 타투로 새겼습니다. 어때요? 인간의 불완전성과 유한함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 영원히 남기고자 하는 그의 욕구가 느껴지는 듯한데요. 놀링으로 가득한 전시, 그 속에서 놀링하는 관람객, 이를 지켜보는 톰 삭스에겐 모든 과정이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겠지요.

 

<TV 요다> ⓒ노컷뉴스

 

“차이는 네 마음속에 있다. 네가 배워온 것을 잊어야 해. (Only different in your mind. You must unlearn what you have learned.)” 

“네가 찾는 것, 그것을 내면에서 찾게 될 것이다. (That which you seek, inside you will find.)”

-요다

  제가 인상 깊게 본 작품은 백남준의 ‘TV 부처’를 오마주한 신작 ‘TV 요다’입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백남준과 마르셀 뒤샹으로부터 영감을 얻었음을 밝히며 깊은 존중을 표했어요. 동시에 ‘요다가 서 있는 건 쇼핑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얹기도 했고요. 가부좌로 앉아 있는 장엄한 부처 대신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실소가 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요다는 미국 상업 영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역시 소비주의 세계의 상징인데요. 자신이 지금껏 어떤 가치에 소비해왔는지 TV 화면에 비친 모습을 통해 돌아보게 하는 것이죠. 현대인의 소비는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을 넘어 가치를 사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이번 전시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것, 톰 삭스의 나이키 협업 스니커를 구매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가치를 구매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짐짓 경건한 태도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요다는 이러한 우리의 소비 속에도 ‘인독트리네이션’이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게끔 합니다. 별안간 요다의 명대사가 몇 가지 떠오르더라고요. 네? “I am your father” 말고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톰 삭스의 첫 개인전, 안 볼 수 없겠죠. 3곳의 전시 중 톰 삭스의 예술 세계가 가장 잘 표현된 전시가 될 겁니다. 인증샷을 남길만한 멋진 포토존도 꽤 많아요.

- 해당 전시를 재미있게 감상했다면 나머지 2곳의 전시도 연이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제가 그렇게 할 거고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현장 인파가 몰려 ID카드 발급은커녕 테스트 참여도 못 했어요. ID카드는 1시간 단위로 제한된 인원에 발급하고 있기에 꼭 받고 싶다면 정시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세요!

- 최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관심이 생겨 단순히 ‘우주 테마의 전시’겠거니 짐작하고 가볍게 방문한 사람에겐 작품들이 난해하게 느껴질 거예요. 톰 삭스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지식은 갖추고 감상하시길 권장합니다.

- 전시 티켓과 ID카드까지 더하면 20,000원의 비용이 드는데,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전시와 비교하면 전시 규모가 작아 실망할 수 있어요. 평소 톰 삭스에 애정이 크지 않았다면 굳이 ID카드는 발급받지 않아도 되겠죠?

 

💬Editor’s Comment

  톰 삭스가 소비문화를 비판해왔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와의 수차례 협업으로 자본주의의 정중앙에서 활동해왔으니까요. 특히 ‘마스 야드 슈 1.0’ 모델은 전 세계 100족 한정 발매로 리셀가가 천만 원이 넘도록 치솟기도 했죠. 그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스니커와 조각품에 차이가 없다고 말하며 오직 배경과 상황의 차이만 존재한다고 했는데, ‘소비주의를 비판하는 사람’의 언행치곤 꽤 파격적이죠. 그는 소비주의를 예찬하는 듯 비틀고, 비꼬는 듯하면서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고 간달까요. 아니, 톰 삭스의 활동에 경계란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의 태도에서 아이러니와 모순이 느껴지지 않나요? 예술에 정답이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하네요. 우리도 톰 삭스가 제시하는 모순 가득한 세계에서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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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04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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