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어던진 진짜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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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됨에 따라 우리의 삶은 조금씩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어요. 특히 마스크와 관련된 부분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요. 완화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그 변화의 시작이었고요.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이 보도되고 많은 사람들은 실외에서나마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것에 기뻐했지만, 의외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벗으면 표정 관리를 어떻게 하냐는 것인데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하는 의견이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속마음과 다른 말 혹은 다른 표정을 지어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동안은 마스크를 쓴 덕분에 그러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죠. 이처럼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사건을 통해 마스크의 숨겨진 기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전시회는 이러한 마스크의 특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해요.
🙌반갑구나, 사랑스러운 자매들아!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가면무도회>인데요. 이 전시회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행위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에 대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현대미술 작가 40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선사시대 때부터 사용해 온 가면의 유구한 역사는 정치·사회·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죠. 그만큼 작가 분들이 가면을 해석한 방식도 가지각색이에요. 하지만 가면이 가진 의미를 심연까지 파고들어 마침내 겉과 속을 뒤집어 깐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어요. 전시회의 분위기는 다소 어두운 편이고, 따라서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기괴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가면무도회>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잊을 수 없게 만들어요.
👥가면이 만들어 낸 페르소나
역사적으로 가면은 얼굴을 가림으로써 본연의 나와 다른 나를 만드는 기능으로 쓰였습니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페르소나(Persona)라 하는데요. 가면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의미는 여러 가지지만 기본적으로 페르소나1)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일본의 사무라이가 전투할 때 안면을 보호하고 적에게 공포심을 줄 목적으로 썼던 멘구(面具) 라던지, 아프리카, 남미 등의 대륙에서 주술 의식할 때 신의 대리자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제사장이 쓰는 가면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페르소나라는 단어 자체는 주로 예술 분야에서 쓰이는 만큼 <가면무도회>에서도 페르소나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작품이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 형상에 가면을 씌운 구체 관절 인형인 <비슈누아> 인데요. <비슈누아> 는 힌두교의 신 ‘비슈누’와 검은색을 뜻하는 ‘느와르’를 합친 단어로, 창조신의 밝은 에너지와 어두운 그림자를 조합한 데서 오는 모순적인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어떤 게 신의 본모습이고 페르소나인지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들고 있어요. <비슈누아> 를 지나면 「오페라의 유령」, 「종이의 집」, 「마스크」 등 가면을 이용한 영화·드라마 클립2)을 모아둔 전시작품이 등장합니다. 페르소나를 전면에 내세운 영상 콘텐츠 속 주인공들을 한데 모아 보여준 것인데요. 영상 뒤로 보이는 포스터들 중에서 가면의 의미를 규정한 포스터 문장을 봤을 때, 해당 영상은 주인공보다 주인공의 페르소나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여요.
“가면은 이미지다. 철저히 연출된 가짜이고, 그렇기에 그 뒤에 숨겨진 것은 언제나 궁금하다. 가리지 않았다면 정작 관심도 없었을 맨 얼굴이지만 숨었기에 찾고 싶은 모습이다."
1)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을 뜻해요.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개인이 자신 밖으로 표출하는 공적인 얼굴을 의미하죠.
2) 클립은 긴 필름의 한 단편이에요!
🎭가면이 만들어 낸 사회
그렇다고 해서 <가면무도회>가 페르소나만을 탐구한 전시회는 아닙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거든. 다만 작가 분들이 주목한 건 인물의 행동이나 말이 아닌 심장 언저리까지 다가가야 볼 수 있는 속마음입니다. 그 속마음은 아주 깊고 어두운 곳에 숨겨져 있어서 어떠한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상태죠. 그래서 이를 표현한 작품들도 다소 난해하거나, 불편하거나, 심지어는 찝찝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을 비하한다던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면을 벗김으로써 가면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피력한 역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들이 좋아할 나로 보이게 하려면 이러한 인간의 내면을 감출 가면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은 것이죠. 그리고 우리에게 되묻습니다.
“우리는 가면 없이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을까요? 진실되지 않은 모습은 언젠가 들키기 마련이지만, 가면 없이 상대방과 관계를 이어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개성이 뚜렷해서 취향에 맞는다면 아주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예요.
- 조각, 영상, 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 미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전시회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위치 상, 교통 접근성이 떨어져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라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는 것이 좋겠어요!
💬Editor’s Comment
가면무도회의 기원이 되는 베네치아에서는 무도회 기간이 되면 신분에 상관없이 가면을 쓰고 한데 모여 유흥을 즐겼다고 합니다. 가면이라고 하면 흔히들 가짜, 거짓에 연지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죠. 물론 그 이미지도 가면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고, <가면무도회>에 전시된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가면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이고 역설적인 의미에 집중해보시길 바라요. 한 사람의 페르소나를 지나쳐, 그 속에 있는 진실된 내면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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