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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같은 삶, 폭죽 같은 영화 <엘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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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는 무엇에 열광할까요? 전통과 현대를 재해석해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 밴드 '이날치',  승합차를 몰고 다니며 과일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파는 '김씨네 과일 가게'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MZ세대의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그런데 MZ세대만이 발상의 전환이라는 키워드에 반응할까요? 돌이켜 보면 시대마다 '요즘 애들'이라 불렸던 세대들은 늘 새로운 것을 따르고 유행을 선도했어요. 낯선 것에 거부감보다 호기심을 보이고 오히려 실험을 즐겼죠. 이전에 없던 문화를 만들기도 했고요. 약 30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이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음악과 퍼포먼스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던 것처럼요. 70여 년 전 미국으로도 가볼까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박한 춤과 노래 스타일로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스타가 있습니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점프 수트, 길고 진한 속눈썹, 두꺼운 구레나룻, 새 둥지처럼 풍성한 머리까지... 혹시 눈치채셨나요? 맞습니다! 바로 미국의 전설적인 아이돌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1935~1977)입니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엘비스는 1935년에 태어난 미국의 가수예요. 로큰롤의 제왕이라고 불렸죠. 로큰롤은 여러 장르가 뒤섞여 만들어진 새로운 음악이었는데요. 흑인 음악인 리듬앤블루스에 남서부 지방의 가스펠과 백인 음악인 컨트리가 합쳐진 장르랍니다. 그러니까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의 문화적 경계를 완화시켰다고도 볼 수 있죠. 로큰롤은 1950년대에 들어서며 등장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엘비스가 혜성처럼 등장해 ‘Heartbreak Hotel’, ‘Hound Dog’, ‘Jailhouse Rock’등의 곡들을 히트시키면서 로큰롤이라는 장르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큰 관심에는 논란이 따르는 법이죠? 공연 중 엉덩이를 흔드는 엘비스의 시그니처 댄스는 당시 큰 질타를 받았어요. 10대들은 독특한 스타일에 열광했지만, 기성세대들은 천박하다며 비난했답니다. 청소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니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이처럼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으며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킨 그였지만 인기가 한결같지는 않았어요. 인기가 절정이던 시절 징병되어 독일로 파병을 갔고, 제대 후 스탠더드 팝 계열로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이 이전 같지 않았죠. 영화에도 다수 출연했지만 혹평을 받았고요. 그럼에도 엘비스가 미국 대중음악계의 전설이라는 사실은 여전했습니다. 1973년 하와이주가 주최하여 위성 중계된 <엘비스: 알로하 프롬 하와이>는 무려 15억여 명이 시청한 것으로 기록되었죠. 그러나 1977년, 42살이었던 그는 약물중독과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레전드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엘비스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동경하는 아티스트예요. 1986년에는 로큰롤 음악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업적을 기념하고자 설립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답니다.

 

춤추는 엘비스 프레슬리>©Wikipedia 
공연 중인 엘비스 프레슬리(1977) ©TIME

 

😏이 영화.. 매력적인데?

  최근 이런 전설적인 로큰롤 제왕, 엘비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어요. 영화 <엘비스>를 소개합니다! 세계적인 감독 바즈 루어만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었는데요. 미국에서는 개봉한 당일 박스오피스의 1위를 차지했고, 이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죠. 황홀한 사운드트랙과 절절한 스토리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엘비스>의 포인트를 함께 살펴볼까요?

  먼저 엘비스의 악명 높은 매니저 톰 파커의 내레이션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신분을 속여가면서까지 치밀하게 엘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빌런으로 알려진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극 중 톰 파커는 지금의 엘비스를 있게 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주장해요. 영화에 묘사된 그의 행동을 보면 그 주장에 힘이 실리지는 않지만,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에 관객은 헷갈리게 된답니다. <캐스트 어웨이>, <포레스트 검프>등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톰 행크스를 악역으로 캐스팅한 것도 재밌었어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던 톰 행크스의 이미지와는 아주 다르거든요.

