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날 이렇게 대한 건 아이다 네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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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디즈니에서 어른을 위한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고대 이집트에서 일어난 삼각관계! 이 생소한 이야기를 디즈니식으로 환상적이게, 그러면서도 어른들을 위해 화려하고 정열적으로 풀어낸 공연이 있습니다. 명실상부 디즈니답게 자본의 향기가 풀풀 풍기는 무대부터 어디에도 없는 사랑이야기가 기대되지 않으세요?

 

❤️‍🔥시공을 초월한 영원불멸의 사랑이야기

 

2022 아이다 포스터 ©신시컴퍼니

 

  아마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아이다>라니? 분명 지난 공연이 마지막 아니었나? 맞아요. 지난 2019-2020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원저작권자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에서는 더 이상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의 <아이다>를 공연하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때문에 오연을 맞은 2019년 공연은 줄곧 ‘그랜드 피날레’라는 단어와 함께 했죠. 그런데 우리 모두에게, 더욱이 공연계에서는 더욱 타격이 컸을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갑작스레 찾아왔잖아요. 오연 <아이다>는 아쉽게도 지방 공연 취소와 조기 폐막이라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어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보낸 아쉬움에 답하기라도 한 듯, 2022년 <아이다>는 ‘세상이 멈추었고 그녀가 돌아왔다’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아이다>에 대해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2005년부터 쭈욱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다>의 롱런 비결을 하나 살짝 귀띔해드릴게요. <아이다>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이에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에서는 원래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었는데, 작곡/작사를 맡은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합류하면서 뮤지컬로 제작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죠.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엘튼 존은 영국의 자랑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전설적인 팝 가수예요.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로 70년대를 히트곡으로 빼곡히 수놓은 까닭에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는 인물로 여겨지곤 하죠. 일례로, <킹스맨 2 : 골든 서클>에서는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엘튼 존의 히트곡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을 배경으로 치열한 전투가 이루어지기도 했어요.

 

 

  70년대에 만나 90년대부터 뮤지컬 음악을 함께 작업해온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OST를 작업해 뮤지컬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었죠. 이 두 사람이 <아이다>를 통해 다시 한번 듀오의 이름을 널리 알린 거예요. 탄탄한 원작에다 탄탄한 실력자들이 모인 뮤지컬이니 이 정도면 실패하기가 더 힘든 조합 아닌가요!

  뮤지컬 <아이다>는 우리를 현대 박물관의 이집트관으로 초대해요. 그곳에서 한 남녀가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바로 뮤지컬 <아이다>의 주인공인 아이다와 라다메스인데요!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역사 속 고대의 인물인데 왜 현재 시점의 박물관에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잠시 시공간을 초월해 고대 이집트로 향하게 됩니다. 포로로 잡혀 이집트의 하녀가 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하녀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일국의 공주였던 탓인지 일반 하녀와는 다르게 주장이 강하고 거침없는 태도에 이집트의 라다메스 장군과 암네리스 공주는 아이다에게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돼요. 비록 포로로 잡혀왔지만, 공주와 장군의 마음을 쏙 빼앗을 정도로 당당한 아이다의 이야기를 기대해보아도 좋겠어요. 하지만 뮤지컬 <아이다>를 그저 삼각관계에 기반한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하면 섭섭하답니다. 공연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관람 포인트를 함께 들여다볼까요?
 

💫운명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운명이란 사전적으로 인간을 포함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라고 해요. 보편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직책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는 등의 상황에서 쓰곤 하죠. 뮤지컬 <아이다>의 주요 등장인물인 아이다와 라다메스, 암네리스도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공주였던 아이다는 그리스의 포로로 잡힌 누비아의 백성들을 보며 공주로서의 운명에 대해 고민해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할지, 공주로서 백성들을 구제해야 할지. 진취적인 성향의 라다메스 장군은 운명이라는 것을 믿지 않아요. 자신의 운명은 직접 개척하는 것이라는 대사를 직접적으로 내뱉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다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며 운명을 믿게 돼요. 아이다와 만난 것은 운명이며, 불법적인 일을 했던 아버지를 책임지는 것도 자신의 운명이라고 하죠.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허례허식이 많았던 암네리스 공주는 공주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세련되고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타락한 정치를 알게 되고 그동안 살았던 공주로서의 삶은 옳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자신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요. 그리고는 사랑을 포기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세 인물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넘버 ‘A Step Too Far’ ©playDB

