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전쟁을 일으킨 대가는 돌아오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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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에 대해 아시나요?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으실 거예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랍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단일 음악 콩쿠르예요. 피아노 분야에서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지니고 있죠. 아! 2015년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한국 최초로 1위를 한 그 콩쿠르랍니다. 그렇다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요? 매년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순으로 한 분야씩 개최된다는 점이 독특한데요. 약 1주일 전, 첼리스트 최하영이 한국 최초로 첼로 부문에서 우승 소식을 알렸어요. 그리고 오늘 주목할 콩쿠르는 바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예요. 러시아의 위대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를 기리고자 개최되어 온 이 음악 경연이 최근 일어난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무슨 일인지 살펴볼까요?

 

😅나… 사실 차이코프스키 잘 몰라…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의 음악가 중 가장 익숙한 사람일 거예요. 그는 문학 분야의 톨스토이, 미술 분야의 레핀과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문화사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작곡가인데요. 러시아 고전 음악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차이코프스키는 음악계를 넘어 러시아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하죠. 

  1840년 러시아 봇킨스크에서 태어난 차이코프스키는 광산 감독관으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여러 지역에서 자랐습니다. 프랑스인 가정교사의 교육을 받으며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는데요. 아버지나 어머니는 그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특히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법률가로 자라길 바랐습니다. 이에 차이코프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법률학교에 입학하죠. 그러나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 것이 기회였던 걸까요? 그는 법률학교 내 합창단에 들어가서 음악 공부를 이어 나갔답니다. 이후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의 국민악파인 일명 ‘러시아 5인조’와 친분을 나누기도 했어요. 러시아 5인조는 러시아 색채의 음악을 작곡하던 다섯 명의 음악가인데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적 성향이 바그너와 리스트의 영향을 받아 점차 서유럽 쪽으로 기울면서 자연스레 국민악파와 결별하게 됩니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아름다운 멜로디예요. 그렇다고 멜로디에만 치중한 건 아니랍니다. 음악적 구조도 탄탄하지요.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 교향곡 6번 B단조 Op.74 (비창), 피아노 협주곡 1번 B플랫 단조 Op.23 등이 있어요.

 

19세기 러시아 음악의 대표주자, 차이코프스키 ©Challenge Records

 

🚩차이코프스키의 이름을 딴 예술의 장!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1958년에 처음 개최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공산 · 자유 진영 간의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소련이었던 러시아가 자국의 문화예술 수준을 전 세계에 선전하고자 야심차게 창설한 콩쿠르랍니다. 소련은 국가가 주도해 체계적인 음악 영재 교육 시스템을 운영할 만큼 문화예술 수준을 중시했어요. 이렇게 선별된 젊은 음악도들을 콩쿠르에 출전시킨 거죠. 전 세계에 소련 음악계의 우월함을 과시하려고 말이에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데요. 성악,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목관악기, 금관악기 전 분야가 한 번에 열리는 것이 큰 특징이죠. 재미있는 건 에어컨이 없어 참가자 전원이 땀에 젖어 연주한다는 점이에요. 연주자뿐만이 아니라 청중들도 마찬가지로 땀을 뻘뻘 흘린답니다. 건물 자체가 워낙 오래되어 에어컨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라는데요. 모두가 진지한 콩쿠르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더워하는 광경을 상상하니 왠지 웃음이 나오네요.

  이쯤 되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한 우리나라 음악인들이 궁금해지죠? 먼저 피아노 부문에는 조성진, 손열음, 임동민과 임동혁 형제, 정명훈과 백혜선이 있고요. 바이올린에는 윤소영, 신지아, 이지혜, 클라라 주미 강, 김봄소리, 김동현이 있어요. 아직 끝이 아니에요! 최현수, 박종민, 서선영, 김기훈이 성악 부문에서 수상하며 대한민국 음악인들의 자존심을 드높였답니다. 국제 대회에서 인정받은 한국인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자랑스럽네요. 사실 개최국인 러시아가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공공연한데요. 그래서 업계에서는 외국인의 2위를 사실상 1위로 인식하기도 한답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2위를 수상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연주를 펼쳤는지 아시겠죠?

 

피아니스트 손열음 ©예스24

 

🤔그런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무슨 일이…?

  음악인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진 순수한 예술의 장과 전쟁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걸까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건 기억하시죠? 아직도 전쟁은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은 지난 4월 19일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연맹 회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연맹 긴급 총회에서 무려 90%의 회원들이 회원 자격 박탈에 동의했다고 밝혔죠. 이에 따라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더 이상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게 되었어요. 더불어 클래식계에서는 친푸틴 성향의 러시아 연주자들이 서서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차이콥스키 콩쿠르 국제연맹에서 전격 퇴출 | 한경닷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현장 ©한국경제

 

  연맹은 "러시아의 야만적인 전쟁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잔혹한 인명 피해 앞에서,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콩쿠르를 더는 회원으로 유지할 수 없다. 콩쿠르 측이 총회에 참석을 해서 입장을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더는 연맹 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며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어요. 이에 콩쿠르 측은 "전 세계적인 음악 공동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분열됨으로써 뛰어난 러시아 음악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죠.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곤란한데요. 한때 자국의 음악적 성취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개최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 인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계적인 인재들을 배출해온 역사 깊은 국제 콩쿠르의 위상이 뚝 떨어졌으니, 여러모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Editor’s Comment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현 위치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단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러시아 음악인들이 세계에서 배제되는 것은 옳은 일일까요? 러시아에 경각심을 주려는 연맹의 제재가 탁월한 선택이었던 걸까요? 전쟁 때문에 예술계에 경계가 그어진 것이 안타까워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문화가 달라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예술이잖아요. 정치인들 간의 싸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국 음악인들이 순수한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네요.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무고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종전이 되어 다시 평화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 하나 좋을 거 없는 이 전쟁, 계속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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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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