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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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좋아하시나요? 차가운 눈, 고고한 태도, 앙증맞은 꼬리...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데요. 고양이와 친구처럼,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정말 많아졌죠. 오늘은 고양이 덕후 한 명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의 영국으로 떠나 볼게요! 8월 21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리는 <루이스 웨인展>에서 고양이를 사랑한 화가, 루이스 웨인(Louis William Wain, 1860~1939)과 그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만나 보자고요!
😺 고양이를 사랑한 화가, 루이스 웨인
비가 오던 1884년의 어느 날, 루이스 웨인은 그의 첫 번째 반려묘이자 뮤즈인 피터와 만나게 됩니다. 창밖에서 야옹거리며 울던 피터를 루이스 웨인 부부가 들여와 키우게 된 것인데요. 그는 유방암에 걸린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피터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삽화 작가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양이 그림을 동화책이나 잡지 등에 싣기도 했죠. 그리고 1886년,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의 크리스마스 특집에 그의 그림 <새끼 고양이들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실려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순간에 유명인사가 됩니다. 하지만 기쁨은 아주 잠시였어요. 며칠 뒤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루이스는 큰 슬픔에 빠집니다.
이런 루이스를 위로해준 것은 다름이 아닌 고양이 피터였어요. 그는 계속해서 고양이 그림을 그렸답니다. 영국인이라면 동화책에서, 잡지에서, 엽서에서 그의 그림을 항상 접할 수 있었죠. 그러나 그의 유명세와 고양이 그림이 부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웨인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편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림에 대한 저작권도 등록하지 않았죠.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늘어갔답니다. 그 뒤로 루이스 웨인은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결국 정신병에 시달리다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죠.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우여곡절이 많은 삶이었지만, 그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고양이인데요. 루이스가 수없이 많은 고양이를 그렸던 이유, 짐작이 되시나요?

🙀골프치고, 바이올린 연주하는 고양이?!

고양이를 그린 화가는 많죠. 그런데 왜, 유독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이 많은 사랑을 받은 걸까요? 위의 그림을 보면 고양이들이 마치 사람처럼 표현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보이죠. 이런 표현 방식을 의인화라고 하는데요. 루이스 웨인이 영국의 월트 디즈니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 루이스의 고양이 그림은 말풍선 없는 만화 같아요. 고양이의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과 감정도 고스란히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루이스가 처음부터 고양이를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는 잡지에 실릴 동식물 삽화를 그리는 화가였기 때문에 다른 동물도 많이 그렸는데요. 당연히 고양이도 그 수많은 동물들 중 하나일 뿐이었죠. 그런데 그의 반려묘 피터를 시작으로 고양이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다채로운 모습의 고양이들을 그리게 되었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그림 속 고양이들은 인간처럼 옷을 입고, 인간처럼 행동했어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깊은 관찰에서 비롯된 상상력인 것 같네요!
사람 같이 묘사된 고양이들도 독특하지만, 이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건 작품의 제목이에요. 귀여운 그림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제목들이 재미를 극대화한답니다. '돼지가 닭장에 있다', '잭슨의 모자와 부츠는 좋다' 같은 제목들에서 재치가 느껴지죠?
그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과 스포츠도 좋아했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고양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고양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이상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요?

말년의 그림들은 익살스럽고 생동감 넘치던 고양이 그림들과 약간의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고양이를 좋게 말하면 개성 있게, 나쁘게 말하면 기괴하게 재구성해서 표현했죠.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루이스의 조현병 때문일 거라고 넘겨짚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그림들도 루이스의 고민과 분석, 재구성과 창조의 결과물이랍니다. 양손으로 그림을 그렸던 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고양이가 싫었는데, 좋아졌습니다?

사실 180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사랑받는 동물은 아니었어요. 강아지만큼 주인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무엇보다 고양이는 불길함의 상징이기도 했고요. 아내가 죽은 뒤 고양이를 아끼는 루이스 웨인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루이스 웨인도 피터를 만나기 전에는 ‘고양이는 노처녀나 키우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고양이 집사가 된 루이스 웨인은 약 20년 동안 국제 고양이 클럽의 회장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어요. 그 사랑이 그림에도 고스란히 담겼던 거겠죠?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을 접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영국인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더럽고 징그럽다며 기피되던 ‘쥐’가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로 인해 귀여운 동물로 탈바꿈한 것처럼요.
이렇게 인식이 변화한 것은 루이스의 ‘다작 활동’과 ‘저작권 부재’ 때문이에요. 그는 양손을 모두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는데요. 두 개의 작품을 동시에 그릴 수도 있을 만큼 능숙했답니다. 그림을 그리는 속도도 아주 빨랐고요. 이런 강점 덕에 루이스 웨인이 남긴 고양이 작품은 그 수가 어마어마해요. 그림들은 동화책, 잡지, 엽서 등에 실려 영국 전역에 퍼져 나갔습니다. 루이스 웨인의 작품에는 저작권도 없었으니까 더 쉽게, 더 멀리 전해질 수 있었죠. 그러니까 루이스의 애정 어린 시선이 그림에서 느껴지고, 그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접하다 보니 결국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레 바뀐 거예요. 고양이는 불길하다 여겼던 당시 영국인들도 재밌고 사랑스럽다 느낄 정도였으니,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들!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작품을 유리 액자에 담아서 전시했는데요. 관람객이 넘을 수 없는 별도의 라인을 설정해 놓지 않았어요.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람객이 원하는 만큼 작품에 다가갈 수 있어요. 루이스 웨인의 작품은 고양이 털의 섬세한 표현이나, 한 작품 속 수많은 고양이의 다양한 표정을 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전시 형태가 좋았습니다.
- 집중을 유도하는 전시의 흐름! 6개의 섹션 중간중간 포함시킨 미디어 존까지, 구분과 배치가 자연스레 관람의 집중을 이끌어내요.
- 작품 해설과 첨언이 좋았어요. 작가의 삶과 작품을 적절히 파악하게 하여 전시의 이해를 돕고, 해설을 마무리하는 기획자의 첨언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이끌어 낸답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 삽화로 쓰였던 몇몇 원화의 특징 때문인지 작품 자체에서 아우라가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 주말 도슨트는 운영되지 않아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전시되는 만큼 주말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죠.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거나 오디오 도슨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Editor’s Comment
사실 저는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데요…!(소신발언) 그런 저도 귀여움에 심장을 부여잡고 감상했을 만큼 고양이들이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어요. 고양이를 사랑하는 찐러버분들은 심쿵 각오하고 방문해 주셔야 해요! 루이스 웨인은 가난하고,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았어요. 그럼에도 죽기 전까지 고양이를 그렸던 것을 보며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 느낄 수 있었죠. 루이스 웨인의 작품의 의미라고 한다면 ‘그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림을 통해 대중에게 행복을 전했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실감하게 되기도 했답니다. 어찌 보면 불운했다고 할 수 있는 루이스 웨인은 작품을 그리면서 행복을 느꼈을 거예요. 그렇게 완성된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은 시대와 국가를 넘어서 현재의 우리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있죠. 여러분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술 작품을 만나신 적이 있으신가요? <루이스 웨인 展>에서 그림이 주는 행복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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