 

  공연을 보고 있으면 이렇듯 운명을 대하는 세 인물의 태도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관객은 운명을 대하는 자신만의 방법 역시 반추해보게 되죠.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실제로 저 상황과 비슷한 경험에서 나는 이렇게 행동했지’ 라며 말이에요.

  공연의 처음과 끝 역시 이들의 운명을 다시금 비추어봅니다. 뮤지컬 <아이다>는 수미상관1) 구조로 막이 오르고 내리는데, 이 장면이 바로 아이다와 라다메스 장군은 결국 사랑할 운명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먼 과거에서는 못다 이룬 사랑이지만 결국에는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게 될 것이리라는 운명!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러한 운명적인 사랑이 바로 어른들까지도 낭만에 빠져들게 하고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디즈니만의 방식이 된답니다.

1) 수미상관은 시가(詩歌)에서 첫 연을 끝 연에 다시 반복하는 문학적 구성법을 말해요. 머리와 꼬리, 처음과 끝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뜻이랍니다. 

 

💪그들의 성장은 현재진행형!

  운명은 세 인물을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관통하고, 아이다와 라다메스, 암네리스는 운명에 대해 고민하며 자연스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관객은 뮤지컬 <아이다> 속 색다른 연출들을 통해 각 캐릭터마다 겪는 성장을 명확히 느낄 수 있죠. 특히 이 성장은 조명과 의상을 통해 드러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한데요.

  천방지축 자신의 호기심만을 쫓던 아이다는 누비아 백성들이 추는 절규 가득한 군무로 공주로서의 무게감과 중압감을 느끼고 누비아를 위한 선택을 고민하는 공주로 성장해요. 이때 그가 입은 예복은 비록 누더기로 만들어졌을지라도 누비아 백성들의 애환과 애국심이 그대로 담긴 의상이었죠. 혈기 왕성하고 모험을 즐기는 장군 라다메스는 본래 붉은색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데요. 이 옷에 푸른빛의 조명을 비추어 아이다의 옷과 같은 색인 자주색으로 보이게 하는 연출은 그를 야망 있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변화한 인물로 그리기에 충분했어요. 겉치장을 즐기며 허영에 가득 찬 철없는 공주였던 암리네스는 자신에게 있던 반짝이는 치장을 모두 내려놓고 단색의 의상을 통해 외면보다는 내면의 단단함을 중시하는 여왕의 모습으로 성장하죠. 

 

누비아 백성들이 준비한 아이다의 예복 ©신시컴퍼니


 

  어때요? 세 인물 모두 운명과 성장에 있어 다양한 관점과 과정을 보여주죠? 아이다와 라다메스, 암네리스의 이야기를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만 보기보다는 각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생각하며 그들의 성장에 집중해서 관람해보세요.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고 그 인물에 대한 애정 또한 절로 높아진답니다. 공연을 더욱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인물의 성장에 응원과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요.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가슴속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있을 거예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화려한 무대와 압도적인 군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어요!

- 흑인음악, 세련된 R&B, 록, 가스펠, 발라드 등의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어 장면마다 감정을 극대화시켜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몇 넘버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어요.

 

💬Editor’s Comment

  운명에 고민하고 순응하고, 혹은 애정하는 이와 함께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 뮤지컬 <아이다>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운명을 어떻게 대하든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은 정말 ‘최종_최종_진짜_마지막’이니 볼 거리, 들을 거리, 스토리, 교훈까지 탄탄한 작품, 이번에야말로 정말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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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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