  두 번째는 콘서트 영상과 카툰을 합친 듯한 분할화면이에요. 이러한 스크린 연출 덕분에 다양한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죠. 세 번째는 뮤지컬쇼를 보는 듯한 화려함인데요. 영화 <물랑 루즈>와 비슷한 분위기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작품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영화는 웅장한 사운드와 다채로운 불빛을 사용해 굉장히 화려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이동진 평론가는 바즈 루어만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끊임없이 터지는 폭죽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폭죽이 터질 때의 화려함과 꺼졌을 때의 깊은 쓸쓸함이 마치 엘비스의 인생과 비슷하다고 짚어내기도 했고요. 또한 팬들과 엘비스와의 사랑을 주로 이야기하는 영화인 것 같다고도 말했죠. 사망하기 몇 주 전 마지막 공연에서 ‘Unchanined Melody’를 부르는 장면이 영화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데요. 노래 가사가 팬들을 향한 사랑을 애절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뭉클해졌습니다. 엘비스가 아닌 톰 파커의 목소리를 통해서, 또 감독만의 흥미로운 연출 방식으로 풀어낸 엘비스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 무척 흥미롭지 않나요?
 

영화 <엘비스> 포스터 ©네이버영화
영화 <엘비스> 스틸컷 ©Rollingstone

 

🤝영혼과 영혼의 만남

  <엘비스>가 기존 박스오피스 1위였던 <탑건 매버릭>을 이기길 수 있었던 건 음악적, 연출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감독과 배우들은 물론이고 분장팀 등 전 스태프의 집념이 이를 가능케 했죠. 영화의 장면들은 실제와 충격적인 싱크로율을 보여줍니다. 엘비스 분장도 약 4시간 30분이 걸렸을 정도로 세심한 공을 들여 완성되었는데요. 턱과 광대 등에 인공 보철물을 붙여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흡사하게 연출한 것이랍니다. 엘비스의 아내인 프리실라 역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메이크업을 해야 했어요. 50년대, 60년대, 70년대 모두 다른 네일과 헤어스타일을 보이도록 디테일을 살린 것이죠. 심지어 엘비스가 검은 재킷을 입고 등장한 ‘68 컴백 스페셜’ 장면에서는 모든 엑스트라가 실제 공연에 있던 사람들과 같은 의상을 입고 있어요.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까지도 일치하고요. 영화 촬영 기간에 사용되었던 가발의 개수만 해도 약 450개였다고 하니, 감독과 분장팀들이 디테일에 얼마나 열중했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현장을 재현하지 못했겠죠? 특히 엘비스 역을 맡았던 오스틴 버틀러의 높은 직업 정신을 언급하고 싶은데요. 바즈 루어만도 그의 학습 정신을 칭찬했답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잠시 촬영이 중단되었던 기간에도 오스틴은 이러다 다치겠다 싶을 정도로 연습을 했다고 밝혔지요. 엘비스의 딸도 버틀러의 목소리를 아버지의 목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배역을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연습했는지, 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겠네요.

“저의 존재에서 나머지 부분은 존재감을 잃어가고 갑자기 제 신념과 영화 캐릭터의 신념을 통합하기 시작했죠… 저는 굉장히 오랫동안 그렇게 했고, 결국 뇌의 작동 방식이 거의 바뀌었습니다.”

  버틀러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버틀러는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었다고 말했죠. 엘비스라는 막강한 캐릭터와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 큰 부담이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영혼이 다른 사람과 충돌하는 느낌은 아름다워요.” 

  버틀러가 엘비스 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흉내내기에 집중하기보다 ‘본질’에 다가가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영화 <엘비스> 스틸 컷 중, <68 컴백 스페셜> 공연의 엘비스 ©네이버영화 

 

💬Editor’s Comment

  학교를 다니던 중, 한 번은 로큰롤 관련 수업을 수강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로큰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로큰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엘비스 영화가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지 뭐예요! 전설적인 영국 밴드인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때의 감동을 떠올리게 되기도 했고요. 20세기 중후반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듯한 영상미와 디테일, 그리고 엘비스를 비롯한 당대 최고 스타들의 영혼이 함께하는 듯한 배우들의 열연은, 검은 방 안의 관객을 불꽃놀이 같은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합니다. 영화관을 나오는데 저의 입에서 엘비스의 히트곡인 ‘Hound Dog’이 자동재생되고 있더라니까요! (그 후 며칠 동안 반복 재생되었답니다… 사실 어제도…) 전 세계적으로 팬이 있는 전설적인 존재를 다룬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부담감과 엄청난 노력이 뒤따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지난 2년간 영화 제작을 위해 고생하신 모든 관계자분께 큰 박수를 드리고 싶어요. 올여름, 스크린을 타고 엘비스의 영혼을 만나러 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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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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