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유리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작가, 누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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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시골 마을에 가보신 적 있나요? 마을 중심에는 마을만큼이나 오래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그런 곳 말이에요. 나무는 주민들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소통의 장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염원을 들어주기도 하죠. 나무가 가진 영험한 힘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에요. 미국 남북전쟁 당시 전쟁터에 나간 이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란 리본으로 나무를 가득 채운 일화도 있으니까요. 이와 유사한 마음으로 나무 위에 황금 목걸이를 걸어둔 작가가 있는데요. 바로 프랑스의 현대 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 입니다.

 

나무에 걸린 <황금목걸이> ©Othoniel Studio


 

🔮유리멘탈, 유리로 극복 가능?

  덕수궁 돌담길을 사이에 두고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에서 펼쳐지는 <장-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은 그의 대표작은 물론, 한국 전시만을 위한 새로운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는 전시예요. 70여 점이 넘는 작품 중에서 대부분의 설치작품은 유리를 주 재료로 하는데요. 때문에 장-미셸 오토니엘은 ‘유리의 마술사’, ‘유리의 연금술사’와 같은 수식어를 가진 작가이기도 하죠. 유리는 잘 깨지는 속성 때문에 작업하기도 힘들고 보존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오토니엘은 왜 다양한 소재 중에서 유리를 택한 걸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잘 깨지고 변형되기 쉽다는 유리의 성질 때문에 유리라는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힘들고 불안정한 나날들을 보낼 때, 위태롭고 약한 속성을 가진 유리에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죠. 그래서 유리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한편 여러 유리 구슬로 이루어진 작품을 보면 유약한 존재끼리 서로 의지하며 하나의 작품으로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에 위안을 얻기도 하죠.

 

유리의 연금술사로 일컬어지는 장-미셸 오토니엘 작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난 몰랐어 유리가 이리 다채로운지

  유리의 속성뿐만 아니라 유리가 가공되면서 갖게 되는 성질 또한 작품 감상에 영향을 주는데요. 유리공예가들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유리 벽돌은 저마다 다른 흠집과 빛깔을 띠며 오묘한 빛을 뿜어내기 때문이에요. 전시장 중앙 복도를 따라 이어진 <푸른강>은 오토니엘의 작품 중 가장 대규모의 작품인데요. 무더운 여름에 만나는 푸른 물결은 보고만 있어도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푸른 물결과 그 위를 장식한 <매듭> 시리즈가 반사하는 여러 가지 빛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작품들이 한눈에 보이는 전시장 중앙의 모습 ©동아일보

 

  <푸른강>과 <매듭>을 다 보셨다면 전시장의 양쪽 벽에 주목해야 해요. 두 가지 색깔의 유리벽돌로  만들어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작가는 과거 인도 여행 당시 집을 짓고자 하는 희망으로 벽돌을 쌓아둔 모습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작품 위로 반사되는 오묘한 빛은 마치 오토니엘이 발견한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해요. 

 

황색과 청색의 <프레셔스 스톤월> ©Othoniel Studio

 

💭'나'만의 정원을 찾아서

  이렇게만 보면 영롱한 빛들로 가득하기만 한 전시명이 왜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인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까지 물리적으로 구분되는 3개의 장소에서 진행됩니다. 그래서 전시명은 복수의 전시 공간을 의미하는 동시에 관람객 내면의 사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을 뜻하기도 하죠. 실제로 오토니엘은 한국에 방문했을 때 덕수궁에서 사유를 즐기기도 했고요. 그는 이렇듯 깊이 사유하며 정원을 거닐던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담아내 찰나의 순간을 남겼는데요. 여러분도 덕수궁 연못에 피어난 <황금 연꽃>과 그 주변 나무에 걸린 세 점의 <황금 목걸이>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될지도 몰라요. 푸르른 자연 속에 황금빛 목걸이와 연꽃이라니, 너무 이질적이지 않냐고요? 한국 정원만의 분위기에 자신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에 맞게 자연과 작품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어요. 

 

덕수궁 연못에 설치된 <황금 연꽃>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관람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느 곳을 먼저 접하더라도 각각의 장소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은 정원과 관련이 있어요. 미술관 본관을 들어서면 작가의 대표작인 <루브르의 장미>가 관람객을 맞이하는데요. 이 작품의 일부가 루브르 박물관에 영구 소장되면서 작가와 작품을 널리 알리기도 했죠. 장-미셸 오토니엘은 이번 전시를 위해 <루브르의 장미>를 변형한 <자두꽃>을 선보였어요. 검은색을 띠는 <루브르의 장미>와는 달리 붉은색과 노란색을 띠는 <자두꽃>을 통해 표현되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Rose of the Louvre_2> ©국제갤러리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 갈채 드립니다

  • - 3개의 전시공간을 순서에 상관없이 하나의 코스로 거치면서 여유로운 하루를 즐겨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야외조각공원➜덕수궁 돌담길➜덕수궁 연못 순서를 추천드려요!
  • -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작품을 가까이,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변하는 빛을 느껴볼 수 있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덕수궁 입구나 연못가에 전시에 대해 알려주는 포스터나 안내 문구가 없어서 전시에 대한 정보 없이 덕수궁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반대로 전시를 보려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헤멜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 전시장 내부의 규모 자체가 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람이 많은 휴일이나 시간대는 작품을 충분히 관람하고 사유하기에 적절하지 못할 것 같아요.

 

💬Editor’s Comment

  장-미셸 오토니엘은 자신의 삶과 생각을 비롯해 그가 바라본 시선 끝에서 느낀 모든 것을 작품에 투영했어요. 개인적인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느낀 솔직한 감정들이라던가, 학생 시절 루브르 박물관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키운 꿈이 현실이 될 때 느꼈을 희망이나 용기 같은 것 말이에요. 그가 가졌던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관심은 곧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기도 했죠.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어려운 해석을 요구하지 않았고, 작품을 온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으로 통하는 무언가가 전해져요.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고 우리는 그동안 희망을 꿈꾸고 소통의 의미 그 자체를 바라며 달려왔어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관람하면서 깊은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희망을 마주하고, 그 불꽃을 피워봐요. 그리고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불꽃 색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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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7-06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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